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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50억년 진화를 며칠만에
2001-07-03

거대한 유성이 애리조나 사막에 떨어진 뒤 그 자리에서 생물체가 번식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단세포 동물이 며칠 사이에 곤충이 되고, 그러더니 공룡이 나타난다. 현장을 장악하고 태평스럽게 실험을 하던 미국 국방성 연구팀은 그제서야 진상을 알게 된다. 지구상에선 50억년에 걸쳐 이뤄진 진화를, 단 며칠만에 해치우는 무서운 외계 생명체들이 지구를 침공해온 것이다.

이런 영화에서 관리나 군인은 믿을 게 못 된다. 명예만 좇는 데서 오는 그들의 무지함과 건방짐, 무사안일함을 딛고 올라서서 지구를 구할 서민적 영웅은 누구일까. <엑스파일>의 외계인 전문 사냥꾼 데이비드 듀코브니, <한니발>의 연쇄살인범 담당 수사관 줄리안 무어가 어딘가 조금 모자란 듯하면서도 인간적이고 용기있는 과학자들로 나온다. 이 둘이 떠벌이 지질학자 한명과 소방관 시험에 낙제만 하는 청년 한명을 데리고 외계인 추방에 나선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구성이다. 80년대 중반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영화 <고스트 바스터즈>다. 감독 이반 라이트만은 바로 그 영화의 연출가였다. <고스트…>의 각종 귀신 대신 등장하는 기기묘묘한 외계 곤충과 동물들, 이에 맞서는 서민 영웅들의 코믹한 활약상이 영화 <에볼루션>의 볼 거리다. 줄거리는 그다시 새롭지 않아 눈치빠른 관객들에게 미리 들키는 걸 피하기 쉽지 않지만, <고스트…>처럼 이 영화의 장점은 유쾌함에 있다. 세 남자 주인공이 수퍼마켓을 쑥대밭으로 만든 익룡과 싸워 무찌른 뒤 짚차를 타고 아리조나 사막을 달리면서 펑키 리듬에 맞춰 어깨춤을 추는 대목은 무척 유쾌하면서도 서민적이다. 한번쯤 멋진 일을 했을 때 으스대고 싶은 마음, 그걸 영화 끝까지 경쾌하게 끌고간다. 14일 개봉.

임범 기자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