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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한일관계, 영화로 풀자
2001-07-03

통신원리포트/도쿄

재일동포문제 다룬 순조롭게 진행, 한·일합작영화 활성화 기대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의 신작 의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자전적 소설을 영화로 옮긴 이 작품은 재일한국인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청춘영화. 현재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배우 중 한명인 구보쓰카 요스케가 주연을 맡았다. 또 그의 애인으로는 <배틀 로얄>에서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준 시바사키 고, 어머니 역으로 <철도원>의 오오타케 시노부, 아버지 역으로 베테랑 배우 야마자키 쓰토무가 출연하고 있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메이저영화로는 제작된 적이 없었던 재일한국/조선인이라는 테마를 다루고 있다. 이에 대해 감독은 “일본사람은 그들을 ‘재일’이라고 간단하게 부르고 있지만, 그들은 이 호칭에 대해서 각각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또 일본사람은 재일이란 말을 쓰면서 무의식적으로 경계선을 긋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그런 사실을 잘 보여줬으면 한다.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재일’이란 말을 생각하면서 쓰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대사관 직원 역으로 명계남, 주인공의 어머니가 일하는 불고깃집 점원 역으로 김민 등이 출연하는 이 영화는 최근 들어 급속히 늘고 있는 한·일 합작영화 중 하나다. 이 영화 제작에 참가하고 있는 스타맥스의 조유철씨는 일본에서 재일한국/조선인에 관한 TV프로그램을 만든 경험이 있는 인물. 그는 의 원작을 읽은 직후 영화화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일본의 도에이가 영화 판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한국배우의 캐스팅 등에 참여하게 됐다. 이번 영화는 기획이 진행된 뒤에 참여해 한계가 있었지만, 그는 앞으로 기획단계부터 일본과 함께 진행하는 합작이나 본격적인 자본 참여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5일엔 주인공 아버지가 조선 국적을 한국 국적으로 변경하기 위해 대사관을 찾는 장면을 촬영했다. 직원 역인 명계남이 아버지 역을 맡은 야마자키에게 하는 대사는 한국어였지만 감독이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는 것을 원했기 때문에 같은 대사를 되풀이해야 했다. 촬영 뒤엔 함께 연기한 오오타케 시노부가 명계남에게 “말은 모르겠지만 연기는 좋았습니다”라고 말을 걸었다. 각본을 읽고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호소하는 소재라고 느껴 출연을 결정했던 명계남은 영화의 취지에 감격해 무료로 출연했다. 촬영 경험이 풍부한 그는 일본 촬영현장에 대해서 “스탭들이 기민하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6월19일에는 가와사키시의 불고깃집에서 김민이 출연하는 신을 촬영했다. 손님 역의 엑스트라가 구운 고기 냄새와 ‘스모크 머신’에서 나오는 연기 속에서 그녀는 일본어 대사와 씨름하고 있었다. 어차피 촬영 뒤 일본배우가 대사를 녹음할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을 할 필요는 없지만 상대 배역과 연기를 맞추는 위해서는 일본어 대사를 해야 했다. 첫신은 “고치라에 도조?こちらえ どうぞ”(이쪽으로 오세요)라면서 손님을 안내하는 장면. 그 다음은 주인공과 친구가 와서 긴 대화를 해야 했다. 대사가 많은 김민은 테스트 촬영 틈틈이 되풀이해서 대사를 체크하고 있었다.

이날 김민과 유키사다 감독의 기자회견도 열렸다. 일본에 처음 온 김민은 일본에 살고 있는 자신의 친척에게서 들었던 이미지와 달리 일본에도 복잡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얘기했다. 일본 촬영현장의 인상은 “조용하다”는 것이었고, 촬영현장의 도시락이 맛있다고 들었는데 잔뜩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촬영 사이엔 오오타케 시노부와 영어로 이야기해서 “<철도원>에서는 전통적 일본여성 이미지였지만 생각보다 선뜻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독에 대해서는 “섬세한 화면을 만드는 분이라고 듣고 있는데, 이 작품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고 이야기했다.

앞으로 갈수록 커지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서 공동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하고 있다. 이런 공동작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열쇠를 이번 촬영현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언어문제. 이번처럼 일본에서 일본 스탭이 촬영하는 방식의 제작현장에서는 당연히 일본어가 주된 언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감독의 의도를 출연자에게 전하든가 연기자의 의견을 감독에게 전할 때는 통역이 필수적이다. 연기나 감정 등의 문제는 미묘한 것일 뿐 아니라, 영화의 질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영화 전문 통역이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대사를 어떤 언어로 하느냐의 문제도 중요하다. 대사의 발음이 부자연스럽다면 관객은 영화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 이럴 때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설정을 통해 이 한계를 피해가야 한다. 현재 개봉중인 제제 다카히사 감독의 에 출연하는 김윤진은 일본어를 모르는 한국인 역할로 출연하고 있어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처럼 자국 배우가 대사를 녹음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공개하는 영화의 경우 소재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는 한·일 두 나라에 걸쳐 있는 문제를 채택했기 때문에 좋은 기획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작자이기도 한 명계남은 한·일 합작에 대해 “한국에 사는 일본사람의 이야기도 좋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한다. 스타맥스의 조유철씨는 “완성된 영화의 질이 좋으면 잘될 것 같다”라며 는 러브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배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언어나 기획 외에도 배우문제도 있다. 한국에서 절대적인 지명도가 있는 일본배우는 아직 없고, 일본에서도 절대적 지명도가 있는 한국배우가 없다. 앞으로 홍콩 연기자의 경우처럼, 누가 출연하면 어느 정도 흥행이 된다고 예상할 수 있는 배우가 나온다면 공동기획도 더 쉽게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인기가 오르고 있는 구보쓰카 요스케가 개봉 뒤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는다면 감독이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는 7월 촬영을 마치고 일본에서는 10월20일 개봉예정이다. 한국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공개할 계획이며, 일반 개봉은 그뒤에 이뤄질 전망이다.

도쿄=사토 유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