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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아틀란티스`, 너무 진지해졌다
2001-07-10

1914년의 과거를 미래처럼 그린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은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등을 만들었던 디즈니의 `삼총사' 돈 한(제작자)과 커크 와이즈·게리 트라우스데일(공동 감독)이 4년 동안 매달려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이들은 80년대말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성공 신화를 낳은 <인어공주>의 스타일을 충실히 잇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잔재미를 듬뿍 주는 조연급 캐릭터들의 대거 출연이나 흥겨운 뮤지컬 형식 같은 경우가 그랬다. `초대형 액션 어드벤처'를 보여주겠다는 <아틀란티스…>는 이런 과거를 아낌없이 내던졌다.

어느날 갑자기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는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로 향하는 험난한 여정이나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험극을 실사영화 <스타워즈>나 <레이더스>처럼 만들 작정이었다는 게 제작자의 공식적인 의지였다. 예쁜 뮤지컬 장면은 애초부터 들어서기 곤란했다. 또 주·조연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액션과 모험을 펼치느라 농담을 잊어버렸다. 아틀란티스를 찾아내는 언어학자 마일로 싸치(목소리 연기 마이클 J. 폭스)는 다소 어리숙하기는 하지만 너무나 진지하고, 아틀란티스의 키다 공주는 신비하고 저돌적인 매력을 발산할 틈도 없이 이야기에 쫓겨다니느라 급급하다.

여유라면, `몰'이 단 하나의 예외다. 몰은 굴착과 지질학 전문가이지만 흙을 파먹고 사는 직업의식이 지나쳐 지저분한 먼지에 진한 애정을 느끼는 이상성격자다. 하는 짓이 하도 괴팍하고 이따금 변태적이어서 디즈니가 만든 캐릭터가 맞나 싶을 정도다.

디즈니의 `어떤 변화'는 지난해의 <다이너소어> <쿠스코? 쿠스코!> 등에서도 볼 수 있었다. <다이너소어>는 억지스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짓기는 했지만, 지구가 황폐해지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공룡들의 잿빛 운명을 음울하게 펼쳤고, <쿠스코? 쿠스코!>는 단순명쾌한 선악의 이분법을 재밌게 뒤틀어 놓았다. 의도야 어디에 있든 예쁜 뮤지컬 동화의 자기복제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은 반갑다. 비록 <아틀란티스…>는 실사영화처럼 박진감 넘치고 긴장감에 맘 졸이는 애니메이션 모험극이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기록되겠지만.

이성욱 기자lewo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