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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 국내서도 디즈니 누를까
2001-07-10

올해, 여름을 겨냥한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들이 유난히 불꽃튀기는 흥행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아무래도 진정한 승자는 애니메이션이 될 전망이다.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 본선에 올랐고 비평과 흥행 모두 큰 성공을 이루고 있는 <슈렉>(드림웍스 제작)을 시작으로, 디지털 배우가 실제 배우를 능가할 수 있다는 도전장을 내건 <파이널 판타지>(컬럼비아 제작), 재패니메이션의 상징처럼 되버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 등이 이달중에 차례로 개봉된다. 이런 와중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통을 철저히 조롱하고 나선 <슈렉>(6일 개봉)의 드림웍스와,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14일 개봉)의 디즈니가 한발 앞서 벌이는 2파전이 여러모로 흥미롭다.

<슈렉>을 제작한 제프리 카첸버그는 <인어공주>로 디즈니에게 큰 영광을 안겨줬음에도 디즈니 안의 권력다툼에서 서럽게 밀려난 뒤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드림웍스를 만든 인물이다. 카첸버그는 <개미> <엘도라도>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차별화한 작품을 만들며 디즈니를 견제해왔는데, <슈렉>으로 결정타를 날리는 데 성공했다. 6월말 기준으로 <슈렉>의 미국 내 흥행수익은 2억2천만달러를 넘어섰지만, <아틀란티스…>는 6천만달러에 조금 못미쳤다.

서울에서만 22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슈렉>의 첫 주말 개봉성적(6~7일)으로 볼 때, 이런 구도는 국내에서도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짙지만 변수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슈렉>의 가장 큰 매력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작은 징후와, <아틀란티스…>의 흥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는 조용한 `표절 시비'가 그렇다. <슈렉>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영웅적인 캐릭터들과 이야기틀을 깔아뭉개는 작전을 구사해 인기를 얻었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로빈훗 등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미녀와 야수>의 결말을 거꾸로 뒤집어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식이다.

하지만 디즈니 상품에 오래도록 맛들여온 국내 아동들이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면? 실제로 <슈렉>의 개봉전 시사회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극히 일부이지만 `엽기발랄'한 주인공들의 장난과 결말에 불만스런 울음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정작 미국의 아동들은 손벽치며 즐겁게 본 장면을 국내 아동들이 낯설어할 수도 있다는 상황은 꽤 역설적이다.

<아틀란티스…>는 일본 가이낙스가 만든 텔레비전 시리즈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와 주요 캐릭터와 일부 설정이 닮았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올랐다. 인터넷을 통해 진행된 표절시비는 디즈니의 공식적인 대응을 끌어내지 못할 정도로 이렇다할 파급력을 보이진 못했다. 두 작품 모두 <해저 2만리>를 참고하긴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까지 닮은 건 아니다. 다만 <…나디아>가 국내에서 적잖은 인기를 누렸다는 점에서 그 여파가 주목된다.

이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