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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억달러 손실은 피했군!
2001-07-10

해외톱

미국배우조합 파업타결, 제작중단된 프로젝트들 재개에는 시간 걸릴 듯

지난 7월3일 할리우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계약만료를 기해 파업에 돌입할 태세이던 미국배우조합(SAG)과 전미 TV라디오아티스트연합(AFTRA)이 스튜디오쪽과 향후 3년간의 잠정 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배우쪽과 스튜디오쪽은 서로의 절박한 입장을 이해하고 파업을 막아보자는 뜻이 통해 이렇듯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SAG의 대표인 윌리엄 대니얼스는 “행복하다는 말로 부족할 만큼 행복하다. 이번 계약은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결과에 만족을 표했고, 스튜디오쪽 협상팀장인 J. 니콜라스 카운터는 “영화산업이 워낙 복잡다단하기 때문에 협상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협상팀에서 통과된 임시안은 조합위원회를 거쳐 13만5천명 조합원들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 협상타결은 재계약 협상이 시작된 지 6주 만이며, 계약이 만료된 지 3일 만에 이뤄졌다.

[LA타임스]와 <버라이어티>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협상의 주요 골자는 배우들의 미니멈 개런티 인상과 케이블 및 해외채널을 통한 재방송료 인상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협상내용 중에는 TV 미니멈 출연료의 3% 내지 3.5% 인상, 판매 하한가가 충족될 경우 해외 TV채널 방영료 일부를 출연료로 지급, 폭스 TV 프로그램의 재방송료를 상향 조정, 인터넷 작품의 경우 배우의 연금과 의료보험을 보장, 주문 형식으로 보급되는 작품은 페이 퍼 뷰 양식에 따라 재방송료를 지급한다는 조항 등이 포함돼 있다. SAG쪽 협상팀이 특별히 자부심을 가지는 대목은, 적은 개런티를 받는 단역 배우들의 미니멈 개런티를 작품당 5천달러가량 인상시켰다는 것. 이 밖에도 비디오와 DVD 판매수익 중 스튜디오의 몫을 제한 나머지 수익의 5.4%가량을 배우에게 할당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구체적인 금액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재계약으로 배우들에게 최소 1억2300만달러가 추가 지급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튜디오와 배우들의 재계약 협상타결은 지난 5월에 있었던 작가조합의 협상타결과 최근 배우들 본인의 투쟁의지 약화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그러나 이렇듯 낙관적인 전망이 나돌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달 전부터다. 작가조합이 스튜디오와 화해하기 전까지는 할리우드 내부에서조차 배우들의 재계약 협상결렬과 파업 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던 것. 지난해 광고업계와의 재계약체결을 거부한 배우들이 무려 6개월에 걸쳐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길었던 파업’을 감행하는 등 강수를 썼기 때문이다. 10월 말 광고업계와 재계약을 체결하긴 했지만, 올 여름 스튜디오와의 재계약만큼은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스튜디오들은 배우들의 파업 이전에 촬영을 마치기 위해 다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속성 진행하는 등 조바심을 보여왔다. 제작 진행중인 작품들이 기록적으로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 해당 조합원들은 물론 스튜디오 관계자들, 스탭들과 매니저들, 스튜디오에 물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들도 파업 이후를 염려하며 바짝 긴장해 있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파업이 강행됐을 경우 남부 캘리포니아는 69억달러의 손실과 8만2천건의 실직을 감당해야 했을 것이라고.

어쨌거나 할리우드를 비롯, 전세계 영화계가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과 경제적인 손실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계약이 완전히 성사된다고 해도 파업일 데드라인을 맞춰 졸속으로 진행됐거나 제작중단된 프로젝트들이 제 페이스를 찾는 데는 몇달이 걸릴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