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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살아보자!
2001-02-13

<와이키키 브라더스> 촬영현장

수안보 와이키키 호텔 나이트클럽. 호텔 전체는 새 단장 공사로 분주한데 유독 나이트클럽만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 다름 아닌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 촬영이 한창인 것. 커피가루로 만드는 영화용 스모그가 홀 안을 꽉 메우고 스테이지는 춤추는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하다.“캇! 죄송하지만 좀더 끈적끈적하게 춤을 춰 주세요.” 임순례 감독이 춤추고 있는 단역배우들에게 조용히 부탁한다. 다시 연주가 시작되고 카메라가 돌아간다. 반주음악과 화면을 딱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카메라와 음악과 연기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드디어 춤추는 장면 오케이가 떨어지고 다음은 동네깡패들이 시비를 걸어 밴드 멤버들과 집단으로 싸우는 장면 촬영이다. 싸움의 수위를 조정하느라 몇번의 NG가 나고 아수라장의 싸움장면을 다 찍고나니 어느덧 밖은 깜깜해졌다. 아침 먹고 시작한 촬영이 이제야 끝난 것이다.

떠돌이 밴드로 전전하던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팀의 리더인 성우(이얼)의 고향 수안보에 일자리를 얻어 내려온다. 성우는 고교 시절 밴드를 같이하던 친구들과 재회하지만 이미 그들은 음악을 접고 생활에 찌든 모습으로 살고 있다. 팀원인 강수(황정민)와 정석(박원상)은 여자문제로 싸우고 급기야 강수가 팀을 떠난다. 밴드 안팎의 문제로 지친 성우는 계속 밤무대 생활을 해나가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쓸쓸한 이야기일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꿈을 소중히 간직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항상 별볼일 없는 인생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내는 임순례 감독은 일부러 삶의 연륜이 묻어나보이는 배우를 캐스팅했다면서 ‘그래도 삶은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단다.

지난해 12월 말에 모든 촬영을 마친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3월 초까지 꼼꼼한 후반작업을 마치고 5월쯤 개봉할 예정이다. 명필름의 8번째 작품인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직접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펀딩으로 제작비를 확보할 예정인데 이는 영화제작 시스템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 같다.

사진·글 오계옥 기자klara@hani.co.kr

“극장 문을 나서며 어릴 적 꿈을 잊고 살지 않았나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임순례 감독은 정작 자신은 꿈이 없었다고.

`도전2000-사상 최대의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강수 역의 황정민은 뮤지컬과 연극으로 다져진 연기력 외에 “음악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주위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드럼에도 소질을 보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