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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들> 대박 예감은 연기 덕? 이혼 덕?
2001-08-14

한국에서는 여배우 이미연이 이혼 후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곳 할리우드에서는 니콜 키드먼이 그렇다. 톰 크루즈와의 이혼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 10일 개봉된 신작 <타인들(The Others)>에서의 연기에 대해 평론가들이 일제히 찬사를 퍼붓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감이다”고 성급하게 점치기까지 한다.

<타인들>은 97년 기발한 심리스릴러 <오픈 유어 아이즈>로 명성을 얻은 스페인의 신예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할리우드 데뷔작. <오픈 유어 아이즈>에 반한 톰 크루즈가 제작자로 나서 아내였던 니콜 키드먼을 주연으로 만든 유령영화다. 할리우드의 대세인 컴퓨터 특수효과 공포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게 더 무섭다”는 전통적인 유령영화 수법만으로도 충분한 공포를 자아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 성공의 1등 공신으로 키드먼의 연기력이 꼽히고 있다.

키드먼이 맡은 역할은 전쟁(2차대전)에 나간지 1년반이 넘도록 소식이 끊긴 남편을 기다리며 두 아이와 함께 대저택을 지키는 엄마 그레이스. 영국의 외딴 섬에 자리한 대저택은 늘 어둠 속에 휩싸여 있다. 두 아이가 햇빛에 조금이라도 노출되면 질식사하는 희귀한 알레르기를 앓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이들을 돌보던 하인들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후 새로운 하인들이 이 저택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신경이 예민하긴 하지만 신심이 돈독한 그레이스는 저택에서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며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하자 필사적으로 이 보이지 않는 `타인들'에 맞서 싸운다.

아메나바르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공포는 대부분 니콜 키드먼의 눈으로 진행되며 그녀의 연기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그 어떤 특수효과보다도 낫다”라고 말했듯 영화는 미지의 공포에 떠는 키드먼의 연기에 의존한다. 시나리오와 연기력이 이끌어가는 유령이야기란 점에서 <식스 센스>와 비교되지만 참신한 결론이란 면에선 신선도가 다소 떨어진다.

한편 <타인들>은 시사회에 공식 이혼선포를 4시간 남짓 남겨둔 톰 크루즈와 키드먼이 함께 (따로따로 입장해 서로 마주치진 않았지만) 참석해 가십란을 떠들썩하게 장식하기도 했다. 키드먼은 톰 크루즈와 다닐 때는 신지 않던 하이힐을 신고 시사회장에 나타났고, 톰 크루즈는 제작자로서 키드먼의 연기에 대해 “완벽한 연기”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메나바르의 출세작인 <오픈 유어 아이즈>는 현재 러셀 크로 감독에 의해 `바닐라 스카이'란 제목으로 리메이크되고 있는데 톰 크루즈와 그의 새 연인 페넬로페 크루즈가 공연한다. 공교롭게도 페넬로페 크루즈는 니컬러스 케이지와 출연한 <코렐리 대장의 맨돌린>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니컬러스와의 스크린 친화력이 약하다”는 평을 듣는 등 여론은 벌써부터 키드먼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느낌이다.

로스앤젤레스/이 남,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