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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 예스> 행복덮친 악의 화신 `으악`
2001-08-14

<손톱> <올가미> 등 스릴러 장르에 천착해온 김성홍 감독이 코믹 연기에 능한 배우 박중훈씨와 함께 `비극적 스릴러' <세이 예스>를 만들었다. 감독의 이력이나 배우의 변신이 상승효과를 기대하게 했지만, 평면적인 잔혹극에 머물고 말았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궁금증은 처음에 꽤 오래 지속된다. 작가지망생인 정현(김주혁)이 마침내 출판계약을 하게되자 아내 윤희(추상미)를 데리고 속초로 겨울 여행을 떠난다. 이들의 한껏 들뜬 행복은 휴게소에서 불길한 징조와 마주친다. 갑자기 차에 뛰어들어 사고를 일으킨 M(박중훈)이 동행을 부탁하는데 섬뜩한 말과 행동이 잇따른다. 거두절미하고 “앞으로 며칠이나 더 살 수 있을 것 같으냐”는 M의 질문이 정현을 극도로 흥분시키더니, “네 아내와 한번 자면 안될까”라고 비아냥거리는 M에게 정현이 먼저 폭력을 휘두른다. 이로써 이 평범한 부부는 악 그 자체인 M의 포로가 된다. 뭔가 감춰진 비밀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행을 강행하는 정현에게 의구심을 품게되는 것도 잠깐, M이 정현의 손가락을 하나씩 꺾으며 끔찍스런 고문을 시작한다. “살고 싶으면 아내를 죽여달라고 말해.”

<세이 예스>는 불행으로 파멸당한 인간이 행복에 겨운 이들을 파괴하고 이 파괴의 연쇄가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는 암시 속에 끝난다. 일상 속으로 뛰어든 정체불명의 악덩어리는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상 장면이 상투적이어서 가짜같고, 잇따른 잔혹 장면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악에 대한 미스터리를 앞지를만큼 과도해지면서 스릴러적 긴장감은 거꾸로 증발해간다. 특히 살아있는 시체처럼 죽을 만한데 죽지 않는 M의 존재감이 비현실적으로 부각되면서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공포감은 결정적으로 방해받는다.

이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