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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우드, 살아 있니?
2001-08-14

구조조정중인 미국 인디 배급사들, 홍보비용 부족으로 개봉 연기하는 등 극약처방

예술영화를 극장에 걸고 수익을 내는 것은 국가와 시즌을 막론하고 어려운 비즈니스지만, 2001년은 미국의 예술영화 전문 배급사들에 특히 고통스런 해로 기억될 것 같다. 라이온스 게이트, 아티잔, 미라맥스 등 이른바 ‘인디우드’에 속한 거의 모든 영화사가 고위직들의 대대적 자리이동을 겪는 가운데, 몇몇 인디 배급사들은 여름 들어 파산을 신청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올해 개봉 예정작들의 스케줄을 취소하는 극약 처방을 내리고 있다.

지난 7월30일 공식 발표된 캐나다 인터넷 컨설팅회사 아이테무스사의 파산은 한달 전 보도된 인디배급사 슈팅 갤러리의 파산이 빚은 여파라는 것이 정설. <인디와이어>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1천만달러의 부채와 함께 2천만달러를 치르고 슈팅 갤러리를 인수했던 아이테무스사의 짐 토빈 사장은 파산에 즈음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슈팅 갤러리의 영화 판권 사들이기와 관련된 밑도 끝도 없는 문제들만 없었다면 우리는 버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슈팅 갤러리 관련자에게 소송을 걸라고 채무자들을 종용하기까지 했다. 모회사 사장에 의해 “빈약한 시장에 그릇된 전략으로 달려든” 기업으로 묘사된 슈팅 갤러리는 1990년 ‘필름 코뮌’이라는 뉴욕 인디영화인 집단으로 출발한 영화사로, 빌리 밥 손튼의 <슬링 블레이드>, 할 하틀리의 <헨리 풀> 등을 배출했다.

구조조정을 한창 진행중인 또다른 인디배급사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정평난 미니 메이저 라이온스 게이트 필름. 6월 말 사직한 공동 회장 마크 어만에 이어 판권 구입 담당 사라 래시, 지역 홍보 담당 사만다 레빈도 회사를 떠났다. 지난 2월 뉴욕 사무실을 폐쇄해 마지막 남은 뉴욕 거점을 철수한 라이온스 게이트의 배급 담당 이사 톰 오텐버그가 선택한 전략은 LA를 핵으로 회사조직을 집중화한다는 것. 뉴욕의 인디영화 공동체로부터 소외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오텐버그는 “이로써 조직의 효율을 높이고 상당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인디영화계에서 비용절감은 중요한 이슈다. 게임의 목표는 어디에 사무실이 있느냐가 아니라 살아남아 번영하는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AOL-타임워너 계열의 인디배급사 파인라인은 토드 솔론즈의 <스토리텔링>, 베르너 헤어초크의 <무적> 등 애초 올해 말까지 계획했던 새 영화의 개봉을 2002년 상반기로 전면 연기했다. 파인라인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마리안 콜타이 레바인은 “가을 시장에 뛰어들려면 오스카 각축전을 위해 돈 쓸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우쳤다”며 기껏 벌어들인 수익을 탕진할 수도 있는 오스카 마케팅전에 발을 들여놓느냐를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파인라인의 예가 보여주듯, 홍보비용 급등은 예술영화 전문 배급사들의 당면 과제 가운데 으뜸이다. 소니픽처 클래식의 공동 사장 톰 버나드는 “최대의 부담은 <뉴욕타임스>의 높은 광고단가다. 인디영화의 주요 마케팅 통로는 신문인데 그 비용이 너무 커 소규모 배급사는 시장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버라이어티>에 밝혔다. 5월1일부터 전몰장병 기념일 사이 개봉작 편수가 5년 전의 25편에서 70편으로 증가한 현재 시장에서 충분한 홍보를 못하는 인디영화, 예술영화의 수명이 1주를 넘기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뜻이다.

물론 다양한 자구책도 개발중이다. 소니의 톰 버나드는 극장 중심의 마케팅을 하나의 돌파구로 꼽고 있다.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레퀴엠> DVD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아티잔은 세련된 취향과 도시 관객층한테서 강세를 보이는 DVD시장에서 희망을 읽는 중. 스스로의 경쟁력을 ‘합리적 비용으로 전미 배급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배급사’라는 점에서 찾는 라이온스 게이트는 해외영화제에서 구입한 예술영화와 알뜰하게 자체 제작한 저예산 상업영화를 섞어 배급하며 분기별 혹은 두달에 한편가량 전국 1천개 이상 스크린을 잡을 만한 상업성 있는 영화를 건다는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고 <버라이어티>는 전했다.

김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