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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아주 특별한 도시
2001-02-15

해외리포트/박스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값싼 동유럽 스튜디오나 이탈리아, 프랑스의 근사한 해변으로 가는 도중의 우울한 경유지로 인식되어온 독일이 미국영화의 로케 장소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장 자크 아노의 <문 앞의 적>,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캣츠 미아우>, 닉 놀테 주연의 <섹스의 탐구> 등이 베를린에서 촬영을 마쳤거나 진행중이며 이중 독일의 KC 메디엔과 미국의 라이온스 게이츠의 합작 <캣츠 미아우>는 계약 조건에 베를린을 주요 촬영지로 한다는 항목이 아예 포함돼 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단골 촬영지 캐나다를 떠나 최근 유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미국 제작자들이 독일을 매력적인 로케이션으로 보기 시작한 첫째 이유는 세제 혜택을 받는 약 40억마르크(약 18억달러)의 영화기금. 독일의 영화기금 아폴로 펀드의 얀 판틀은 이를 가리켜 “할리우드에 잡아먹히는 독일의 눈먼 돈이 아니라 유럽영화산업에 큰 도움이 되는 투자”라고 표현했다.

경제적인 이점 외에 할리우드를 포함한 국제적인 프로젝트들을 독일로 끌어들이고 있는 매력은, 나치 시대 건축과 옛 동독지역의 구조물의 기괴한 실루엣이 어울려 이뤄내는 베를린의 스카이라인이다. 컴퓨터 게임을 각색한 <내부의 악>, 미래 스릴러 <멸종의 시대> 등이 베를린을 완벽한 로케이션으로 지목했으며 최근 촬영을 마친 <이퀼리브리움>은 베를린의 올림픽 스타디움과 템펠호프 공항을 활용했다. 독일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가 최근 들어 부쩍 많아진 것도 보탬이 됐다. 독일 주둔 미군기지를 무대로 한 <버팔로 솔저스>, 이스트반 자보의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전기영화 <테이킹 사이즈>, 토니 스콧의 <포츠담 광장> 등이 시나리오가 이끄는 대로 독일에서 제작된다. 최근 독일 로케 붐의 걸림돌은 공공 보조금을 지급하는 캐나다와 달리 융자 형태로 영화제작을 지원하는 독일의 기금 운용방식과 출연 배우들에게 미국보다 훨씬 높은 세금을 물리는 세율.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의 매니징 디렉터 라이너 샤퍼는 프로젝트 유치를 위해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무튼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달러화의 강세 속에 있는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독일 선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