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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낭자한 센티멘털리즘
2001-02-21

유혈낭자한 센티멘털리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신작 <브라더> 일본 개봉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먼저 공개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신작 <브라더>가 일본 전국의 170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개봉 첫날인 1월27일 도쿄에는 3년 만에 큰눈이 내렸지만, 감독 등의 무대인사가 벌어질 긴자의 극장 <피카디리2> 앞에는 밤을 새워가며 기다린 100여명을 포함해 800여명이 개장 전부터 줄지어 있었다.

조직의 존속을 위해 동생이 있는 LA로 피신한 야쿠자 야마모토는 동생이 흑인 친구들과 어울려 마약을 팔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마약거래를 하다 싸움이 붙은 동생을 돕던 야마모토는 남미계 조직 등을 상대로 차례차례 싸움을 벌이며 자신의 조직을 만들어간다. 현지 야쿠자와 연합하는 등 세력을 키워가던 그는 마침내 이탈리아계 마피아와 결전을 벌이게 된다. 일·영 합작영화인 <브라더>는 LA에서 대부분 로케이션을 진행했고 주역 중 하나인 대니 역에 미국배우 오마 엡스를 기용하는 등 국제시장을 향해 제작된 작품이다. 또 주연배우 마키 구로우와 절친한 힙합 가수 ZEEBRA가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고 만든 라는 곡도 1월25일 발표하자마자 히트 차트에 6위로 등장해 화제도 모으고 있다.

무대인사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타노 감독은 “편집작업이 끝나던 시점에 이 영화는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음 작품에 대해서 생각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신은 영화를 찍으며 삶과 죽음이라는 테마를 중요시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여러 가지 설명은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나는 관객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란 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이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그것은 옳다”고 답했다.

첫회 상영 뒤 벌어진 무대인사에서는 감독과 출연한 다섯명의 남자배우들이 열광적인 환성과 박수를 받았다. <그 여름 한없이 조용한 바다> 이래 10년 만에 기타노 작품에 출연한 마키는 “훌륭한 선배들 가운데 이렇게 설 수 있어서, 그리고 이토록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기쁘다”고 인사했다. 코미디언인 기타노 감독은 “구름이 하나도 없는 날에 와줘 감사드린다”며 관객을 웃긴 뒤 “이 영화로 하나의 획을 그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런 개성이 풍부한 배우들과 같이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고 했다. 또 공포탄을 사용해 녹음했던 권총 소리에 만족할 수 없어 다시 LA으로 가 영화에 등장하는 권총과 실탄을 이용해서 다시 녹음했다는 에피소드 등을 소개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 영화는 격렬한 권총 소리와 피가 어우러지는 폭력 액션 작품이 됐다. 그러나 기타노 감독이 스스로 연기하는 주인공의 강한 센티멘털리즘에 대해서는 거부반응도 느낄 수 있었다.

도쿄=사토 유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