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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열풍, ‘데이즈’ 선풍
2001-02-21

‘시스터’ 열풍, ‘데이즈’ 선풍

영화 제목 짓기는 아이 이름 짓기만큼 어렵다는 게 할리우드 마케팅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이미 좋은 제목은 다 쓴 것 같고, 하나를 지어놓으면 어디선가 항의가 들어올 것 같다. 게다가 흥행에 실패하면 ‘제목 때문’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제목이 안 떠오를 때는 최대한 미루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드림웍스의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개봉 직전까지도 ‘제목 미정 카메론 크로우 프로젝트’로 불려졌다. 빌보드 히트곡에서 슬쩍 따오기도 한다. <프린세스 오브 블러바드>는 <프리티 우먼>으로 바뀌었다. 안 좋긴 하지만, 가장 정확한 제목이라고 생각해서 밀고 나가는 경우도 있다. 줄리아 로버츠와 브래드 피트 주연의 <멕시칸>은 반발도 심했지만, 영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다고 생각해서 그냥 뒀다. 사실 그들도 어떤 제목이 더 좋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할리우드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아메리칸’이라는 제목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에서야 상관없지만 해외에서 정서적 반발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메리칸 뷰티>가 성공한 뒤 ‘아메리칸’ 영화는 부지기수로 쏟아진다. <아메리칸 파이> <아메리칸 히스토리 X> <아메리칸 사이코> <아메리칸 버진> 등등.

가장 좋은 방법 하나는 유행을 따르는 것이다. 몇년 전에 할리우드는 ‘시스터’에 탐닉했다. <시스터즈> <시스터, 시스터> <시스터, 만이 시스터> 등등. ‘걸’도 마찬가지다. <바 걸> <버펄로 걸> <쇼걸> <배드 걸스> 등. 최근에는 ‘데이’ 선풍이 있었다. <엔드 오브 데이즈> 등.

그러나 “개봉하고 흥행에 성공하기 전까지 좋은 제목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성공하고나면 갑자기 엄청난 제목이라고 난리를 떤다”는 것이 가장 정확한 ‘사실’이라고 인데버영화사의 마케팅 담당인 데이비드 바이츠너는 말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에로영화처럼, 히트한 영화의 제목을 교묘하게 변형시키는 데 몰두하는 포르노영화사가 오히려 솔직하다는 말도 있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로, <한니발>은 로 바꾼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