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작업 끝, 파업 시작?
2001-02-21

작업 끝, 파업 시작?

◆할리우드, 4월로 예정된 배우·작가 파업 앞두고 촬영 강행군

“파업 이전에 전부 마쳐라.” 할리우드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오는 봄에서 초여름, 배우와 작가들의 파업이 시작되기 전까지, 촬영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일급 배우들은 쉴새없이 촬영장으로 불려나가고 있고, 스탭들은 밀려드는 일거리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바쁘고 풍족한 생활도 조만간 막을 내릴 전망이고 보면, “붐은 붐이되 즐거운 붐이 아니”라는 것이, 파업에 대비하는 지금, 할리우드 영화인들의 심경이다.

<버라이어티> 최근호는 할리우드 비상시국을 1면 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작품 사이에 휴지기를 두게 마련인 특급 스타들이, 최근 들어 끊임없이 영화를 찍고 있다는 것이다. 톰 크루즈는 <바닐라 스카이>를 마치자마자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촬영하고 있는데, <아이즈 와이드 셧>에 18개월 동안 매달렸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본래 무리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니다. 브루스 윌리스도 <밴디트>에 이어 를 찍는다. 줄리아 로버츠 역시 <아메리카 스위트하트>와 <오션스 일레븐>에 이어, 제목 미정의 혁명영화에 출연을 약속했다. 스튜디오들이 스타 모셔가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곧 닥칠 파업에 대비하고 위축된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것. 배우 에이전트들은 출연 요청을 수락하는 대신 스튜디오에 파업 사후 대책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각 스튜디오의 책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할리우드가 제작중인 대작의 편수는 지난해에 비해 10∼20%가량 치솟았다. 영화와 TV프로 제작은 봄부터 더욱 증가할 전망. ‘사재기’를 방불케 하는 프로덕션 붐에, ‘한다면 한다’는 의지까지 결합돼 이상 열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프로듀서들도 기존의 계획을 수정하고 보완하느라 고심중이다. <매트릭스>의 속편을 진행중인 조엘 실버는 예정된 호주 촬영을 뒤로 미루고 먼저 캘리포니아에서 촬영한 뒤, 특수효과작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맨 인 블랙2> 등 특수효과의 비중이 큰 영화들의 공통된 전략이기도 하다. 스탭들의 업무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리우드 내부에선 “파업이 가까워오면 24시간 내내 일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을 벗어난 다른 곳을 촬영지로 점찍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캐나다는 예매가 끝났다”고 할 만큼 인기이고, 영국, 독일, 호주, 멕시코, 동유럽까지 영화내용과 무관하게 새로운 로케이션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공급이다. <버라이어티>는 얼마간은 ‘비축’해 놓은 ‘비상식량’을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한다. 메이저 스튜디오 중 라인업이 가장 촘촘한 유니버설의 경우, 후반작업중인 작품 10편, 촬영중인 작품 5편, 기획중인 작품 7편으로, 향후 6개월은 지탱할 수 있을 거라고 내다본다. 스탭들 실직도 심각한 문제다. “만일 파업이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당분간은 재고 정리 때문에 실직상태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누구보다 긴장하고 있는 건 극장주들이다. 파업으로 위축된 할리우드의 물량 공급이 원활치 않으리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 할리우드가 파업의 난관을 어떻게 돌파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