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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이여, 균등한 열정을 가져라
2001-03-02

배리 레빈슨 감독, 불성실한 마케팅 이유로 드림웍스 상대 소송 제기

할리우드영화 마케팅의 위력은 영화 자체의 작품성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자사의 작품을 올려놓았던 미라맥스는 변변찮은 작품만 내놓은 올해에도 예상을 뒤엎고 범작 <초콜렛>을 노미네이트시켰다. 하긴 이러한 미라맥스의 마케팅 실력은 세상이 인정한 바이다. 스튜디오들이 마케팅 비용으로 다른나라 영화 한편 제작비의 몇 곱절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이유는 이미 마케팅이 영화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마법의 손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법의 손이 스튜디오의 모든 영화를 공평하게 어루만지지는 않는 것 같다. <레인맨> <왝 더 독>의 백전노장 감독 배리 레빈슨은 최근 자신의 영화 <에버래스팅 피스>가 드림웍스의 성의없는 마케팅으로 사장됐다며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

1천만달러의 소규모 예산으로 북아일랜드에서 촬영된 이 코미디영화는 레빈슨 감독 외에 알아볼 만한 이름 하나 없는 인디 규모의 영화지만 , <뉴욕타임스>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는 홀리데이 시즌인 지난달 초 11개 극장에서 7만5천달러의 흥행만을 올린 뒤 조용히 사라졌다.

레빈슨 감독은 최근 제프리 카첸버그 회장에게 편지를 보내 “내 영화 경력 중 가장 실망스런 경험”이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신문광고의 핵심이 되는 평론가의 코멘트를 단 한줄만, 그것도 비유력지의 평론을 실은 것, 영화적 수준이 낮은 LA 근교 우드랜드 힐에서 테스트 시사회를 가진 뒤 호응이 낮다는 이유로 개봉관 수를 줄인 점 등을 들면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작할 정도로 훌륭한 내 영화를 성의없고 열의없는 마케팅이 죽여놨다”며 흥분했다.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제롬 오코너는 한술 더 떠 “IRA를 등장시킨 영화에 대해 영국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는 정치적 이유로 아일랜드 개봉을 취소시키는 등 영화를 망쳤다”며 지난주 드림웍스를 상대로 1천만달러의 소송을 걸었다.

제프리 카첸버그는 이에 대해 “영화제나 시사회에서 반응이 안 좋았던 이 영화에 대해 열정을 다해서 마케팅을 했다”고 변명했지만 재판이 실제 벌어질 경우 자신들의 ‘열정’에 대한 눈에 보이는 증거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하지만 이같은 소동에도 불구하고 “많이 써서 크게 번다”는 스튜디오의 철칙이 살아 있는 한, 블록버스터영화의 마케팅에도 일정이 바쁜 스튜디오 담당자들에게 작은 영화에 좀더 성의를 기울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LA=이윤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