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후보작 발표 - <글래디에이터> 최다부문

작품난에 대한 우려와 분분한 예측을 뒤로 하고,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각 부문 후보를 추리고 행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13일 아카데미상 후보가 최종 확정 발표됐다. 수상이 유력하다고 점쳐진 작품들이 주요 부문에 두루 지명됐는데, 이중 <글래디에이터>가 12개 부문에, <와호장룡>이 10개 부문에 올라 있다. 이 밖에 <에린 브로코비치> <트래픽> <초콜렛>이 5개 부문 수상 후보로 지명됐다.

올 아카데미의 최고 이슈는, 외국어영화로서 역대 아카데미 최고 노미네이션을 기록한 <와호장룡>이다. <와호장룡>은 미국 내 최고 흥행기록(6천만달러)을 수립한 외국어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제치는 등 높은 대중적인 지지도를 보이고 있는 중. 그러나 최우수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동시 지명된 와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와호장룡> 역시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그치지 않겠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스페인 출신의 자비에 바르뎀, 프랑스 출신 줄리엣 비노쉬가 남녀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외국 배우들의 활약상도 주목받고 있다. 언론들은 <에린 브로코비치>와 <트래픽>으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동시에 오른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딜레마’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두편이 서로 경쟁하고 표를 깎아먹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소더버그의 수상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 최근 소더버그가 두 작품으로 골든글로브 감독상 후보에 지명됐다가 수상하지 못했고, 1938년 두 작품으로 감독상 후보에 오른 마이클 커티즈가 탈락했던 선례도, 이런 비관적인 예측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딜레마라면, 올해 최고의 노미네이션을 자랑하는 <글래디에이터>에도 있다. 지난해 초여름 개봉한 이 작품은 비교적 최근 개봉했거나 상영중인 <와호장룡>이나 <트래픽>에 비해 신선도가 떨어지는 데다가, 여름 블록버스터라는 점이 의식적인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캐스트 어웨이>가 2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는 데 그쳤다는 사실과 <초콜렛>이 미라맥스의 로비 덕에 5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는 사실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남녀주연상 수상 후보는 한둘로 좁혀지고 있다. 여우주연상은 <에린 브로코비치>로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줄리아 로버츠가 유력하며, 남우주연상은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와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의 2파전이 예상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내다보고 있다. 5천명 남짓한 아카데미 회원들은 이제부터 총 23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242편의 영화들을 두고 고심하게 된다. 결과는 오는 3월25일 LA 슈레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리는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박은영 기자

최우수작품...<초콜렛> <와호장룡> <에린 브로코비치> <글래디에이터> <트래픽>

감독...스티븐 달드리(<빌리 엘리어트>) 리안(<와호장룡>) 리들리 스콧(<글래디에이터>) 스티븐 소더버그(<에린 브로코비치> <트래픽>)

남우주연...자비에 바르뎀(<밤이 오기 전에>) 러셀 크로(<글래디에이터>) 톰 행크스(<캐스트 어웨이>) 에드 해리스(<폴록>) 제프리 러시(<퀼스>)

여우주연...조앤 앨런(<컨텐더>) 줄리엣 비노쉬(<초콜렛>) 엘렌 버스타인(<꿈을 위한 레퀴엠>) 로라 리니(<유 캔 카운트 온 미>) 줄리아 로버츠(<에린 브로코비치>)

남우조연...제프 브리지스(<컨텐더>) 월렘 데포(<뱀파이어의 그림자>) 베니치오 델 토로(<트래픽>) 앨버트 피니(<에린 브로코비치>) 호아킨 피닉스(<글래디에이터>)

여우조연...주디 덴치(<초콜렛>) 마르시아 게이 하든(<폴록>) 케이트 허드슨(<올모스트 페이머스>) 프랜시스 맥도먼드(<올모스트 페이머스>) 줄리 월터스(<빌리 엘리어트>)

외국영화...<아모레 페로>(멕시코) <와호장룡>(대만) <디바이디드 위 폴>(체코) <에브리바디 페이머스>(벨기에) <타인의 취향>(프랑스)

오리지널 시나리오...<올모스트 페이머스> <빌리 에리어트> <에린 브로코비치> <글래디에이터> <유 캔 카운트 온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