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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보다 하나
2001-03-12

영국의 파인우드 스튜디오, 셰퍼튼 스튜디오와 합병

유럽 최대의 영화 스튜디오 두곳이 하나의 깃발 아래 뭉친다. 007 시리즈의 촬영지로 유명한 영국의 영화 스튜디오 파인우드 스튜디오는 최근 라이벌 업체인 셰퍼튼 스튜디오를 합병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벤처캐피털 업체 3i에 의해 인수됐던 파인우드 스튜디오는 셰퍼튼 스튜디오 인수로 명실상부한 유럽 최대 규모의 스튜디오로 떠오르게 됐다. <블레이드 러너> <셰익스피어 인 러브> <탑건> <노팅힐> 등을 찍은 셰퍼튼 스튜디오의 매각금액은 3500만파운드(약 630억원)로 알려졌다. 새로운 경영체제의 구체적인 모양새에 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지만, 영국 언론들은 이 1억파운드짜리 초대형 스튜디오를 이끌 선장으로 영국 TV방송사 <채널4>의 간부 출신인 마이클 그레이드 현 파인우드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 셰퍼튼의 공동 소유주였던 리들리와 토니 스콧 형제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존재가 새로운 스튜디오에 예술적 통일성을 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영화계는 이번 합병 결정을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몇년간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영국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융통성 있게 일할 수 있는 스페인, 동유럽, 캐나다, 호주 등을 촬영장소로 선호, 영국영화산업이 크게 위축돼왔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의 대규모 파업사태가 예상된다는 점도 이 스튜디오의 출현에 기대를 걸게 하는 이유다. 만일 파업이 심각해질 경우 그동안 영국에서 심심치 않게 작업해온 디즈니, 파라마운트를 비롯한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초대형 스튜디오를 확보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적자원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이곳으로 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국영화계는 이번에 탄생하는 대형 스튜디오가 영국영화산업의 합리화, 대형화 추세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합병으로 영국이 할리우드에 맞서는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일부 영국 언론의 주장에 대해 다운타운 픽처스라는 영화사의 관계자는 “절대로 할리우드와 경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최대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