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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블랙박스] 강릉시, 독립영화 정책을 위한 비전 발표하다

지난 1월17일 강원도 강릉시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독립영화 정책의 비전을 발표하는 드문 자리가 마련되었다. 강릉시가 발주한 ‘독립영화도시 강릉조성 연구용역’(이하 연구용역)에 대한 결과를 공유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서 독립영화단체, 전용관, 영화제, 미디어센터의 주요 실무진과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이 두루 모였다. 앞서 강릉시는 2016년 12월 지역을 독립영화도시로 브랜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첫걸음으로 18년째 개최되어온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예산 증액과 2016년 2월 휴관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하 신영)의 재개를 위한 극장 임대료 지원을 확정하였다. 이에 따라 신영은 오는 3월을 목표로 재개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영 휴관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사업 중단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관련 사업이 현 정국에 블랙리스트와 연관되어 있음을 추적하면, 문화·예술계 파행이 소도시 관객의 향유권에까지 영향을 행사할 정도로 구체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소외는 반대급부를 낳았고, 신영 휴관은 지자체의 지원을 끌어내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다. 연구용역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1) 기존 사업에 대한 안정적 지원, 2) 신규 사업에 대한 기회 확대, 3) 인적 네트워크 조직화에 대한 요청, 4) 독립영화사업을 아우르는 종합 공간 마련, 5) 자발적 시민 참여 방안 모색 등 평이하고 상식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무엇을 하겠다는 사업의 나열이 아니라 이를 고민하는 태도에 있다. 사업의 전제 단계에서 시민 영역의 노력을 분명히 하고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정책 철학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 독립영화의 기본 정신을 구현하는 도시로서 비전을 세우고 ‘독립영화의 저항 의식과 비판 정신을 이해하는 도시’로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소박하지만 원칙에 충실한 계획이었다. 그동안 정부의 영화정책에서 독립영화가 산업의 상대 영역으로 대상화되진 않았는지, 그로 인해 한계와 고립이 발생하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강릉시의 연구용역은 어디까지나 개발 단계인 바, 향후 지자체가 이를 얼마나 힘차게 추진해갈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시대착오적인 정책의 그늘 아래 있는 독립영화인에겐 새로운 생태계를 상상하는 단비와 같은 시간이었다. 블랙리스트로 기관의 영화정책의 권위가 크게 상실된 지금, 새로운 정책 수립이 긴급히 요구된다. 지역과 독립영화 모두 앞으로 전향적 키워드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