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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펠리니, 베꼈나?
2001-03-20

통신원리포트/로마

난니 모레티 신작 <아들의 방>, 표절논란

1993년 <나의 일기>(Caro Diario)에서 난니 모레티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유적의 도시와는 거리가 먼, 또다른 로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칸 감독상을 수상하며 우리에게 알려졌다. 그뒤 많은 영화를 만들며 자신의 스타일을 세계에 알리고, ‘제2의 펠리니’라는 영광스런 호칭으로 불리며 꾸준히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고 자신의 영화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는 거의 2년에 한편 정도의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올해에도 많은 기대 속에서 새 영화인 <아들의 방>(La Stanza del Figlio)의 촬영을 끝마쳤다. 현재 편집 작업중인 이 영화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난니 모레티), 평범한 어머니, 그리고 아들과 딸로 구성된 평범한 가족. 그러나 그 평범함 속에서 특히 아들과 아버지 사이의 세대간 갈등이 쌓이며, 결국 그런 갈등은 백혈병을 앓는 아들의 죽음으로 영원히 풀리지 않게 된다. 아들의 죽음은 부모들로 하여금 아무런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없게, 그리고 무기력한 생활에 빠지게 한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속한 사회와 스스로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아이러니 등을 통해 표현해왔다. 그러나 1998년작 에서 그의 영화적인 표현은 달라진다. 처음으로 아빠가 되는 한 감독(모레티 자신)의 이탈리아 정치에 대한 불만과 아기를 향한 서투른 애정을 담은 을 찍는 동안 그는 자신의 첫아이를 맞이해 ‘네오 파파’가 됐고, 갓 태어난 자신의 아기를 영화에 출연시켰다. 펠리니가 감독의 고독함을 그 나름대로 표현했듯이 모레티는 영화를 자신의 생활로 들여놓고, 꾸밈없는 솔직함으로 자신과 그리고 영화를 이야기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이전과는 달리 상징적인 인물을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의 본질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경향은 이번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바로 이 영화가 표절 논쟁에 휘말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탈리아의 여류 작가 아르칸젤라 갈루조는 모레티와 그의 동료인 안젤로 바르바갈로가 함께 쓴 시나리오가 자신의 1997년작 <단지 약간의 거짓말>을 표절했다며 감독의 해명을 요구했다. <단지…>는 성공한 한 여자의 삶이 백혈병을 앓는 딸의 죽음을 겪으면서 바뀐다는 내용. 작가쪽은 이 시나리오가 넓게는 정신분석학적인 스토리와 플롯부터 백혈병에 걸린 자식과의 갈등이나 부부 갈등까지, 세부적으로는 검은 색 강아지의 등장, 공동묘지 장면까지 많은 부분이 자신의 소설과 흡사하다며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자신의 소설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바르바갈로는 “신문에 실린 짧은 영화 줄거리를 읽고 그런 비난을 하다니 경솔한 행동”이라며 작가의 무분별함을 비난했다. <아들의 방>은 3월 개봉될 예정이다.

로마=이상도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