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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지상중계
정지혜 사진 백종헌 2017-08-14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

8월 8일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서울지방 변호사회에서 “그것은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은 2013년 제작된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해당 영화의 연출을 맡은 영화감독 김기덕이 출연 여성배우 A씨에게 자행한 폭행과 강요 등이 문제가 돼 공대위가 꾸려졌고, 공대위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한 사건이다. 공대위의 공동변호인단 중 한명인 서혜진 변호사의 경과 보고는 다음과 같다. “2013년 3월 2일 피해자인 여성배우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에 ‘엄마’ 역할로 캐스팅이 확정됐다. 3월 9일부터 양일간 피해자는 자신의 전체 출연 분량의 70%를 촬영했고 이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의 폭행 및 시나리오에 없는 연기 강요가 있었다. 2013년 3월 13일 피해자는 촬영 과정에서의 감독의 폭행과 강요를 이유로 제작사인 김기덕필름쪽과 수차례 상의 후 최종 하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피해자는 피해사실에 관해 여성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 등과 상담을 진행해왔다. 2017년 1월 23일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산하 영화인 신문고에 이 사건에 대한 진정이 접수됐고 이후 영화인 신문고가 피해자와 김기덕 감독을 상대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7월 5일 영화계, 여성계, 법조계로 이뤄진 공대위가 구성됐다. 7월 26일 공대위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기덕 감독을 ‘강요, 폭행, 모욕,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이것은 성폭력 사건이다

공대위쪽은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간략한 경과 보고만을 전할 수밖에 없음을 언급했다. 공대위 주최에는 여성영화인모임,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찍는페미,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한국여성의전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등을 포함한 136개 단체·기관과 공동변호인단 등 개인 13명이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피고소인 김기덕은 “따귀를 때린 폭행 부분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어떤 경우든 연출자 입장에서 영화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하다 생긴 상황이고 다수의 스탭이 보는 가운데서 이뤄진 일인 만큼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대해 공대위는 “배우의 감정이입을 위해 실제로 폭행을 저지르는 것은 ‘연출’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될 수 없다. 이는 ‘연출’이 아니라 ‘폭력’이다. 성폭력 장면을 리얼하게 찍기 위해 배우와 사전합의 없이 실제 성폭력을 행할 수 없으며 살해 장면을 리얼하게 찍기 위해 직접 살해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영화 연출자 아닌 사람들도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라며 반박했다.

또한 공대위는 이 사건은 “단순히 한명의 영화감독과 한명의 여성배우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영화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와 자신이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영화 촬영현장을 비열하게 이용한 사건이다. 수많은 영화 스탭들이 보는 앞에서 배우의 뺨을 때리고 폭언을 퍼붓고 모욕을 줬으며,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상대배우의 성기를 직접 잡게 하는 행위를 강요하고 사실과 다른 소문을 퍼트려 피해를 입은 여성배우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다. 영화업계의 폭력적인 노동환경과 뿌리 깊은 인권침해”라는 점을 정확히 적시했다. 지난해부터 영화계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성폭력 문제에 대한 피해자들의 증언과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과 이번 사건이 같은 뿌리임을 지적하며 공대위는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STOP_영화계_내_인권침해’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함께 내걸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 사건은 감독과 배우라는 전형적인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배우에 대한) 감독의 폭력과 모욕은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다시는 이 바닥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 등의 협박을 받으며 피해자는 고통받아왔다. 또한 ‘이것이 관행이다, 현장에서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등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은 피해자로 하여금 피해 사실을 더욱 말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며 “폭력으로 연출된 영화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직장 내 조건 차, 지위 차에서 오는 ‘섹슈얼 허레스먼트’(Sexual Harassment)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성폭력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법에도 없는 ‘갑질’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발고(發告)됐다. 한국적 위계구조에서 이 사건을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채윤희 여성영화인모임 대표는 “할 말이 많으면서도 할 말이 없다. 영화계를 대표해서 이 자리에 앉은 게 부끄러울 정도”라며 “이런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으나 올봄 들어서야 여성영화인모임이 주축이 돼 범영화계에 성평등대책위를 만들기 위한 영화계 내 성폭력 관련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여성영화인모임,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실태조사 중이다. 9월 중으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향후 이 문제제기를 정례화해 다룰 수 있는 기구까지 마련할 계획”이라 전했다. 공대위는 이 문제를 상시적으로 다룰 수 있는 공식 기구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그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안병호 위원장은 “영화계 현장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의 공대위에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 찍는페미 등 영화계 4개 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향후 다른 영화인모임들도 이 문제에 목소리를 내주길, 자정의 목소리가 좀더 커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재승 찍는페미 대표는 “한 사람이 목격하고도 방관하기 시작하면 모두가 그렇게 된다. 하지만 한두 사람이 지적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기 시작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다”라고 힘을 더했다.

여성배우의 신상 파헤치기를 중단하라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 역시 “영화 촬영을 빌미로 촬영장 안팎에서 인격적으로 모욕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함으로써 인권침해를 가하는 것은 촬영을 빙자한 횡포이자 범죄행위다. 자기반성이나 진솔한 사과는커녕 ‘연기지도’, ‘연출’, ‘무단 이탈’ 등의 단어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건 또 다른 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언론의 보도 태도도 꼬집었다.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언론의 자극적인 추측성 기사는 자제해달라. 그보다는 문화예술계 전반에 만연한 인권침해 실태와 개선책, 법제도나 대응 매뉴얼 마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전했다. 공대위는 언론이 계속해서 여성배우 A씨가 누구인지, 왜 4년이나 지난 시점에 고소를 진행하는지 등 추측성 보도와 피해자 신상 파헤치기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공대위의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하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피고소인이 자행한 폭행과 강요죄 등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진행하라! 하나. ‘연출’이라는 명목으로 출연배우들에게 자행되는 폭력, 강요 등의 문제해결을 위한 영화계 내 자정 노력을 촉구한다! 하나. 정부는 영화계 내 인권침해, 처우개선을 위한 정기적 실태조사 실시 및 관련 예산을 적극 마련하라! 하나. 언론은 사건에 대한 추측성 보도와 피해 여성배우의 신상 파헤치기를 당장 중단하라!

신고전화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8월 8일부터 9월 7일까지 한달간 영화계 및 문화예술계 성폭력 등 인권침해 관련 신고 전화를 운영한다.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로 연락하면 된다. 전화번호 02-599-0222, 팩스 02-599-1215, 이메일 kcwcr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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