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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영화 <판타스틱 우먼>을 비롯한 최근 5년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의 주인공은?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영어 이외의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 가운데 하나의 작품을 골라 ‘외국어 영화상’을 수여했다. 생소한 국가와 감독의 작품이 후보에 오르며 관심의 대상이 됐다. 4월 19일 개봉한 칠레 영화 <판타스틱 우먼>이 2018년 제90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의 주인공이 됐는데, <판타스틱 우먼>을 포함한 최근 5년간의 수상 국가가 모두 다르다는 점도 흥미롭다. 아카데미의 선택을 받았던 최근 5년간의 외국어 영화상 수상작을 정리했다. (연도순)

<그레이트 뷰티>

2014년 제86회 <그레이트 뷰티> (이탈리아/파울로 소렌티노)

이탈리아 로마, 성공한 저널리스트 젭은 65세의 나이에도 활력 넘치는 삶을 살고 있다. 젭은 사교계 유명인사로 65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성대한 파티를 열 정도의 부와 명예를 가졌다. 하지만 어떤 화려한 파티와 예술도 그의 마음을 울리지 못하던 와중, 어느 날 18세 시절 첫사랑의 부고를 듣고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을 떠올린다.

파울로 소렌티노의 <그레이트 뷰티>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가졌던 로마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웅장한 문화유산이 도시 곳곳에 자리 잡은 로마는 영화 속에서 지나간 아름다움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 헤매던 젭의 모습은 상위 1%의 삶 속에서도 어딘가 공허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카메라 워크의 화면에 담긴 아름다운 경관들은 <그레이트 뷰티>가 보여주고자 하는 권태의 이미지를 아이러니하게 드러낸다.

비슷한 소재와 주제의식으로 페데리코 펠리니의 <달콤한 인생>(1960)을 떠올리게 하는 <그레이트 뷰티>는 현재의 새로운 시선으로 로마를 담아내며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 후보에 올랐다. 그해 미국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영국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까지 휩쓸었다.

<이다>

2015년 제87회 <이다> (폴란드/파벨 파블리코프스키)

수녀원에서 고아로 자란 소녀 안나는 수녀가 되기 직전 유일한 혈육인 이모 완다의 존재를 알게 된다. 자신의 본명이 이다임을 전해 듣게 된 그녀는 이모를 만난 이후 가족에 관한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알게 되며 혼란에 빠진다.

흑백 화면에 고결하게 수 놓인 영화 <이다>는 간결하고 정적인 수녀의 삶을 담고 있지만, 프레임의 구성이 눈을 뗄 수 없게 흥미로운 영화다. 마치 사진가의 예술적 야심이 드러나듯 모든 장면 속 피사체의 구도가 파격적이다. 의도적으로 삐뚠 화면, 인물의 두상만 겨우 걸쳐진 화면, 프레임의 가장자리에 인물을 배치한 화면 등 기존의 영화문법을 완벽히 깨뜨린다.

이러한 촬영을 고집했던 촬영감독과 이를 반대하던 감독의 의견 대립이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이다>는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는 동시에 촬영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울의 아들>

2016년 제88회 <사울의 아들> (헝가리/나즐로 네메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시체를 처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존더코만도’라 불리는 이들은 유대인이자 중간자로서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다. 어느 날 존더코만도 소속의 남자 사울 앞에 어린 아들의 주검이 도착한다. 사울은 시체더미 사이에서 아들을 빼내 장례라도 치러 주고자 랍비를 찾아 헤맨다.

헝가리 출신 나즐로 네메스의 강렬한 데뷔작 <사울의 아들>은 촬영 방식부터 관객을 힘겹게 만든다. 4:3 비율의 화면을 주인공의 뒤통수로 가득 채우고, 그의 시선이 향하는 대로 카메라가 이동한다. 관객들은 사울의 시선과 걸음을 대리 체험하며 화면 귀퉁이에 흐릿하게 들어와 있는 학살을 목격한다. 홀로코스트라는 무거운 주제 앞에 이 끔찍한 죽음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감독의 고민이 드러난 선택이다. 그러나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되려 훨씬 괴로운 대리 체험을 안긴 선택은 엇갈린 반응을 낳기도 했다.

<사울의 아들>은 신인 감독의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으로 2015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포함해 4개 상을 수상했고, 이후 전 세계 영화제를 휩쓸며 수십여 개의 트로피를 석권했다.

<세일즈맨>

2017년 제89회 <세일즈맨> (이란/아쉬가르 파라디)

어느 날 밤,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붕괴 위기에 처한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다. 이곳에 살던 극단 배우 부부 에마드와 라나는 운 좋게 새 집을 구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새집에서 라나는 낯선 사람으로부터 습격을 받는다. 게다가 그 외 다른 불편한 상황들에 처하게 된 에마드의 분노는 범인뿐만 아니라 집을 소개해준 동료와 아내에게 향한다. 에마드는 꼬여버린 상황과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범인을 찾아 나선다.

사건이 꼬리를 무는 식으로 뻗어나가며 얽히고설킨 사연이 점차 드러나는 스토리텔링은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주특기다. 여기에 다큐멘터리를 보듯 사실적인 묘사가 더해지며 각 인물들의 이면에 숨겨진 모순들을 극대화시킨다. 윤리적인 판단이 어려운 애매한 상황들이 겹겹이 쌓이고 관객들은 더욱 몰입하게 된다. <세일즈맨>은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의 작품 세계와 그 연극에서 연기하는 부부의 현실 세계가 절묘하게 겹치며 긴장을 지속시킨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2013)로 이목을 끌었던 이란 감독 아쉬가르 파라디는 세계가 주목하는 주요 감독으로 부상했다. 한편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며 시상식에 불참했다.

<판타스틱 우먼>

2018년 제90회 <판타스틱 우먼> (칠레/세바스티안 렐리오)

낮에는 웨이트리스, 밤에는 재즈 바 가수로 활동하는 마리나는 남자친구 올란도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경험한다. 그러나 올란도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시간을 보낸 사람이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마리나는 범죄자 취급을 당한다. 사소한 문제들까지 마리나의 탓으로 돌리는 주변인들로 인해 마리나는 연인의 죽음보다 눈앞의 편견을 견뎌내는 일이 급하다.

중년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고독을 그린 전작 <글로리아>(2013)로 제63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칠레 감독 세바스찬 렐리오의 신작이다. 더욱 다채로운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그의 소망이 담긴 <판타스틱 우먼>은 사회의 편견을 섬세히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며, 제67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포함해 3관왕에 올랐다. 또 칠레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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