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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따라갈까 말까
2001-03-20

디지털 프로젝션 시스템 제공 제의, 극장주는 회의적

21세기 극장에선 필름이 사라지고 말 것인가. 지난 3월5일부터 8일까지 전세계 극장 경영자들이 한데 모인 쇼웨스트(ShoWest)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디지털’이었다. 매년 3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쇼웨스트는 극장 경영자들이 모여 신작을 감상하는 자리. 그러나 올해는 작품에 대한 관심보다는 ‘디지털 시네마’의 낙관적 또는 비관적인 미래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하게 진행됐다.

디지털 논의에 불이 붙은 것은, 행사 동안 영화 외부의 거대 투자자들이 디지털 영화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히면서부터. 극장 경영자들을 놀라게 한 발표 중 하나는 1천개의 극장에 디지털 프로젝션 시스템을 제공하겠다는 테크니컬러 디지털 시네마의 제안. 이동통신사 테크니컬러와 광네트워크사 퀄콤의 조인트 벤처인 테크니컬러 디지털 시네마는 디지털 영화산업에 1억5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프로젝터의 설치와 운영비를 직접 부담하는 대신 극장으로부터 관객 한 사람당 12.5센트의 매표수익을 돌려받겠다는 것이 그 내용. 디지털 시네마에 뛰어든 또다른 큰손은 비행기로 유명한 보잉사다. 지난해 겨울 자체 보유한 인공위성으로 <바운스>를 테스트 상영한 바 있는 보잉사는, 쇼웨스트 기간중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신작 <스파이 키드>가 완성되자마자 위성을 통해 다운로드받아 상영했다. 이날 특별상영에는 관객은 물론 감독까지 셀룰로이드 상영 이상의 고화질에 만족스러워했다는 후문. “고화질, 저비용, 안전한 배급” 등을 내세우는 보잉사의 위성 전송 상영 방식은 1회 상영비용 500달러(기존 상영방식은 2천∼3천달러) 수준. 보잉은 각 극장 체인에서 디지털 프로젝터를 구입할 수 있도록 보잉 캐피털을 통해 자금을 리스해줄 계획도 갖고 있다. 100% 디지털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매드스턴 필름스는 구식 극장들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개조하고, 스포츠중계나 음악 콘서트, 비즈니스 회의 등 영화와 무관한 이벤트를 주최하는 등 디지털 극장을 다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소니사도 새로운 디지털 시스템을 테스트중이며, 한두달 안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극장 경영자들이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과연 한대에 15만달러를 호가하는 디지털 프로젝터를 ‘누가’ ‘어떻게’ 사들이느냐는 문제. “20년 가는 35mm 프로젝터를 3만5천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데, 2년만 지나면 뒤떨어질 디지털 프로젝터를 무엇 때문에 구입하겠냐”는 것이 극장주들의 입장. 이는 지난 한해 동안 메이저 극장체인을 중심으로 10건 이상의 도산이 발생하는 등 극장가의 재정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가속화한 고비용의 메가플렉스 건축 열풍 이후 출혈이 계속되고 있는 것. 극장쪽은 디지털 프로젝션 시스템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을 스튜디오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 프린트 비용(일년에 메이저 스튜디오 한곳이 본편과 트레일러 프린트에 들이는 비용은 1400만달러로 추산된다)과 수송비를 줄이고, 해적판의 위협에서 자유로워지는 등 스튜디오에 돌아오는 이익도 막대하기 때문. 스튜디오쪽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영화와 무관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당연히 극장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

관계자들은 디지털 상영이 단순한 테스트 차원을 뛰어넘으려면 4∼6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사이에 걸쳐진 암초는 많다. 아직 디지털 프로젝션 시스템이 정착하지 않은 까닭에 그 시스템의 ‘규격’을 두고도 일대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