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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 CGV용산의 <킬링 디어> 용씨네 GV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18-07-19

보고 나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영화

<씨네21> & CGV용산의 <킬링 디어> 용씨네 GV.

“용씨네의 첫 번째 영화로 <킬링 디어>를 소개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용씨네는 한달에 한번 CGV용산 아이파크몰점에서 <씨네21> 기자들과 함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이다. 7월의 개봉영화로 선정된 <킬링 디어> 용씨네 PICK이 7월 9일 오후 7시30분 CGV용산에서 열렸다. 이화정, 송경원 기자의 진행으로 문을 연 <킬링 디어> 용씨네 PICK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이 함께했다.

“주름이 촘촘히 잡혀 있다고 해야 할까. 이 주름들을 하나씩 펴다 보면 많은 이야기들을 마주할 수 있는 영화다.” 이화정 기자의 총평을 시작으로 <킬링 디어>의 주름을 하나씩 펴나가는 시간이 시작됐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킬링 디어>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으로, 성공한 외과의사 스티븐(콜린 파렐) 곁에 미스터리한 소년 마틴(배리 케오간)이 다가오며 완벽했던 삶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이 정도로 순수한 쾌감을 외면하긴 어렵다. 아마도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인상적인 한편이 될 것”이라는 송경원 기자의 말처럼 <킬링 디어>는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왜 이런 불쾌함을 극장에서 마주해야 하는지 질문을 하게끔 만든다. 때로 불쾌함은 예술의 중요한 속성이 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원형은 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신화에서 따왔다.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이 트로이 전쟁을 위해 원정을 떠났는데 바람이 불지 않아 2년이나 발이 묶이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유를 알아보니 예전에 아르테미스의 사슴을 쏘아 죽인 죄로 신의 분노를 산 것이었다. 아가멤논은 신의 저주를 풀기 위해 자신의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라는 신탁을 받는다. 처음엔 저항하다 결국 운명을 받아들이고 딸을 희생시키기로 하는데 죽은 줄 알았던 딸이 피 흘리는 사슴의 형상으로 변한다.”(송경원) 신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 후 신화의 구조와 영화가 얼마나 흡사한지를 상징적으로 비교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일종의 부조리극으로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적인 관습을 차용하되 결국엔 인간의 실존적 비극에 대한 성찰이 묻어난다.”

이화정, 송경원 기자(왼쪽부터).

이화정 기자는 이에 대해 또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신화에서 따온 게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다. 원래 그리스 사람이라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해석이 하나로 결정되는 걸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한편으론 신화보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전작들을 살펴보며 공부해야 하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송곳니>(2009)에서의 가부장적 권력 문제 등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 <더 랍스터>(2015)의 환상적인 설정도 녹아 있고 부조리극이란 측면에서는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하얀 리본>(2009) 같은 영화도 떠오른다. 정체모를 긴장감과 열린 결말이란 점에 <곡성>(2016)도 닮았다.” 송경원 기자도 견해를 보탰다. “시계 등의 소품을 보면 상징이 잘 압축돼 있다. 스티븐은 상황을 통제하고 싶은 사람이다. 마틴도 그 범주에 넣고 싶어 시계를 선물하지만 마틴은 통제 바깥, 더 높은 위치에서 그를 내려다본다. 그래서 두려운 거다.” 촬영과 미술에 대한 경탄도 이어졌다. “클로즈업을 할수록 인물들의 표정이 사라지는 게 독특하다. 마치 가면을 쓴 연극을 보는 기분이다.”(이화정) “카메라의 위치 하나도 범상치 않다. 부감, 앙각 등 익숙하지 않은 앵글들이 반복되는데 피사체와의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이 있어 지속적인 불편함을 준다. 아내나 딸을 찍을 땐 마치 제단 위의 제물처럼 묘사하기도 한다.”(송경원)

<킬링 디어>

늦은 시간이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관객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가운데 영화에 대한 해석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송경원 기자는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는 걸 아쉬워하며 “보고 나면 누군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질문 같은 영화다.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데 그래서 더 좋다. 그만큼 강렬하다는 의미”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화정 기자는 “첫 번째 용씨네를 좋은 영화와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 앞으로도 매달 진행될 용씨네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킬링 디어> 기사가 실린 <씨네21> 과월호를 관객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이날의 행사는 끝이 났다. 앞으로 매달 진행될 예정인 용씨네는 <씨네21> 독자 인스타그램과 CGV 홈페이지 및 모바일 앱 이벤트 페이지를 통해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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