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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
송경원 사진 최성열 2018-11-05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부르며 오케스트라 공연에 화답하는 노주코 글로리아 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음악은 위대한 축복이다. 음악은 우리를 기분 좋게 하고 자유롭게 하는 힘을 가졌다. 음악은 인간이 자유롭게 꿈꾸도록 만든다. 음악은 우리를 단결시켜 한목소리로 노래하게 만든다. 그것이 음악이 가진 가치다.” 넬슨 만델라는 그렇게 음악을 사랑했고, 음악의 힘을 믿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의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헤이트에 저항하다 내란음모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젊은 넬슨 만델라는 27년 후 머리가 하얗게 세고 나서야 석방될 수 있었다. 감옥 안에서도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을 멈춘 적이 없었던 넬슨 만델라를 세상 밖으로 이끈 힘은 다름 아닌 음악이었다. 1988년 6월 11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5년째 수감 중이던 만델라의 70살 생일 축하 콘서트가 열렸다. 스팅, 조지 마이클, 스티비 원더 등 83명의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참여한 이 공연은 <BBC>를 통해 장장 11시간동안 생중계되며 70개국 10억명의 마음을 움직였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민운동이자 생일 파티였던 이날 공연 이후 세계 여론은 들끓었고 2년 뒤인 1990년 2월 11일 마침내 만델라가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2013년 세상을 떠난 만델라를 추모하는 최상의 방법은 누가 뭐라 해도 음악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팝페라 가수 겸 오페라 연출가인 안주은 단국대 생활음악과 교수는 아프리카인들의 진한 감성이 녹아 있는 <아프리칸 드림>을 열창하여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을 맞아 단국대 난파음악관에서 10월 31일(수) 만델라의 정신적 유산을 기리는 기념음악회가 열렸다. 단국대와 주한 남아공 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이번 기념음악회에는 아프리카 12개국(남아공·앙골라·코트디부아르·케냐·모로코·르완다·시에라리온·수단·튀니지·잠비아·탄자니아·가나), 유럽 6개국(유럽연합·교황청·포르투갈·루마니아·스웨덴·우크라이나), 아시아 및 중남미 7개국(타이·베트남·방글라데시·우즈베키스탄·이라크·엘살바도르·니카라과) 등 25개국 주한 대사들이 직접 참석하여 음악을 통해 만델라의 삶을 추모하는 특별한 시간을 공유했다. 넬슨 만델라 탄생 100주년이었던 지난 7월을 전후하여 국내에서도 여러 기념행사가 열렸지만 이번 기념음악회는 음악을 통해 만델라의 정신을 기리고 그를 추억하는 행사이기에 더욱 의미 깊다. 음악과 만델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95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 만델라의 파란만장한 생(1918년 7월 18일 출생, 2013년 12월 5일 타계)을 음악으로 되짚어보고 그를 기리는 2시간30분의 음악회였다.

다비드 포퍼의 <헝가리안 랩소디 OP.68>을 연주하는 첼리스트 홍성은(단국대 음악대학 학장).

노주코 글로리아 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

이날 음악회에 앞서 장호성 단국대 총장은 “고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용서와 화해’를 주창하며 남아공에서 인종차별을 불식시키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권운동에 헌신한 정치인이자 사상가다. 이에 본 기념음악회가 만델라의 정신을 되새기고 나아가 남아공과 대한민국 대학간 교류의 장을 넓혀 민간 외교를 확대,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축사를 통해 기념음악회의 개최 취지를 밝혔다. 뒤이어 노주코 글로리아 밤 주한 남아공 대사가 답사를 통해 왜 음악이라는 특별한 형식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했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평소 음악이야말로 인류의 축복이자 자유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 메시지가 한국의 대학에서 울려 퍼져 감회가 새롭다. 음악회를 계기로 한국과 남아공의 유대가 더욱 강화되길 바란다.” 노주코 글로리아 밤 대사는 이번 음악회를 제안하고 기획한 단국대측에 거듭 감사를 표했다.

“교류의 장을 넓히고 민간외교를 확대,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공연에 앞서 축사 중인 장호성 단국대 총장.

인천시향 부지휘자를 역임한 김덕기 전 서울대 교수가 단국대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 중이다.

이날 음악회는 KBS, 프라임필, 서울시립교향악단 등을 지휘한 김덕기 전 서울대 교수의 지휘 아래 단국대 음악대학 오케스트라의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연주로 막을 열었다. <나부코> 중 <히브리 포로들의 합창>은 바빌론의 포로로 붙잡힌 히브리인들의 아픈 역사를 노래한 곡으로 과거 아프리카 대륙이 겪었던 고통을 위로하고 인종간의 화합을 강조하는 의미로 공연의 문을 여는 곡에 선정됐다. 뒤이어 홍성은 단국대 음악대학 학장이 다비드 포퍼의 <헝가리안 랩소디 OP.68> 첼로 연주를 선보였고 세 번째로 김난희 단국대 성악과 교수가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하며 평화를 기원하는 관객의 마음을 적셨다. 네 번째 공연은 팝페라 가수 겸 오페라 연출가로 잘 알려진 안주은 단국대 생활음악과 교수의 <아프리칸 드림>이었다. 아프리카인들의 진한 감성이 녹아 있는 곡으로 장내에 모인 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시간이 이어졌다.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부른 김난희 단국대 성악과 교수.

마지막으로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한 공연의 주인공은 바로 노주코 글로리아 밤 주한 남아공 대사였다. 노주코 글로리아 밤 대사는 한국에서 넬슨 만델라 기념공연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이들에게 화답하는 의미로 노르웨이 작곡가 롤프 러블랜드가 작곡한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불렀다. 공식적인 프로그램은 여기까지였지만 노주코 글로리아 밤 대사는 이번 기념음악회 준비에 힘쓴 단국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을 무대 위로 초대했다. 무대 위에 오른 장충식 이사장이 <아리랑>을 선창하자 객석에서도 자연스럽게 함께 따라 불렀다. 넬슨 만델라, 그리고 음악이라는 이름 아래 무대와 관객이 하나되는 모습이었다. 10월 31일 늦은 저녁, “자유롭고 싶었기에 증오심을 내려놓았다”던 넬슨 만델라의 관용과 화합의 정신을 새삼 되새길 수 있었던 자리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