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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특별전: 인간의 色’ - 주요 작품 11편 공개
김소미 2018-11-09

은밀한 색의 향연

스페인의 정열과 혼란을 마술처럼 펼쳐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원색의 강렬한 색채에 기반한 미장센으로 일찍이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그는, 타고난 멜로드라마적 감수성과 젊은 시절부터 흡수한 컬트 정신으로 무장한 우리 시대 가장 감각적인 이단아다. 억압된 욕망과 금기, 뒤틀린 사랑의 궤적을 집요하게 좇았던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세계를 이제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11월 5일(월)부터 공개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특별전: 인간의 色’에서 국내 최초로 VOD 서비스를 통해 그의 주요 작품 11편이 공개된다. ‘SECTION1. 광기와 집착: 뒤틀린 사랑’에서는 <욕망의 법칙>(1987),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1988), <라이브 플래쉬>(1997), <나쁜 교육>(2004), <브로큰 임브레이스>(2009)를, ‘SECTION2. 욕망: 현실 탈피와 금기를 깨고 싶은 욕구’에서는 <나쁜 버릇>(1983), <내가 뭘 잘못 했길래>(1984), <하이 힐>(1991), <키카>(1993), <비밀의 꽃>(1995), <귀향>(2006)을 선보인다.

<내가 뭘 잘못 했길래>

<귀향>

페드로 알모도바르만큼 포복절도 코미디에서 음침한 스릴러에 이르기까지 각종 장르를 자신만의 컬러로 섭렵한 작가가 또 있을까. 이번 특별전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정점을 알리는 대표작들을 포함해 비교적 국내 관객이 접하기 어려웠던 초기작들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대담한 행보를 체감할 기회다. 페넬로페 크루즈, 안토니오 반데라스, 하비에르 바르뎀 등 스페인 배우들의 찬란한 한때를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작업 초기의 키치한 감수성이 살아 움직이는 <욕망의 법칙>과 <나쁜 버릇>을 지나 베니스국제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하고 당시 스페인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을 기록한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가 기다리고 있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는 실내극, 소동극 형태의 독특한 양식미가 돋보이는 알모도바르의 초기 걸작 중 하나로 팝아트적인 미장센이 주는 시각적 재미에 더해, 자기감정에 충실한 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들의 처절한 로맨스를 즐길 수 있다. 올 한해 다시금 인기를 실감하게 되는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사운드트랙을 담은 <라이브 플래쉬>, 알모도바르식 모녀 드라마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하이 힐>도 살펴보기 좋은 타이밍이다. 특히 <나쁜 교육>은 어린 시절 부모의 뜻을 따라 가난한 농촌의 수도원에 갇혀 생활했던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작품으로, 그의 영화를 둘러싸고 있는 깊은 정념과 해방에의 욕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어준다. 2006년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귀향>과 영화예술에 대한 오마주로 빛나는 <브로큰 임브레이스>는 세계적 감독으로서 알모도바르의 정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형식적 대담함 아래서 삶과 인간의 부박함까지 애틋하게 껴안는 작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정교한 인테리어 속에서도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는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앞에서 무장 해제하게 될 시간이 적잖이 기다려진다. 붉은색의 욕망으로, 은밀하고 자유롭게 물들 그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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