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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시점에서 바라본 개의 인생 <베일리 어게인> 알고 보기
송경원 2018-11-21

‘댕댕이’ 라이프 어게인

죽어서 천국의 문에 들어서면 평생 함께하던 반려동물이 마중을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것 같아 들을 때마다 마음에 위안을 안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대체로 기쁨으로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서로 다른 시간을 살기에 예정된 이별을 감내해야 하는 슬픔도 있다. <베일리 어게인>은 우리 곁을 떠난 반려동물이 어떻게 항상 우리와 함께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다룬 영화다. 환생을 해도 전생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개 ‘베일리’는 4번의 환생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친구 이든을 그리워한다. 영화 <베일리 어게인>이 반려동물과의 예정된 이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온기의 감성 포인트를 정리했다. 만나야 할 인연은 끝내 만날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은 언제나 옳다

<베일리 어게인>은 52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에 오른 <내 삶의 목적>(원제: <A Dog’s Purpose>)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내 삶의 목적>은 미국에서만 100만부 이상 판매되었을 뿐 아니라 한국, 프랑스, 터키, 대만 등 29개국에서 번역, 발간되어 각국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이야기다. 개와 함께하는 시간을 현실적으로 담아냈을 뿐 아니라 예정된 이별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환생’이라는 설정을 통해 위안을 전한다. 소설의 저자 W. 브루스 카메론은 여자친구가 기르던 개를 잃고 힘들어하던 시기에 그녀의 상실감을 달래주기 위해 인터넷에서 읽었던 사연에 살을 붙여 이야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반려동물과 이별하고 상심에 빠진 이들을 달래줄 이 가슴 따뜻한 상상은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고, 책이 발매되기도 전에 영화화가 결정되었다. W. 브루스 카메론은 교정 단계의 책을 스티븐 스필버그가 수장으로 있는 엠블린 엔터테인먼트로 보냈고 엠블린측에서 바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2200만달러로 제작된 영화 <베일리 어게인>은 전세계 2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며 많은 사람들을 위로했고 게일 맨쿠소 감독 연출로 이미 속편 <어 도그스 저니>(2012년 발간된 W. 브루스 카메론의 소설.-편집자) 제작이 확정되었다. 가수 헨리가 주인공 ‘트렌트’ 역에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개와 당신을 위한 철학, 우리는 왜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

전생의 기억을 유지하는 개 베일리는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과 각각의 사랑을 거치며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아나간다. 베일리는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 궁금해하지만 거기에만 매달리는 대신 지금 현재에 자신을 둘러싼 것들에 충실하게 집중할 줄 안다. 주인이 집 밖으로 나가면 하루종일 문 앞에서 지키고 기다리는 개들의 삶, 죽어서도 주인이 오길 기다린다는 개들의 애정은 삶의 목적 같은 거창하고 추상적인 방향을 생각하기 이전에 이미 행동으로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반려동물의 시점에서

“개들은 복잡한 은유를 써서 생각지 않죠.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진짜 개의 관점에서 쓰고 싶었어요. 명사는 많이 쓰되 부사는 거의 쓰지 않고 40, 50개의 단어를 한정해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베일리 어게인>은 철저히 개의 시점에서 표현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단순히 동물을 의인화한 여타 영화들과 차별된다. 원작자 W. 브루스 카메론은 개가 카메라를 향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문자답하는 방식의 관점을 취했다. 1960년대에는 부드러운 롱테이크, 1970년대에는 핸드헬드를 활용하는 등 카메라 기법에도 차이를 뒀다. 무엇보다 공들인 건 역할에 딱 맞춘 개들의 캐스팅이었다. ‘엘리’ 역은 광고지에서 발견한 저먼 셰퍼트 섀도가 맡았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벼룩시장에서 입안한 웰시코기 마일로는 깜찍한 ‘티노’ 역에 적격이었다. 떠돌이 개 ‘버디’ 역을 맡은 볼트에겐 좀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동물원에서 태어난 볼트는 혼종견이라 아무도 원하지 않았고 이에 제작진은 볼트의 형제자매인 루이스와 헤나까지 함께 데려왔다고 한다. 캐스팅부터 연기, 장면 표현까지 그야말로 개를 위한, 개에 의한 영화는 그렇게 탄생했다.

믿고 보는 휴머니즘, 라세 할스트롬의 안정된 연출

“저는 이미 <개 같은 내 인생>(1985), <하치 이야기>(2009)로 개에 대한 이야기를 두번 다루었습니다. 아웃사이더의 아픔, 인간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비이성적인 감정에 관심을 갖는 관객이라면 분명 개의 감정과 사랑에도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1985년 <개 같은 내 인생>을 통해 45회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휴먼 드라마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왔다. <사랑의 울타리>(1991), <길버트 그레이프>(1993) 등 1990년대 스웨덴에서 할리우드로 건너가 연출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인간에 대한 온기어린 시선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작자 W. 브루스 카메론 역시 라세 할스트롬이 <베일리 어게인>의 연출을 맡기로 했다는 소식에 이만한 적임자가 없다며 기뻐했다고.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캐스팅된 네 마리의 개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신뢰를 쌓아갔다. 연기를 도운 동물 트레이너 마크 포브스는 “유대감으로 인해 개들은 언제나 안전하리라는 걸 믿게 된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은 개들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즉흥연기를 기다려주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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