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대체 B급 영화란 어떤 영화일까?

B급 영화. 마치 등급을 매겨 질이 낮은 영화를 일컫는 표현처럼 들린다. 그러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데드풀> 시리즈 등 최근 ‘B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화들은 오히려 높은 완성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B급 영화’라는 단어는 과연 어떤 영화들을 부르는 수식어일까. 그 유래와 의미에 대해 파헤쳐 봤다.

B급 영화의 유래

(왼쪽부터) 존 블리스톤 감독의 <위대한 자>(1936), 자크 투르뇌르 감독의 <캣 피플>(1942)

B급 영화의 유래는 1920년대 할리우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영화 제작사들은 자체적인 인력 개발을 목적으로 저예산 영화들을 제작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감독들을 중심으로 적은 예산을 투입해 연습용 영화를 찍도록 한 것. 이러한 연습용 영화 제작은 B급 영화가 탄생하는 배경이 됐다.

그리고 1929년 미국에는 대공황이 찾아온다. 할리우드는 이런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저예산 영화들을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다. 저예산 영화를 일반 상업영화 전후에 함께 상영, 같은 요금으로 두 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더블 빌’(Double Bill) 전략을 내세운 것. 동시에 유명 배우 및 감독들이 참여, 거대 자본이 들어간 영화와 이와 반대되는 저예산 영화가 체계적으로 분업화돼 제작됐다. 이 두 종류의 영화를 ‘A Movie’, ‘B Movie’라고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를 기점으로 단독으로 상영되는 영화라도 적은 예산이 투입, 효율성을 목표로 한 영화들을 B Movie라고 불렀다. 이런 B Movie가 국내에는 B급 영화라는 단어로 번역된 것이다. 그 시작을 따지자면, B급 영화의 기준은 예산이었다. 1930~40년대 대표적인 저예산 B급 영화로는 존 블리스톤 감독의 <위대한 자>(1936), 자크 투르뇌르 감독의 <캣 피플>(1942) 등이 있다. 그 가운데 <캣 피플>의 경우는 13만 달러(우리 돈 약 1억 4600만 원, 12월19일 환율 기준)이 투입, 8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효자 영화가 됐다.

의미의 세분화

프레드 M. 월콕스 감독의 <금지된 세계>

B Movie는 적은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A Movie에서 행할 수 없었던 실험들이 등장했다. 그 중심이 된 것이 바로 특수효과다. B Movie는 사실적인 재현을 추구했던 영화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괴물, 좀비 등의 소재들을 등장시켰다. 이와 함께 비주류에 속했던 공포영화, SF영화 등이 B Movie의 중심을 차지했다. 당시 호러영화, SF영화 등에 등장한 특수효과는 조잡한 기술력 정도로 치부됐지만, 특유의 ‘키치’한 감성이 오히려 소수 마니아층에게 인기를 끈다.

1950년대에는 로저 코먼, 에드워드 D. 우드 같은 감독들이 등장, B Movie의 특성들을 활용한 ‘익스플로테이션 영화’들을 제작한다. 익스플로테이션 영화란 특정 관객의 취향에 호소하는 상업영화를 의미하는 단어로, 저예산을 바탕으로 폭력성, 선정성을 앞세운 자극적인 영화들을 의미한다. 특히 로저 코먼 감독은 가히 공장 수준의 속도로 1년에 적게는 2편, 많게는 5편까지 영화들을 제작, 독특한 괴수들이 등장하는 영화들로 ‘B Movie의 대가’로 자리 잡게 됐다.

또한 1970년대에는 비디오 시장이 활성화되며 극장용이 아닌, 비디오용으로 수많은 컬트영화가 제작된다. 이로써 B Movie는 단순한 저예산 영화가 아니라 특수효과 실험영화, 익스플로테이션 영화, 비디오용 영화 등으로 의미가 세분화됐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저예산으로 제작된 오락영화인 셈.

(왼쪽부터) 로저 코만 감독의 <거대 거머리의 습격>, <흡혈 식물 대소동>

B급 감성

현재까지도 이러한 B급 영화들은 계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B급 영화들의 감성만 활용해 주류 영화들을 제작하는 이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그의 시작점인 <저수지의 개들>(1992), <펄프 픽션>(1994)은 매우 적은 예산으로 제작된 영화이지만, 이후 개봉한 <킬 빌> 시리즈, <씬 시티> 등의 영화는 유명 배우를 캐스팅, 꽤 많은 자본이 들어간 블록버스터급 영화다. 그러나 B급 영화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B급 영화들을 오마주, 패러디해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B급 소재, 감성만을 활용한 것. 함께 <씬 시티>를 함께 연출한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이른바 B급 감성을 활용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계속 등장했다. <킥 애스> 시리즈, <데드풀> 시리즈, <킹스맨> 시리즈가 그 예시다. 이런 영화들은 진지한 맥락에서 다소 황당하고 어이없는 유머를 구사하는 게 특징이다. 물론 그 유머는 신선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조악한 특수효과로 비웃음을 샀던 B Movie가 실험영화 혹은 컬트영화가 된 전통과 느슨하게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핵심은 ‘우리는 진지하지 않다’인 듯하다. 그것을 최근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B급 감성 영화, B급 영화라 부르고 있는 추세다.

즉 현시점에서 B급 영화라는 단어는 미국의 저예산 고전 영화들, 오락성을 기반으로 한 저예산 영화들, 과거 B급 영화들의 관습을 활용한 B급 감성의 블록버스터 영화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말이 됐다.

<데드풀>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