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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기 힘들다는 칸 황금종려상 2번이나 받은 감독들

제72회 황금종려상 수상한 봉준호 감독

세계 3대 영화제(베를린, 베니스, 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는 칸국제영화제의 위상은 맨 첫 번째 자리가 될 것이다.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에서도 최고상은 '황금종려상'. 올해 제72회 황금종려상은 한국 최초로 봉준호 감독에게 돌아가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에서는 최초이지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감독들이 일곱 명이나 된다. 감독 알프 셰베리,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빌 아우구스트, 에밀 쿠스트리차, 이마무라 쇼헤이, 다르덴 형제, 미카엘 하네케, 켄 로치가 그 명단. 그중 21세기에 한정해 황금종려 2회 수상을 달성한 세 명의 감독을 소개한다(다르덴 형제의 첫 황금종려 수상은 1999년이지만 여전히 중요한 진행형 감독인 점을 고려해 다소 무리하게 포함시켰다.)

다르덴 형제

Dardenne Brothers

장 피에르 다르덴(왼쪽), 뤽 다르덴

장 피에르 다르덴(형)과 뤽 다르덴(동생)은 형제가 함께 영화를 만들어 왔다. 각본, 제작, 연출을 스스로 하는 이 벨기에의 형제 듀오는, 초기 몇 편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다가 첫 픽션 필름 <프로메제>로 전미 비평가 협회상 등 외국어영화상을 휩쓸면서 영화계에 큰 반향을 몰고 왔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한 마디로 사회파 리얼리즘 영화라 칭할 수 있다. 빈부격차, 외국인과 내국인, 실업, 버림받은 10대 등 사회의 변두리에 소외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끌어와 집요하게 관찰하는 방식. 대표작은 <로제타>, <아들>,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자전거 탄 소년>, <내일을 위한 시간>이 있다.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대표적 감독인 다르덴 형제는 2019년 올해 칸영화제에서도 신작 <영 아메드>를 발표, 감독상을 수상했다.

첫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작

로제타

<로제타>

1999년 제52회 칸국제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로제타>는 심사위원단 만장일치의 선택이었다.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와 함께 사는 10대 소녀 로제타. 경제적 위기로부터 고군분투하는 그녀의 외로운 싸움을 담았다. 로제타 역을 맡은 에밀리 드켄은 <로제타>로 처음 스크린에 등장했고, 그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렇게 비전문 배우를 기용하는 방식도 다르덴 영화의 특징이다. 게다가 실업문제를 조명한 <로제타>가 불러일으킨 긍정적인 파장도 흥미롭다. 이 영화에 자극받은 벨기에 정부가 주인공의 이름을 딴 '로제타 플랜'을 발표해 강화된 청년실업대책을 발표했다. 종업원 25명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1년간 1명 이상의 청년 의무 고용을 이끈 효율적인 정책이었다.

두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작

더 차일드

<더 차일드>

2005년 제5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다르덴 형제는 다시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이 된다. <로제타> 이후로는 <아들>이라는 걸작을 만들었고, 그다음으로 발표한 <더 차일드>가 이들에게 황금종려의 영예를 안겨준다. <더 차일드>는 구걸과 도둑질로 생활을 연명하던 10대 후반의 두 남녀를 비춘다. 어느 날 이들에게 뜻하지 않은 아이가 생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당시 <씨네21>의 정한석 기자는 <로제타>에서 <더 차일드>로 이어지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인간 구제 연작'이라고 표현했다. 겨우 입에 풀칠하는 수준도 못 되는 극단적인 주변인들을 영화가 보듬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섣부른 희망을 노래하지도, 쉽게 포기하지도 않는다.

미카엘 하네케

Michael Haneke

미카엘 하네케

오스트리아의 거장 미카엘 하네케. 출신은 독일이나 주로 영화는 프랑스에서 만들고 있다. 그는 타고난 완벽주의자다. 강박적인 화면 속 롱테이크 기법, 어떤 즉흥연기도 원하지 않는 완벽주의 연출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집요하고 치밀하게 구성한 묘사는 사회의 통념을 뒤집는 송곳 같은 질문들을 남긴다. 영상 매체의 폭력성과 인간 본성을 엮어낸 <퍼니 게임>이 그의 칸영화제 첫 경쟁 진출작이었다. 이 영화를 필두로 미카엘 하네케는 꾸준히 칸국제영화제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왔다. 황금종려상 2회, 심사위원대상, 감독상 수상까지 모두 미카엘 하네케가 세운 기록. 대표작은 <퍼니 게임>, <피아니스트>, <하얀 리본>, <아무르> 등이다. 그의 신작 <해피엔드>도 2017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오는 6월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첫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작

하얀 리본

<하얀 리본>

2009년, 미카엘 하네케에게 첫 황금종려상을 안긴 작품은 독일에서 만든 <하얀 리본>. 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직전 독일의 어느 마을, 겉으로 평온해 보이지만 사람들의 내면은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 아이들은 순수함을 상징하는 하얀 리본을 매고 어른들에게 교육을 받지만 정작 체화한 것은 어른들의 폭력성. 순수한 얼굴로 악행을 행하는 아이들의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얀 리본>의 흑백 화면에 대해 많은 평자들은 "숨이 막힐 듯한 아름다움"이라 칭했다. 순수와 거짓에 대한 미카엘 하네케의 생각이 반영된 강박적인 화면이다.

두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작

아무르

<아무르>

놀랍게도 미카엘 하네케는 <하얀 리본>의 차기작 <아무르>로 2012년에 다시 한 번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아무르>는 80대 노부부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사랑과 죽음에 관한 서사를 들려준다. 갑자기 정신을 잃은 아내(엠마누엘 리바)는 단계적으로 병세가 깊어지고, 극한의 지점에서 무너져 가는 아내와 이를 지켜보는 남편(장 루이 트랜티냥)의 심리를 파고든다. 그의 개인적인 고통의 경험에서 비롯된 <아무르>를 두고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30년간 함께한 아내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말했다. 실제로 딸을 잃은 비극적 경험 이후 은둔하던 배우 장 루이 트랜티냥을 염두에 두고 각본을 썼다고. 뿐만 아니라 <히로시마 내 사랑>의 엠마누엘 리바의 재기, 촬영계의 거장 다리우스 콘지의 시선까지 더해진 <아무르>는 사랑에 관한 고전주의적인 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켄 로치

Ken Loach

켄 로치

'블루칼라의 시인'이라 불리는 켄 로치 감독이야말로 칸의 총애를 받는 감독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켄 로치의 영화 세계는 사회의 시스템에 문제 제기를 한다는 점에서 다르덴 형제의 영화 세계와 일정 부분 닮아 있다. 하지만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가 어떤 개입도 하지 않고 인물을 '관조'하고 있다면, 켄 로치의 서사는 다분히 분명한 메시지를 남긴다. 그럼에도 그 메시지가 결코 설교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사회의 부조리에 관해 인간적이고도 상식적인 수준의 대답으로 나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 그것이야말로 켄 로치가 끝까지 붙들고 있는 화두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장편영화 <케스>로 평단의 시선을 모은 켄 로치 감독은 30여 편의 영화를 만들고 80대가 됐다. 그러나 노장 켄 로치는 올해 2019년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신작 <쏘리 위 미스드 유>를 내놓을 만큼 자신의 과업을 향해 여전히 진행형에 있다. <케스>, <레이닝 스톤>, <빵과 장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엔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 등이 그의 주요작이다.

첫 번째 황금종려상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2006년, 켄 로치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제59회 칸국제영화제의 만장일치를 받고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아일랜드 배우 킬리언 머피를 세계적으로 알린 영화이기도 하다. 독특한 점은 이 영화가 영국인이 만든 아일랜드 전쟁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일랜드는 지난 800년의 역사 동안 영국의 괴롭힘을 당한 나라. 따라서 켄 로치는 이 영화로 조국을 비판한다는 비아냥도 피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날선 시각과 평등과 자유에 관한 메시지는 칸영화제의 평단을 만장일치의 선택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황금종려상

나, 다니엘 블레이크

<나, 다니엘 블레이크>

켄 로치에게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게 한 작품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 첫 황금종려상 이후 꼭 10년 만의 황금종려상 수상이었다. 이 작품은 부당한 복지제도와 관료주의 앞에 한없이 무력한 개인을 비추며, 그 속에서도 끝까지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수상에 더욱 의미를 더하는 것은 우리가 처한 현실. 켄 로치는 수상 소감을 통해 "50년 전, 부당한 복지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던 <캐시, 집에 오다>와 비슷한 내용을 아직도 만들도록 하는 현실이 놀랍다"면서, "우리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중심으로부터 번번이 외면당하는 소외된 사람들. 이들이 함께 괴물이 되지 않고 상호 연대로 나아가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메시지는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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