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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 ) + 오글오글(◉_◉), 2000년대 인터넷 소설 원작 영화들

<애프터>

사랑에 눈 뜬 10대들의 설렘 가득한 순간을 그린 <애프터>. 영 어덜트 장르 특유의 트랜디함을 무기로 타깃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영화다. 그런데, <애프터>는 독특한 원작을 가지고 있다. 바로 ‘팬픽’이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안나 토드가 보이그룹 ‘원 디렉션’을 주인공으로 인터넷에 연재했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웹상에서 무려 1억 명이 넘는 독자들을 확보, 파라마운트가 판권을 사들인 이례적인 경우다.

그런데 <애프터> 이전에도 인터넷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유행처럼 돌았던 곳이 있다. 2000년대의 한국 영화계다. 당시 10대 대중문화의 큰 축이었던 인터넷 소설은 그 인기에 힘입어 여러 차례 영화로 제작, 성공과 실패 사례를 모두 낳았다. 지금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목도 있지만,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는 국내의 2000년대 인터넷 소설 원작 영화들을 모아봤다.

<엽기적인 그녀>

<엽기적인 그녀>

첫 번째는 인터넷 소설 영화화 붐의 시발점인 <엽기적인 그녀>다. 2001년 480만 관객을 동원한 <엽기적인 그녀>는 당시 대학생이었던 김호식(닉네임 견우74)이 1999년부터 PC 통신 서비스 ‘나우누리’에 올린 웹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견우(차태현)와 그녀(전지현)가 지하철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 등은 실제로 김호식 작가가 스스로 겪었던 일을 풀어낸 것이다. 그 유명한 “견우야~”, 타임캡슐 등은 현시점에서는 다소 진부해졌을 수 있지만, 로맨스와 코미디를 오가는 여러 상황과 대사들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메인 주제곡인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I Believe)도 빼놓을 수 없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동갑내기 과외하기>

<엽기적인 그녀>와 양대 산맥을 이룬 인터넷 소설 원작 영화는 김하늘, 권상우 주연의 <동갑내기 과외하기>다. <엽기적인 그녀>와 마찬가지로 원작자 최수완이 직접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연재한 웹 소설이 원작이다. 그녀가 실제로 가르쳤던 학생은 영화 속 설정과 유사했지만 영화처럼 미묘한 연애 기류가 흐르지는 않았다고.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엽기적인 그녀>에 비해 멜로 요소를 줄이고, 코미디를 강조했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여럿을 제압하는 지훈(권상우)의 모습, 나쁜 남자의 기운을 있는 힘껏 발산하는 대사 등 오글거리는 요소들도 여럿 등장했지만 이 모두를 코믹하게 승화시켰다. 그 결과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5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내 사랑 싸가지>

<내 사랑 싸가지>

반면 완급조절에 실패, 당시에도 유차하다는 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한 영화들도 있다. <내 사랑 싸가지>는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각각 드라마 <다모>, <로망스>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하지원김재원이 주연을 맡아 제작됐다. 그러나 부족한 개연성, 작위적인 코미디 등으로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했다. 김재원의 이미지 변신과 하지원의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를 볼 수 있었지만 부족한 완성도를 메우진 못했다. 결국 <내 사랑 싸가지>는 인터넷 소설 원작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줬다.

<제니, 주노>

<제니, 주노>

박민지, 김혜성의 데뷔작인 <제니, 주노>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되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15살 중학생 커플이 아기를 가지게 되고, 육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제니, 주노>는 파격적인 설정도 설정이지만 민감한 문제를 너무 밝고 가벼운 톤으로 그려냈다는 논란을 겪었다. 운동장에 하트 그려서 공개 고백하기, 간이 결혼식을 열어주는 친구들 등 유치한 장면들이 빈번히 등장했다. 화룡점정으로 엔딩에서 다 함께 합창하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까지. 풋풋한 청춘들의 모습을 충실히 담긴 했지만 <제니, 주노>는 소재와의 부조화로 혹평을 면치 못했다.

<늑대의 유혹>

<늑대의 유혹>

인터넷 소설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이 분야의 최강자라고도 할 수 있는 작가, 귀여니(본명 이윤세)다. 그 명성에 걸맞게 무려 세 편의 인터넷 소설이 영화화됐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직까지도 강동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는 <늑대의 유혹>. 우산 사이로 눈부신 외모를 드러내는 강동원의 짤로도 유명하다. 귀여니 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신데렐라식 이야기 전개가 강하게 드러난 작품. 거기에 손발이 사라지는 대사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나 어떡하냐… 너 좋아하나 보다”, “하루에 백번 천 번도 넘게… 우리 이렇게 만나게 해준 하늘 저주하고… 원망하고… 그래” 등이 있다.

신드롬에 가까웠던 귀여니 소설 감성을 영화에도 고스란히 적용한 <늑대의 유혹>은 21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동시에 소설 속 캐릭터가 튀어나오는 듯한 싱크로율을 보여준 강동원도 단번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놈은 멋있었다>

<그 놈은 멋있었다>

강동원에게 <늑대의 유혹>이 있다면, 송승헌에게는 <그놈은 멋있었다>가 있다. 귀여니의 소설을 가장 코믹한 분위기로 그려낸 영화다. <늑대의 유혹>과 같은 날 개봉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사실 소설은 두 작품 모두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다.

<그놈은 멋있었다>는 완성도만 따지고 보면 개연성은 날려보낸 급전개, 과장된 연기 등으로 혹평을 받았지만 특유의 귀여니 감성은 충분히 살렸다. “한예원(정다빈) 내 마누라다. 그건 아냐?”라는 대사로 충분히 설명될 듯하다. <그놈은 멋있었다>로 데뷔한 이환경 감독은 2012년 <7번방의 선물>을 연출하며 천만영화 감독이 되기도 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도레미파솔라시도>

마지막은 2008년 개봉한 <도레미파솔라시도>. 앞서 언급한 모든 영화들의 오글거림을 압축시켜놓은 듯한 영화다. 아마 정신이 아득해지는 지독한 감성에 자동으로 입술을 깨물게 될 것. “목구멍까지 닭살이 돋아서 숨을 쉴 수가 없어…”가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네이버 평이다. 조금이나마 코믹한 지점을 두었던 유사 장르의 영화들과 달리, 시종일관 유지되는 진지한 분위기도 한몫했다. 어떤 측면에서는 특유의 2000년대 인터넷 소설 감성을 영화에서 가장 극대화한 사례다. 항마력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면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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