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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감독 토드 필립스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12가지

DC 유니버스의 새로운 막이 올랐다. 4대 조커가 된 호아킨 피닉스는 캐스팅 단계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 모았다. 10월 2일 개봉한 <조커>에 볼 수 있는 그의 광기 어린 연기에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작품과 배우의 화제성과 더불어 주목을 받은 건 다름 아닌 감독 토드 필립스. 그가 코미디 영화 <행오버>를 쓰고 찍은 장본인이라는 사실이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일견 DC의 예외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알면 알수록 <조커>의 적임자처럼 보인다. 그에 대한 사실 12가지를 모았다.

<더 행오버>

<행오버> 시리즈, 19금 코미디의 대가

토드 필립스를 19금 코미디의 대가로 만든 <행오버> 시리즈. 결혼을 앞두고 벌인 총각파티 폭음의 여파로, 기억을 잃고 깨어난 친구들이 사라진 예비 신랑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다. 1편인 <더 행오버>는 한국에서 정식 개봉한 적은 없지만 2009년 북미 박스오피스 총 6위를 차지할 정도의 대박 흥행을 낳았고, 한국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며 유명해졌다. <행오버 2>, <행오버 3>로 이어지는 세 편의 시리즈 모두 토드 필립스가 연출했다. 전작 <로드 트립>, <올드 스쿨> 등을 통해 보여준 코미디의 재능이 십분 발휘된 <행오버>는 할리우드식 막장 코미디의 대표적인 영화로 남았다. 주연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 에드 헬름스,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세 배우의 인지도 역시 단숨에 상승. 대체 불가능의 조연 캐릭터 '미스터 초우'를 연기한 한국계 배우 켄 정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문제작 <보랏>으로 아카데미 문턱

토드 필립스의 이력 가운데, 영화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이하 <보랏>)의 스토리 작가로 참여한 점이 눈에 띈다. <보랏>은 배우 사샤 바론 코헨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친 코미디 영화이자, 평단의 호불호를 가져온 문제작이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띈 영화는, 카자흐스탄의 엘리트 기자 보랏(사샤 바론 코헨)의 원맨쇼 로드무비다. 사샤는 이 영화에서 카자흐스탄 청년의 영어 발음을 구사하며 낯선 미국 문화와 전근대적인 관념들의 충돌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페미니즘에 대한 몰이해와 쾌락주의 등 무지의 끝을 보여주는 캐릭터 보랏을 통한다. <보랏>은 미국인들이 200년 넘게 '특별한' 위치로 자부해온 자국의 긍지를 해체하려는 통찰이 있다는 찬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이라는 국가에 대한 편협한 이미지를 심어주었다는 논란 아래 있기도. 공동 스토리 작가로 참여한 토드 필립스는 <보랏>으로 아카데미에서 각본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조커>가 뜬금없다고?

DC의 야심찬 프로젝트 <조커>의 연출자로 토드 필립스가 발탁되고, <행오버>를 기억하는 이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행오버>는 분명 타율이 높은 코미디 영화지만 <조커>의 감독으로는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법하다. 알려졌다시피 우려를 딛고 공개된 <조커>는 조커의 기원을 가장 어두운 방식으로 그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지점에서 다시 사람들은 놀라고 있다. 하지만 토드 필립스의 필모그래피의 첫 줄을 보면 이해할지도 모른다. 그가 맨 처음으로 만든 영화 <헤이티드>는 역대 가장 논쟁적인 로커라 해도 좋을 GG 알린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GG 알린은 공연 중에 옷 벗기는 예사, 자해를 하거나 관중과 멱살 잡이를 하는 등의 기행을 일삼으며 공격적인 하드코어 펑크를 하던 가수. 첫 영화의 주인공으로 유별난 그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토드 필립스와 <조커>의 연결고리를 엿볼 수도 있겠다.

NYU 중퇴

토드 필립스는 뉴욕 영화학교에 진학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 학교에 도착했을 때, 시나리오를 쓰는 데 혈안이 된 모두를 보고 다른 생각을 했다. “나는 그때 고작 18살이었다. 시나리오는 상당 부분 삶에서 끌어와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시점의 나는 영화를 쓸 만큼의 충분한 인생 경험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후 필립스는 타인의 삶을 관찰한 영화 <헤이티드>를 만들었고, 영화 홍보를 하기 위해 학교를 중퇴했다.

<프랫 하우스>

선댄스 키드

토드 필립스는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라 불리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먼저 두각을 드러냈다. 1998년 연출한 두 번째 장편 <프랫 하우스>로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프랫 하우스>는 남자 대학생의 사교 클럽 일상에 제대로 몸 담아 낯선 세계를 모험한다. 사회에 발을 딛기 직전의 대학생들은 이곳에서 심리 조작, 폭력, 여성 혐오에 물들어 가고, 다시 그들의 침묵이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프랫 하우스>는 당시 영화가 개척하지 않았던 지점의 민낯을 보여주며, 모든 면에서 강력하고 충격적인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더 행오버> 맷 월쉬(왼쪽)

맷 월쉬를 찾아라

그의 영화에 작은 역할이지만 꼭 등장하는 배우가 있다. 코미디언 겸 영화배우인 맷 월쉬. 국내 관객들에겐 낯선 이름일 수 있으나 많은 영화에서 조, 단역으로 비춘 그의 얼굴이 낯익을 수 있다. 미국 드라마 <부통령이 필요해>에 출연해 왔으며, 토드 필립스의 영화 <로드 트립>, <올드 스쿨>, <스타스키와 허치>, <스쿨 포 스카운드럴>, <더 행오버>, <듀 데이트>에 출연했다.

<택시 드라이버>(위) / <코미디의 왕>(아래)

마틴 스코시즈

변방의 아웃사이더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걸작을 만들어온 마틴 스코시즈 감독. 이 거장을 향한 토드 필립스의 경외가 남다르다. <조커>의 레퍼런스로 가장 많은 언급을 받는 영화 두 편이 스코시즈의 <택시 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이다. 두 영화는 사회에서 소외된 인물의 뒤틀린 존재 증명이 불러일으킨 불온한 사건들을 담고 있다. 토드 필립스 감독은 '조커'의 정체성이 이 인물들과 비슷한 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의 다른 코미디 영화 속에도 마틴 스코시즈의 영화를 오마주한 장면이 종종 등장했다.

<성난 황소>(위)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아래)

<조커> 11편의 레퍼런스

<조커>의 레퍼런스로 대두된 <택시 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 이외에 참고가 된 여러 편의 영화가 더 있다. 토드 필립스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진 영화의 제목은 다음과 같다. 마틴 스코시즈의 <비열한 거리> <성난 황소>, 밀로스 포먼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월터 힐의 <워리어>, 시드니 루멧의 <뜨거운 오후> <네트워크> <도시의 제왕>, 파울 레니의 <웃는 남자>,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올드 스쿨>(위) / <듀 데이트>(아래)

카메오 출연

자신의 영화에 카메오 출연을 즐기는 감독들이 있다. 토드 필립스도 그중 하나다. 그의 첫 장편 극영화 <로드 트립>에서 풋 러버(Foot Lover)로, <올드 스쿨>에서 갱 뱅 가이(Gang Bang Guy)로, <행오버>의 1편과 2편에서는 미스터 크리피(Mr. Creepy), <듀 데이트>에서는 배리 역할로 깜짝 출연해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19금 코미디의 대가답게 예사롭지 않은 배역들이다.

<행오버 2> 에드 헬름스

희극은 반응이다 (feat. 에드 헬름스)

토드 필립스의 코미디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말. 희극은 행동(Action)이 아닌 반응(Reaction)에서 온다는 것. 그는 배우 에드 헬름스를 향해 '리액션의 제왕'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는 “술에서 깨어나 얼굴에 새긴 문신을 발견할 때나, 이가 빠져버린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에드보다 더 좋은 리액션을 보여주는 사람은 없다. <행오버> 시리즈의 숨은 영웅은 에드 헬름스”라고 말했다.

<듀 데이트> 줄리엣 루이스

줄리엣 루이스

토드 필립스는 “여성 캐릭터들의 코미디를 만들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마 남성 캐릭터들이 주축이 된 <행오버> 시리즈로 인기를 끌게 되면서 나온 문답의 일부로 보인다. 이때 그는 “꼭 여성판 <행오버>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면서 한 배우를 지목했다. “만약 기회가 온다면 주인공은 줄리엣 루이스에게 맡길 것이다. 내 생각에 그는 가장 웃긴 여자 배우다. 물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줄리엣 루이스는 토드 필립스의 다수 영화에 출연해왔다. <올드 스쿨>, <스타스키와 허치>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했고, <듀 데이트>에서 대마초를 파는 약사 헤이디 역을 맡아 주인공을 연기했다.

<워 독>

DC에 블랙 유니버스 제안

조커는 토드 필립스가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한 캐릭터였다. 혼돈을 가져오는 캐릭터로서의 조커, 파괴적인 에너지를 가진 조커를 사랑했던 그는, 자신의 영화 <워 독> 시사회에서 워너브러더스의 사람들에게 제안했다. “훌륭한 감독들을 섭외해서 예술성을 가진 DC 블랙 유니버스를 만들자”고 말이다. 그가 생각하기에 그것만이 DC가 마블과 차별성을 둘 수 있는 방법이었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여되는 CG의 굴레로부터 해방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지금의 <조커>를 탄생시킨 토드 필립스의 상상대로 블랙 유니버스의 명맥이 이어진다면, DC가 현재 영화 판도를 바꿀 키를 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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