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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의 술 주정? 걸작을 완성시킨 7가지 실수들

때로 기회는 우연한 순간에 찾아온다. 치밀한 계획 하에 탄생한 걸작 영화들이 존재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시점에 만난 행운이 명장면을 만들기도 하는 법. 해외 매체 '테이스트 오브 시네마'(Taste of Cinema)에서 '더 나은 영화를 만든 10가지 실수들'을 선정했다. 그중 7편의 사례를 소개한다.

<존 말코비치 되기>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치는 <존 말코비치 되기>. 유명 배우 존 말코비치의 뇌 속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를 발견한 크레이크(존 쿠삭)가 이를 돈벌이로 삼는 것으로 시작한다. 15분간 존 말코비치의 삶을 체험하는 대가는 200달러. 사업은 입소문을 타고 번창한다. 결국 진짜 존 말코비치도 이 통로를 찾아오게 되는데, 사생활을 침해당한 그는 당연하게도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 먹고사는 문제로 통로를 닫을 수 없다는 크레이그의 태도에 분노가 뻗친 그가 도로변을 씩씩대며 걸어간다. 이때 지나가던 한 운전자에게서 날아온 맥주캔이 말코비치의 머리를 정통으로 맞춘다. "이봐 말코비치, 어서 생각을 하라고!" 이 장면은 사실 취한 엑스트라가 술김에 실수를 범한 것이었다. 감독 스파이크 존즈는 너무도 절묘한 이 장면을 그대로 영화에 사용했다.

<대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대부>의 루카 브라시 역에 건장하고 위협적인 외모의 남자를 원했다. 그런데 우연히 실제 조직에 몸담은 이들이 촬영장에 방문했다. 그중 한 명은 레니 몬타나. 레슬링 챔피언 출신의 배우인 그는 실제 마피아이기도 했다. 코폴라는 그에게 브라시 역을 주었고 촬영할 부분은 브라시가 돈 콜레오네를 만나 충성심을 보이는 장면. 그런데 돈 콜레오네를 연기한 말론 브란도 앞에서 지레 기가 눌렸는지, 그는 정말로 대사를 잊거나 말을 더듬었다. 코폴라 감독은 그 순간을 아주 반겼다. 몬타나처럼 덩치 큰 남자가 콜레오네에 잔뜩 긴장한 덕분에, 말론 브란도의 캐릭터는 한층 강력한 캐릭터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지 라이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영화 중 하나인 <이지 라이더>. 영화에 담긴 자유인의 정신처럼 촬영도 자유롭게 진행됐다. 오토바이를 탄 그들의 로드무비인 <이지 라이더>에는 이곳저곳을 누비는 와중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그들의 셀프 비디오가 담겼다. 뉴올리언스 최고의 축제라 불리는 마디 그라스 축제를 즐기는 장면. 데니스 호퍼피터 폰다와 함께 16mm 카메라를 들고 떠나 무엇이든 마구잡이로 프레임에 담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녹음이 되건 말건 신경조차 쓰지 않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의 즐거운 모습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영상의 대부분은 초점이 맞지 않거나, 과한 빛이 드는 등 기술적 퀄리티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장면이었다. 데니스 호퍼는 이를 그대로 사용했고, 영화는 몽환적이고도 독창적인 장면들을 품을 수 있었다.

<졸업>

영화 <졸업>에서 가장 유명한 신은 엔딩이다. 결혼식장을 뛰쳐나와 버스 뒷자리에 탑승한 주인공 커플. 환희에 겨운 둘의 웃음이 끝난 다음에 정적이 찾아온다. <졸업>의 엔딩을 곱씹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기성세대로부터의 해방을 은유한 젊은 커플의 도망이 낭만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짧은 해방감 뒤에 찾아온 불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견할 수 없는 앞날, 알 수 없는 이들의 운명을 암시한 대목. 그런데 이 명장면의 탄생이 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는 우연히 컷 사인을 하지 않았을 뿐이었고, 새로운 테이크를 준비하기 위해 두 배우는 그대로 정지해 있었다. 감독 마이크 니콜스는 캐릭터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않은 상태로 머물렀던 그 컷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그는 이 장면이 결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드나잇 카우보이>

우연히 탄생한 명장면의 유명한 사례. <미드나잇 카우보이>는 꿈을 안고 뉴욕에 온 촌뜨기 존 보이트와 사기꾼 더스틴 호프만의 우정을 그린 지난한 버디무비다. 성숙하지 못한 두 사람이 뉴욕이라는 정글 속에서 외롭게 분투한다. 어느 장면에서 두 사람은 거리를 지난다. 촬영이 진행될 당시 이 거리는 출입이 통제된 상태였는데, 한 택시가 갑자기 난입해 거의 호프만을 칠 뻔했다. 호프만은 캐릭터에 몰입한 상태로 차를 주먹으로 쳤다. "여기 사람이 걷고 있잖아!"(I'm walking here!) 존 슐레진저 감독은 호프만의 돌발 행동을 너무 좋아했다. 영화 속 캐릭터와 완전히 부합하기도 한 이 장면을 담기 위해 여러 번 재촬영했다.

<죠스>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는 처음에 상어의 비주얼을 아주 많이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래픽 기술이 빈약했던 70년대 <죠스>의 작업에는 기계 상어 브루스(스필버그 변호사의 이름에서 차용)가 동원됐다. 한 치 앞을 모르는 해상 기후와 파도로 인해 촬영 자체가 수시로 난항을 겪었고, 기계 상어는 거의 작동이 안 됐다. 특수효과 담당자 로버트 매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때 스필버그는 덜 보여주면서 간접적으로 공포를 유발할 장치를 고민했다. 간결한 것이 더 낫다(Less is more)는 미니멀리즘을 모토로 삼고, 수면 아래의 보이지 않는 상어가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장 박동을 닮은 소리로 서스펜스를 극대화한 존 윌리엄스의 음악에게도 큰 공이 있다. 오늘날 <죠스>는 20세기 후반 공포영화의 상징적인 영화로 남게 됐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마틴 스코시즈의 가장 논쟁적인 걸작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날에 대한 기록을 영화화했지만,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인간적인 존재로의 예수를 묘사해 교계의 대대적인 반발을 샀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서 윌렘 대포는 인류를 위해 희생한 예수 그리스도를 연기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는 "성취되었노라!"고 외친다. 스코시즈는 두 번째 테이크를 마음에 들어 했다. 하지만 한 촬영감독이 필름에 빛이 샜다고 귀띔하고, 스코시즈에게는 재촬영의 시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필름을 확인했을 때, 정말로 필름 가장자리는 붉은색 안개처럼 보이는 얼룩이 비쳤다. 스코시즈는 오히려 이 얼룩을 그리스도의 부활로 받아들이고 기뻐했다. 가장 중요한 시점에 끼어든 섬광은 이 장면을 더욱 영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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