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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극찬한 21세기의 갱스터 무비 7편

갱스터 영화의 살아있는 전설 마틴 스콜세지가 새 영화 <아이리시맨>을 발표했다. 투자에 난항을 겪었다는 초기의 우려와는 달리 결과물에 쏟아진 극찬 세례는 상상 이상. <비열한 거리>, <카지노>, <좋은 친구들> 등 20세기 말의 유의미한 저작들로 갱스터 무비의 독보적인 판도를 형성했던 스콜세지의 화려한 귀환이다. 그렇다면 2000년대 이후의 갱스터 무비는 어떤 흐름 위에 있을까. 우리가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21세기의 갱스터 무비. 전문가들의 평가를 기준으로 일곱 편의 영화를 골랐다.

아메리칸 갱스터ㅣ2007ㅣ리들리 스콧

완벽한 선인도, 완벽한 악인도 없다. 1970년대의 뉴욕. 밖으로는 자선사업가의 모습으로 신뢰받고, 안으로는 마약 세계를 군림하던 갱단의 두목이 돌연 사망한다. 새로운 세력 다툼으로 아수라장이 된 할렘가. 두목의 운전기사였던 루카스(덴젤 워싱턴)는 해외에서 대량의 마약을 가지고 돌아와 이 세계의 새로운 권력을 쥐게 된다. 한편, 부정부패가 만연하던 때에 직업정신 하나로 버틴 형사 로버츠(러셀 크로우)가 마약 소탕 작전에 나서는데. 정작 루카스는 이혼 직전의 가정을 돌보기는커녕 변호사와 바람을 피우는 신세. 노련한 감독 리들리 스콧은 이처럼 양가적인 태도를 가진 인물을 만들어 영화를 입체적으로 빚는다. 허세와 폭력뿐이던 갱단의 전형을 허물고 냉정한 권력이 지배하는 암흑가의 모습은 뉴욕 최대의 헤로인 딜러였던 프랭크 루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갱스 오브 뉴욕ㅣ2002ㅣ마틴 스콜세지

아메리칸 드림을 다룬 영화가 판치는 할리우드에서 마틴 스콜세지는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을 해부하는 감독이었다. 이번엔 뉴욕의 해부다. 화려함과 세련됨으로 중무장한 도시 뉴욕의 이면에 피와 야만의 역사가 있었다고 영화는 말한다. 19세기 초의 뉴욕은 각종 이주민들이 결성한 갱단들의 파벌 전쟁으로 무질서한 세상이었다. ‘데드 레빗파’의 수장 발론(리암 니슨) 신부가 ‘원주민파’ 빌(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칼에 맞아 죽고, 아들 발론(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청년이 되어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한다. 무서운 권력으로 뉴욕을 통제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압도적인 연기는 디카프리오마저 보이지 않게 만든다는 평이 있을 정도. 탄탄한 내러티브보다는 신화적인 성격을 앞세운 <갱스 오브 뉴욕>은 신인 감독 때부터 기획한 스콜세지의 일생일대의 작업이었다.

퍼블릭 에너미ㅣ2009ㅣ마이클 만

<퍼블릭 에너미>는 현대판 로빈 후드라 불리던 전설적인 은행강도 존 딜린저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930년대 대공황으로 경제난이 극심했던 시기, 원흉의 한 축이던 은행을 털며 서민들에게는 관대했던 존 딜린저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의 수려한 외모와 범죄의 대담성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고 여러 미디어에서 소설로, 영화로 다뤄지기도 했다. 마이클 만의 <퍼블릭 에너미>는 존 딜린저를 조니 뎁에게 맡겼다. 마이클 만의 존 딜린저는 강화된 러브라인을 보태며 그를 더욱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냈다는 점. 이로써 장르 영화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당대의 악명 높은 갱단과 범죄자를 검거하는 동안 구성되기 시작한 FBI의 역사도 여기에 있다. 존 딜린저를 추격하는 1급 수사관 멜빈 퍼비스를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했다.

킬러들의 도시ㅣ2008ㅣ마틴 맥도나

단 네 편의 영화로 각종 시상식을 휩쓴 감독 마틴 맥도나는 지난해 국내서도 팬층이 상당했던 <쓰리 빌보드>를 만든 장본인이다. <킬러들의 도시>에서부터 그의 데뷔는 남달랐다. “자살하면 죽여버리겠어!”라는 밈(meme, 위 사진)으로 알려진 이 영화가 가진 독특한 설정은 한 둘이 아니다. 보스(랄프 파인즈)의 암살 미션을 수행해오던 두 킬러가 있다. 그중 하나인 켄(브레단 글리스)은 보스에게서 동료 킬러 레이(콜린 파렐)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고 함께 벨기에의 도시 브리주로 향한다. 하지만 레이는 대주교 암살 미션에서 실수로 어린아이를 죽인 죄책감에 하루하루 괴로워하고 있다. 동료이긴 하나 그리 돈독하지는 않았던 켄과 레이. 각각 현재와 과거의 죄의식에 사로잡힌 두 킬러의 킬러답지 않은 인간미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마틴 맥도나를 주목하게끔 만들었다.

로드 투 퍼디션ㅣ2002ㅣ샘 멘데스

<007 스카이폴>의 감독 샘 멘데스가 <아메리칸 뷰티>라는 놀라운 데뷔작 이후에 갱스터 무비를 들고 왔다. 제목의 ‘퍼디션’(Perdition)이 뜻하는 바는 지옥이다. 말하자면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셈인데, 아마도 주인공 마이클 설리반(톰 행크스)이 조직을 배반하고 택한 고독한 여정에서 너무 많은 살육을 감행해야 했기 때문이고, 더 중요한 건 그 여정에 어린 아들(테일러 후츨린)이 동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흔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대로 풀어본 적 없는 오해가 쌓인 이들 부자는 가족을 잃게 한 조직에 복수를 다짐하며 다른 길로 향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의 잔혹함부터 경험해야 했던 아들은 무뚝뚝한 아버지를 믿고 든든한 오른팔이 되어간다. 갱스터 무비와 로드 무비의 결합이 돋보이는 <로드 투 퍼디션>. 관계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샘 멘데스의 탁월한 재주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킬링 소프틀리ㅣ2013ㅣ앤드류 도미닉

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제작사 플랜B의 안목은 믿어도 좋을 것 같다. 피트가 제작하고 주연한 영화 <킬링 소프틀리>는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로 만난 앤드류 도미닉 감독과의 두 번째 협업이다. 세탁소 사장이 짜 놓은 한탕 작전에 투입된 동네 한량 프랭키(스쿳 맥네이리)와 러셀(벤 멘델슨). 계획은 한 차례 털린 경험이 있는 도박장을 재차 털자는 것인데, 사장은 지난번 사건의 범인 마키(레이 리오타)가 현장에 있으니 그가 뒤집어쓰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정말 어쭙잖은 강도 실력으로 도박장 털이에 성공한 이들은 당연하게도 도박장을 경영하는 조직의 표적이 된다. 난장판을 만들기 싫어하는 섬세한 킬러 잭키 코건(브래드 피트)의 숨 막히는 추격은 계속되고, 강약 조절이 일품인 <킬링 소프틀리>의 연출도 그 흐름을 탄다.

이스턴 프라미스ㅣ2007ㅣ데이빗 크로넨버그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전작 <폭력의 역사>를 잇는 <이스턴 프라미스>를 단 2년 만에 발표한다. 전작이 가족 내부에서 어떻게 폭력이 계승되는지를 보여줬다면 <이스턴 프라미스>는 한 러시아 마피아 조직 내부의 유사 가족관계를 다룬다. 조직을 이끄는 세미온(아르민 뮐러 슈탈)과 아들 키릴(뱅상 카셀)의 관계, 키릴의 부하 니콜라이(비고 모텐슨)의 관계가 축을 이룬다. 여기에 아이를 출산하고 죽음을 맞이한 소녀를 목격한 간호사 안나(나오미 왓츠)가 더해진다. 마피아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진 배신과 사랑은 어쩐지 많이 본듯한 설정이다. 하지만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특유의 미장센 하에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리는 연출을 보여준다. 극의 후반부 나체로 벌이는 목욕탕 혈투극은 <이스턴 프라미스>의 기록할만한 명장면이다. 크로넨버그는 이후 2012년 작 <코스모폴리스>에서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모습으로 폭력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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