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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 시상식 수상자 인터뷰 - 사회적 아픔, 영화로 치유한다
김소미 사진 백종헌 2019-12-26

12월 17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4.16재단이 주최하고 <씨네21>이 후원하는 2019년 4.16재단 문화콘텐츠 공모전의 첫번째 시상식이 열렸다. 2018년 5월 창립대회를 열고, 2019년 2월 정부지원 공식재단으로 선정된 4.16재단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과 국민들이 품은 안전사회에 대한 염원을 실현하고자 한다. 김정헌 이사장은 인사말을 전하며 “그동안 재단이 추진해온 여러 가지 사업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제1순위 목표에 기반한 것”이라고 취지를 다시금 밝혔다. 장편극영화 부문, 다큐멘터리 부문으로 나뉜 콘텐츠공모전은 올해 2회를 맞았다. 지난 10월 2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접수를 받은 올해는 50여편이 접수됐다. 이중 최종 당선작은 극영화 시나리오 두편과 다큐멘터리 기획안 1편으로 좁혀졌다. 이날 시상을 위해 자리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영상문화콘텐츠로 참사를 기억하는 활동을 위해 지난여름부터 이 공모전을 시작했다. 이번 당선작들이 하루빨리 훌륭한 영화로 만들어져서 우리의 아픔을 치유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소감을 남겼다.

극영화 시나리오 대상작인 <상실의 궤도>는 세월호 참사로 딸과 자매를 잃은 가족이 붕괴된 풍경을 그린다. 트라우마와 소통의 부재, 각기 다른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 갈등하지만 결국은 각자의 방식대로 슬픔을 극복해나가려는 모습이 뭉클하게 그려진다. 심재명 대표는 “잊으려는 사람과 극복하려는 사람의 대비가 훌륭하다. 비극을 마주하고 응시하는 것이 또 다른 비극을 예방한다는 의미가 선명히 전달된다”라고 평가했다. 대학에서 영화 연출과 문예창작을 전공한 이세란 작가는 상업영화 스탭으로도 활동한 적 있는, 준비된 신인이다.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과 학대사건을 조명한 영화 <도가니>(2011)를 예로 들며 “사회적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파급력을 지닌 매체로서의 영화”를 말한 이세란 작가는,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언제라도, 잠시라도, 이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 작품을 통해 각인되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 <머무른 세월, 나의 기억> 김태영, 김명진, 최근영 프로듀서(왼쪽부터)

극영화 시나리오 입선작인 윤형철 작가의 <알지 못한 진실>은 죽은 아들의 일기장을 발견한 아버지가 자신이 알지 못했던 아들의 비밀을 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처를 담담히 풀어내면서 과거를 자연스럽게 돌아보는 구조가 상실을 넘어 진실이라는 묵직한 테마까지 힘 있게 끌고 간다는 평이 이어졌다. 윤형철 작가는 “창작자로서 세월호 참사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 싶다는 마음과 그것을 다루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아픔을 줄 수 있다는 마음 사이에서 늘 고민했다. 그런데 4.16재단에서 직접 공모전을 만들어주어서 글로 써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라고 작품 착수의 과정을 들려줬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작가의 자전적 스토리가 반영된 <알지 못한 진실>은 윤형철 작가가 감독 데뷔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다. 한편 김명진·김태영·최근영 프로듀서의 다큐멘터리 입선작 <머무른 세월, 나의 기억>은 사고 당시 팽목항과 진도에 머물렀던 대학생 취재기자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작품이다. 사고를 둘러싼 모든 것을 돌아보고, 진상을 규명하는 것만이 남겨진 우리가 해야 할 일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명진 프로듀서가 주축이 되어 참사 직후부터 지난 5주기까지 팽목항과 광화문 투쟁 현장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이를 바탕으로 성공회대학교 동문으로 만난 프로듀서들이 힘을 합쳤다. 김태영 프로듀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들, 사람들이 모르고 있거나 왜곡된 형태로 알고 있는 것들을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생명·안전·약속’의 테마를 실천하는 4.16재단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재난의 진실과 아픔을 알리는 이야기라면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내년에도 공모전의 문을 활짝 열 예정이다.

●대상 수상한 <상실의 궤도> 이세란 작가 - 상실의 비극 마주하기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딸이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엄마가 등장한다. 독특하고 가슴 아픈 설정이다.

=엄마 미영은 직업이 수학 선생님인 만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으로 설정했다. 그런 그녀가 딸의 상실이라는 너무 힘든 진실을 직면하지 못할 때 비극이 더 크게 와닿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자기 방어기제로서 딸의 죽음을 회피하는 것이다.

-과로에 시달리는 열차기관사, 지친 취업준비생 등 우리 사회의 일원들로서 다분히 상징성이 있는 직업 혹은 정체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철도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도움이 됐다. 세월호 사고와 같은 대형 참사뿐 아니라 일상에서 사회적 재난이 많이 발생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 가족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상실의 비극을 안겨주는지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랐다. 취업준비생 도현의 경우 나 자신이 많이 이입된 캐릭터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직했는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결국 뛰쳐나와야 했다. 자매인 도희의 죽음 이후 엄마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한 채로 취업준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도현을 통해 유가족들이 겪을 수 있는 2차적인 상처를 건드리고 싶었다.

-세월호 이야기를 극화한다는 지점에서 많은 작가들이 태도의 문제를 첨예하게 고민할 것이라 생각한다. 재현의 윤리는 물론 언어화하기 힘든 공동의 죄의식도 있었을 것 같다.

=기만하는 행위가 되지 않으려 노력했다. 실은 이 작품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들도 많았다. 작업 초반엔 한두줄 쓰고 30분씩 쉬고 그랬다.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작가는 어쩔수 없이 극중 캐릭터들을 관찰하게 된다. 내가 자음과 모음을 엮어서 어떤 이들의 슬픔을 내 마음대로 재단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동생에 대한 마음을 자주 떠올리며 썼다.

-특별히 도움을 받거나 영감을 얻은 자료가 있나.

=예전에 어떤 생존자 학생은 욕실 창문에 물기가 있으면 샤워를 못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24시간 지속되는 트라우마였다. 그 기사를 통해 생존자의 아픔이 아주 조금이나마 내 감각으로 체감되었다고 해야 할까.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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