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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아카데미 주요 4개 부문 수상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 아카데미의 이례적인 선택

<기생충 포스터>

한국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쾌거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2020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수상하며 4관왕을 달성했다. 이로써 <기생충>은 아카데미 각본상,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아시아 영화’가 됐다.

이미 <기생충>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국영화 최초로 주요 6개 부문 후보에 선정된 이후,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렸던 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영화 최초 외국어영화상, 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 그리고 미국 배우조합상 시상식에서 앙상블상 등 주요 부문에 연이어 수상하면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전세계에 알렸다.

가장 먼저 각본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가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한 작업이다. 내가 국가를 대표한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첫 오스카 트로피라 너무나 감사드린다. 언제나 많은 영감을 준 아내, 제 대사를 멋지게 소화해 준 배우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고 이어서 한진원 작가는 “미국에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 이 영광을 충무로의 모든 스토리텔러, 영화인들에게 돌린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봉준호 감독

감동적인 순간은 국제영화상 수상과 감독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다른 어떤 부분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국제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장편상으로 카테고리명이 올해부터 바뀐 것을 이야기하면서 “이름이 바뀐 첫 상을 받아 의미가 깊다.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에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 또한 영화를 함께 만든 배우들. 송강호, 조여정, 이선균,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박명훈. 홍경표 촬영감독, 이하준 미술감독, 양준모 편집감독 등 스태프들, 그리고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 바른손, CJ 등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담담한 얼굴로 무대에 올랐던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수상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무대에 다시 올랐다. 그는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감사하다. 내가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긴 말이 있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책에서 봤던 말인데 이 말을 하셨던 분이 여기 있는 마틴 스코시즈 감독님이다.”라는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남겼다. 시상식장을 가득 메웠던 참석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마틴 스코시즈 감독에게 찬사를 보냈다. 14살의 어린 영화광 시절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던 봉준호 감독이 거장 감독에게 바치는 최고의 찬사였다. 그는 또 한 명의 영화 친구이자 스승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 영화가 미국 관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부터 항상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분이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 아이 러브 유. 그리고 함께 노미네이트 된 토드와 샘 모두 내가 너무 존경하는 감독들이다. 주최 측이 허락한다면 오스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5등분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해 할리우드 영화인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어서 영어로 “오늘 밤 취할 준비가 됐다. 내일 아침까지 마시겠다”고 말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올해 시상식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기생충> 제작을 맡은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기생충>이 작품상을 시상하던 순간이었다. 작품상 시상자로 나선 제인 폰다는 “우리의 인식을 개선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의미심장한 인사를 건 낸 후 <기생충>을 호명, 올해 오스카의 선택의 의미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남겨 감동을 선사했다. <기생충>과 경쟁한 작품상 후보 감독을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일어나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제작을 맡은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에 뭔가 굉장히 의미 있고, 상정적이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결정을 한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기생충>의 제작투자를 맡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마이크를 이어받은 뒤 “봉준호 감독에게 감사를 표한다. 나는 그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미소, 특이한 머리 스타일, 걸음걸이, 패션까지. 그리고 그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만의 유머가 섞인 연출이다. <기생충>을 지지,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특히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여러분 덕에 우리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 감독이 이렇게 본상을 수상하고 주목받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에서 수상했던 아시아 감독 가운데 대만의 이안 감독이 2001년 <와호장룡>으로 외국어영화상,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감독상을,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감독상을 수상해 총 3개의 트로피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와호장룡>을 제외한 두 작품은 미국에서 제작한 할리우드 영화였다. 작품상을 수상한 제작자 곽신애 대표 역시 아시아 여성 제작자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바 있었다. 이에 대해 <콜라이더>는 “역사적인 순간이 없다면 오스카 시상식이 아닐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석권했으며, 이것만으로도 오스카는 신나는 밤을 맞이했다”고 전했으며, <할리우드 리포터>는 “<기생충>은 92년 오스카 역사 중 작품상을 수상한 최초의 외국어 영화가 됐다. 놀라운 성과다.”고 전했다.

올해 <기생충>이 주요 4개 부문에서 수상하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대 분위기에 과연 올해 아카데미가 부합할 것인가, 라는 논란이 있었다. 이를테면 올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여성 감독의 영화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 아씨들>이 유일했고, 감독상 후보 전원이 남성 감독으로 이뤄졌다. 이외에도 흑인 배우 중에는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해리엇>의 신시아 에리보가 유일했다. 때문에 시상식 전에는 과연 올해 아카데미가 보수적인 선택을 넘어설 것인가, 라는 의문이 있었다. 이런 시기에 <기생충>이 감독상과 작품상, 각본상을 수상하고 또 외국어영화상의 이름이 국제영화상으로 변경, 심사 기준을 완화한 첫 해에 국제영화상을 받은 것은 의미심장하다.

또한, 올해는 시상식 곳곳에서 시대 변화에 발맞추려는 오스카의 변화의 의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겨울왕국 2>의 주제곡인 ‘Into the Unkown’ 무대에는 원곡자인 이디나 멘젤과 함께 폴란드, 일본, 태국, 독일, 러시아 등 각국의 11명의 ‘엘사’들이 등장해 함께 노래를 불렀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르네 젤위거 등도 수상소감으로 다양성과 화합, 평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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