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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와의 악연, 마틴 스코시즈 감독 말고 또 있다?

2020 오스카 시상식 최고의 명장면을 꼽는다면 바로 이 장면. <기생충>팀이 일군 이변의 연속에 놀람을 감추지 못하던 와중에도, 영화팬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마틴 스코시즈가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가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있었다. 애초 <아이리시맨>이라는 걸작을 만든 그에게 감독상이 돌아갈 것이란 예측도 무성하던 터였으나 현실은 예상대로 흐르지 않았다. 결국 스코시즈에게는 단 한건 수상의 선물조차 주어지지 않았고 봉준호 감독의 센스 넘치는 헌사로 탄생한 기립 박수만이 모두의 마음에 연고를 발라줬다.

2020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이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영광을 돌리는 장면.

분명한 건 오스카 트로피가 성공의 절대 기준은 아니란 것이다. 칠전팔기 끝에 겨우 트로피를 품에 안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제서야' 명배우인 것은 아니듯. 총 아흔두 번째 치러진 오스카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유독 오스카와는 연이 없는 명감독들의 선례는 스코시즈뿐만이 아니었다. 대진운이 나빴던 탓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마스터를 알아보지 못한 오스카의 흑역사로 보기에도 충분하다.

마틴 스코시즈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이리시맨>은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가 무관에 그쳤다.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일은 데자뷰처럼 반복됐다. 10개 부문 노미네이트에 무관으로 오스카 레이스를 마친 스코시즈의 인스타그램엔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에서 받은 소니 보노상 트로피를 든 사진이 올라왔다. 마치 "됐어! 난 괜찮아! 강아지와 팜스프링스 트로피로 충분해!"라며 자기 위로를 보내는 듯한 표정. 이로써 그의 오스카 감독상 도전 전적은 1승 8패가 되었다. <성난 황소>,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좋은 친구들>,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휴고>,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아이리시맨>이 수상에 실패했고, 제79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디파티드>로 감독상의 한을 풀었다.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 언어의 대부 알프레드 히치콕도 오스카 감독상을 단 한 번도 타지 못했다. 오죽하면 아카데미와의 악연을 풍자한 밈(meme)도 이렇게 돌아다닌다. 그에게는 총 다섯 차례의 감독상 찬스가 있었다. <레베카>, <스펠바운드>, <구명 보트>, <싸이코>, <이창>이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됐지만 수상엔 실패했다. 60여 편에 이르는 히치콕의 작품 가운데 <현기증>, <>,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오명>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들이 호명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 또한 놀랍다. 결국 오스카 측은 1968년, 그에게 공로상을 안겼다. 트로피를 건네받은 히치콕이 수상소감으로 남긴 한마디는 "Thank you... very much indeed"가 전부였다.

스탠리 큐브릭

히치콕에 버금가는 오스카와의 악연이 또 있다. 거장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대가 스탠리 큐브릭이다. 그는 <배리 린든>,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로 총 네 번의 오스카 감독상 도전을 했다. 결과적으로 그에게 돌아간 감독상 트로피는 없었다. 그 유명한 <샤이닝>과 <아이즈 와이드 셧>은 어느 부문에도 노미네이션 되지 않았다.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이 거머쥔 역대 오스카 트로피는 유일하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수여된 시각효과상. 이 영화의 이미지적 성취를 누구도 부정하진 못하겠지만 시각효과상이 그에게 유일했단 건 왠지 씁쓸하다.

리들리 스콧

<에이리언>과 <블레이드 러너>를 만든 리들리 스콧은 3번의 감독상 도전에 모두 실패했다. 모두 훌륭한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었지만 강력한 상대를 만난 불운 탓인지도. 2001년 후보에 오른 <글래디에이터>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트래픽>에 트로피를 넘겨야 했고, 2002년 후보에 오른 <블랙 호크 다운>은 론 하워드 감독의 <뷰티풀 마인드>에게 양보했다. 특히 가장 아쉬움을 남긴 때는 1992년 <델마와 루이스>의 수상 실패다. 당시 <델마와 루이스>를 이긴 작품은 조나단 드미의 <양들의 침묵>이었고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색상을 모두 석권했다. <델마와 루이스>는 각본을 쓴 칼리 코우리에게 돌아간 각본상 수상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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