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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보스턴 시청 공무원들의 일상 다룬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다큐멘터리 '시티홀'

포스트 트럼프 시대, 미국인들이 원하는 미국을 말하다

<시티홀>

“<시티홀>이라고, 2020년 평론가들이 뽑은 톱10 리스트에 꼭 오른 작품이야. 아카데미상 후보에도 오를 것 같다고 들었어. 근데 <PBS>에서 무료로 볼 수 있어.” “아, 그럼 봐야겠네.” “내용이 보스턴 시청 공무원들의 일상이야. 상영시간은 4시간 반.” “엥? 그걸 어떻게 봐?”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시티홀> 관람을 추천했을 때 친구들의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기사나 리뷰를 써야 하는 평론가들이나 와이즈먼 감독의 광팬이 아니라면 선뜻 내키지 않는 작품일 것이다. 지자체 공무원들의 일상적인 업무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러닝타임은 미니시리즈 수준이니까. 하지만 속는 셈치고 한번 본다면, 후회할 사람이 거의 없을 듯하다.

<시티홀>은 와이즈먼 감독의 45번째 장편영화로, 2018년 가을부터 2019년 겨울까지 보스턴 시청 공무원들의 일상 업무를 담았다. 관객을 위한 자상한 자막이나 내레이션도 없고, 주인공도 없으며,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직책이나 이름도 소개되지 않고 단 몇분만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모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인지 평론가들은 <시티홀>을 와이즈먼 감독이 만든 가장 긴 작품이지만 최고의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시티홀>의 배경이 되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은 지난 1월 1일로 91살을 맞은 와이즈먼 감독의 고향이다. 언뜻 보면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시청과 강당, 마을회관, 재향군인회관 등의 공간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나 보여주는 행동은 절대로 지루하지 않다. <시티홀>에서 가장 존재감이 두드러졌던 마티 월시 보스턴 시장은 다양한 미팅과 행사에서 사적인 경험을 고백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눈길을 끌었다. 노동계급 출신의 월시 시장은 이 작품에서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편견 없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특히 월시 시장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던 재향군인들에게 자신의 알코올중독 경험을 들려주거나 남미계 유권자들에게 아일랜드계 이민자로서 자신의 가족이 겪었던 차별에 대해 들려주는 장면, 그리고 건강보험 혜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이 유년 시절 겪었던 암 투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등이 무척 인상적이다.

<시티홀>에서는 최선을 다해 일하고, 좀더 나아지려 하는 시청 공무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의 가족이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시민들이 진지한 토론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대화가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이, 트럼프 정부를 4년간 겪고 난 지금 너무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가장 기본이 되는 지자체의 바람직한 운영이 시민들과 지역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그래서일까. 처음엔 지루하게 보이던 시청의 외관이나 잿빛 건물 내부, 다른 대도시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던 보스턴 거리 구석구석이 정겨워졌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보스턴이 마치 고향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와이즈먼 감독 덕분이 아닐까.

지난해 10월 28일 버추얼 시네마를 통해 개봉된 <시티홀>은 제작사 중 하나인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12월 22일 방송된 후, 올해 1월 19일까지 <PBS> 앱과 웹사이트를 통해 무료로 스트리밍됐다. 현재는 <PBS>를 후원하는 멤버들에게 3월 22일까지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된다. 한편 월시 시장은 지난 1월 7일 조 바이든 정부의 미 연방 노동부 장관 후보로 뽑혀 현재 상원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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