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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 산적한 영진위, 부실한 인사검증 도마에
김성훈 사진 최성열 2021-02-24

영진위, 신임 사무국장 김정석의 과거 횡령 혐의 인지하고도 충분한 검증 없이 임명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김정석 신임 사무국장의 과거 횡령 혐의를 알고도 임명했다. 지난 2005년 전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시절 김정석씨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한 전북독립영화협회의 법인카드를 단란주점에 가는 데 사용한 게 확인되었고, 본인도 인정했는데도 임명을 강행한 것이다. 신임 사무국장 임명 과정에서 충분한 인사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내부적으로 제기됐지만, 영진위가 김정석 사무국장의 한장짜리 서면 소명서와 그를 잘 아는 영화계 관계자들의 말만 듣고 그를 임명했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김정석씨는 지난 2005년 전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시절 문화체육관광부가 2006년 추진한 아시아문화동반자 사업 예산 1억8천만원 중에서 “국고보조금 3500여만원을 룸살롱, 안마시술소, 홈플러스 등에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전북 지역에서 크게 논란이 된 이 사건은 “형사 처벌 대신 김정석 본인이 해당 비용을 환수하는 것으로 갈음”되었다.

김정석 사무국장은 <씨네21>과의 전화통화에서 “없었던 일이라고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왜곡된 내용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있는 게 사실이다. 가령, 룸살롱이나 안마시술소에 간 게 아니라 단란주점에 간 것”이라며 “전북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시절 문체부로부터 받은 국고보조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당시 출범했던 전북독립영화협회 법인카드를 업무상으로 사용했으나 나중에 회계상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영진위에 제출한 소명서에서 “지역 단위의 전북독립영화협회의 입장에서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선 자치 단체로부터 많은 사업을 따내어야만 했고, 스스로의 의욕이 과도한 지출로 연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김정석의 해명에 대해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전북 지역 관계자는 “당시 전북독립영화협회는 법인화할 필요가 없는 작은 민간 조직이었지만, 문체부의 아시아문화동반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법인화 전환이 필수적이었다”며 “본인(김정석)은 국고보조금에 손을 댄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 법인카드를 사용한 건 그 사업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중요한 건 김정석 사무국장이 과거 지출한 비용이 "국고보조금에 의한 것이든 법인카드든, 회계상 문제가 발생한 건 횡령 혐의에 해당된다"(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것이다.

횡령 혐의가 제기된 사람이 영진위 사무국장으로 임명되었다는 점이야말로 심각한 문제다. 영진위 사무국장은 국회, 정부 등 대외 업무는 물론이고, 사무국의 관장사무를 총괄처리하며 소속 직원들을 지휘 감독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영화산업과 관련된 현안이 산적해있고, 국회와 정부와 협의할 예산이 많은 상황에서 더욱 신중하고 철저한 인사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김정석 사무국장을 선임한 이유를 두고 김영진 신임 영진위원장은 <씨네21>과의 통화에서 “도덕적으로 지탄 받을 만한 일을 저질렀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영화산업이 침체기에 빠져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영화 정책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그가 적역”이었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김정석 신임 사무국장의 인사 검증 과정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9인 위원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지난 2월 4일 오후 열린 영진위 3차 임시회의에서 ‘김정석 신임 사무국장 임명’ 안건이 논의됐었다. 손성수 감사가 김정석의 과거 횡령 혐의와 관련된 제보가 회의 직전 영진위원 아홉 명에게 투서됐다는 사실을 알렸고, 그로 인해 회의에 참석한 영진위원 7명은 격론 끝에 의결을 보류했다. “(투서된 제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필요하면 시간을 두고 검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사의 의견과 “영화계에 미칠 영향을 생각했을 때 재논의 절차를 가지는 게 어떨까(B 영진위원)”라는 신중론도 제기됐지만, “투서된 제보가 해당 협회에서 제기된 것도 아니고, 해당 건이 법률적 처분이 있었는지도 확인이 안 되는 사건인데다가 김영진 위원장의 임기가 1년 밖에 안 남은 상태에서 업무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C 영진위원)도 있으니 “서면으로 소명을 받고 서면으로 의결(김영진 위원장)”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날 횡령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9인 위원회는 철저한 인사 검증 절차를 거치는 대신 김정석의 서면 소명서만 확인한 뒤 서면 심의에 부쳤다. 2월 8일 열린 4차 임시회의에서 진행된 서면 의결 결과, 사무국장 동의안은 가결됐다. 찬성 7표, 반대 1표, 기권 1표.

이번 사무국장 임명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건, “내용이 불분명하더라도 투서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사건 당사자를 직접 만나 철저하게 검증한 뒤 그 내용을 다른 영진위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되어야 하는데 그 절차가 생략됐다”(D 영진위원)는 거다. “위원장과 함께 당시 사건을 잘 아는 사람을 만나 검증을 철저하게 했다”(E 영진위원)지만 “그 내용이 다른 영진위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사무국장의 소명서만 봤을 때 자신의 과거 혐의에 대해 제대로 소명이 되지 않았다”(F 영진위원)는 지적도 나왔다. “혐의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의결에 임했다”(G 영진위원)는 의견이 나온 것만 봐도 사무국장의 인사 검증 과정이 9인 위원들에게 정확하고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임기가 1년 남짓한 김영진 위원장 체제의 영진위가 첫 단추를 어떻게 꿸지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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