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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마르 베리만 영화제
2001-03-26

실존, 절망으로 봉인된 세계에 묻다

■잉마르 베리만 영화제, 3월24일부터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려

영화를 ‘예술’이라 칭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마지막 머뭇거림을 지워주었던 영화 철학자 잉마르 베리만. 그의 영화 7편이 오는 3월24일부터 4월12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의 감독 주간 영화제를 통해 필름으로 상영된다. <한여름밤의 미소>(1955)부터 <가을 소나타>(1978)까지, 북구에서 날아온 ‘일곱개의 봉인’을 미리 뜯어본다. 편집자

잉마르 베리만(1918∼)은 자신의 창조력은 유년기와의 대화에 연원을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창조력의 기반으로서 베리만의 과거로 돌아가보면 어둠 속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루터교 목사인 엄격한 아버지는 죄지은 아들을 따끔하게 벌하고자 그 아들을 벽장 속에 가둬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못된2 아들은 벽장 속 괴물이 혹시 발가락을 뜯어먹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워 떨고 있다. 아마도 베리만은 이처럼 지워지지 않는 유년기의 한 장면 속에서 이미 존재의 비밀을 봐버린 듯싶다. 컴컴한 세상 속에서 두려워하고 번민하며 회의하는,허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이란 존재의 실상을 말이다. 그렇듯 베리만의 세계는 고통과 내적인 동요와 불안, 그리고 절망과 광기, 자기 혐오로 가득 찬 어떤 세계이다. 베리만에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절망적인 세상에서 존재의 기반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었다.

그는 그의 세계를 여행하는 우리에게도 영화 속 인물들과 다르지 않을 만큼의 고통스런 경험을 안겨주었고, 또 영화 속에 그려지는 삶과 세상이 그토록 불모의 것일수록 그가 던지는 존재론적 질문들은 더욱더 절실한 것임을 알려주었다. 그런 의미에서 베리만은 영화로 ‘고통의 형이상학’을 논한 드문 시네아스트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