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잉마르 베리만 영화제 - <어두운 유리를 통해>
2001-03-26

<어두운 유리를 통해>

Sasom i en spegel/ Through a Glass Darkly

1961년, 출연 군나르 비외른스트란드, 하리엣 안데르손

“인간과 신 사이의 관계를 다루지 않는 드라마는 흥미가 없다.” 유진 오닐의 이 말을 자주 인용했고 또 그것에 동의했던 베리만은 60년대에 들어오면서 신과 믿음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천착하는 일련의 영화들을 만든다. 흔히 ‘신앙 3부작’이라고 불리곤 하는 그 영화들은, 베리만의 말을 직접 빌리자면, 믿음의 ‘위축’이라는 주제로 한데 묶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어두운 유리를 통해>는 <겨울빛>(1962)과 <침묵>으로 이어지는 바로 그 3부작의 첫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작가인 아버지 다비드, 그의 딸 카린과 남편 마르틴, 그리고 카린의 남동생 미누스, 휴가차 외딴 섬을 찾은 이 네명의 가족에게만 전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영화 <어두운 유리를 통해>는 우선 가족 드라마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베리만의 영화들이 흔히 그렇듯, 일단 이 가족 사이의 정상적인 ‘관계’를 방해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아버지 다비드에게로 돌려야 할 것처럼 보인다. 작가로서 사회적 삶이 중요한 그에게 가족이란 오히려 소원한 것일 뿐이다.

영화는 카린의 정신병이 재발하는 순간을 계기로 이 어긋난 가족에 대한 드라마 위에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덧씌운다. 치유가 불가능한 정신병에 린 카린은 이제 자기 몸에 신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신은 고통을 동반하는 존재라는 것일까? 어쨌든 베리만은 카린의 ‘붕괴’ 속에서 치유력이 없는 믿음이 붕괴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는 영화의 말미에 가서는 다비드의 입을 빌려 태연스럽게 신에 대한 단순한 ‘진실’ 하나를 이야기한다. 신은 사랑이며 사랑이 곧 신이라는 것을. 바로 이 순간은 이런 믿음이 ‘기적’을 일으키는 순간이기도 하다. 아들 미누스에게 다비드가 먼저 말을 건 것이다! 베리만의 이토록 친절한 과잉설명은 구원을 바라는 그 자신의 바람이 너무나 강렬한 탓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