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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 가는 길의 몇 가지 문제점
2001-04-26

문화원, 직무유기를 끝내라

지금부터는 회고전에 관련된 몇 가지 문제점을 말할까 한다. 앞으로 외지에서 나처럼 개인 차원으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싶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다. 카를로비 바리 회고전은 내가 개발한 세 번째의 프로젝트다. 처음 것은 1994년 “독어권 지역의 한국영화 순회상영”이었다. 독어권 지역은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를 뜻하며 각국에서 2개월씩 상영기간을 가져 6개월 동안 3개국을 돌면서 스위스 16개 도시, 독일 14개 도시, 오스트리아 4개 도시에서 12편의 한국영화가 ‘새로운 물결’이란 주제로 상영됐다. 당시만 해도 한국영화를 한번도 상영한 바 없는 도시가 대부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쪽의 옛 영화진흥공사(이하 영진공)와 해외공보관의 후원과 스위스 정부의 재정적 지원으로 가능했고 스위스 시네클럽의 전국 조직체인 시네리브르의 실무자들의 협조로 한국영화를 알리는 기초작업에 성공했다. 더불어 한국영화에 대한 독어판 책자도 하나 출간했다. 취리히에서 있었던 개막식에는 영진공의 윤탁 사장과 임권택 감독 부부, 그리고 장선우 감독이 스위스 정부의 초청객으로 참여했고 시장이 영접했다. 그러나 문제점도 많았다. 그중 제작자들의 비협조가 가장 심각했다. 일부 제작자는 장사가 안 되는 시네클럽에서 영화를 보여준다는 데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였다. 그러나 그건 유럽의 영화구조를 잘 몰라서다. 유럽에서는 나라마다 전통 깊은 시네클럽이 있고 대부분 외국영화들이 처음에는 이 조직망을 통해 넓은 층의 관객과 만나게 된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영화제와 달리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럽에서 일본과 중국 영화들이 성공하는 배경에는 각처의 시네클럽 역할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영화가 유럽의 성공적으로 진출 할려면 시네클럽의 역할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내 두 번째 프로젝트는 2000년 3월에서 4월까지 스위스의 5개 도시에서 있었던 순회상영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같은 시기에 취리히의 리츠베르그 예술박물관에서 있었던 ‘한국 국보전’에 맞춰 계획됐던 것으로 국보전의 주제였던 ‘무속, 불교, 유교’의 세 종교를 회고전의 주제로 삼아 12편의 종교주제 영화를 취리히, 바젤, 베른의 시네클럽과 로잔의 시네마테크에서 2개월에 걸쳐 소개했다. 국보전에 대한 현지 매체의 반응은 뜨거웠고 그 열기가 영화 회고전까지 닿아 일간지들이 큰 지면을 내줄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스위스 주재 대사의 적극적인 협조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독일에 있는 한국문화원이었다. 유럽에는 한국문화원이 현재 파리와 베를린밖에 없다. 문제는 독일의 문화원쪽에서 애초에 회고전을 도와주겠다던 약속을 너무도 쉽게 저버린 데서부터 생겼다. 난 애초에 스위스의 회고전을 뮌헨 영화박물관에서 시작할 생각이었다. 이유는 국보전은 뮌헨에서 먼저 열렸거니와 뮌헨 영화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곳으로 1994년 내 회고전이 크게 성공했던 곳이기도 하다.

영화박물관장과 문화원장이 내 제의를 받아들여 3자 회담까지 가졌고 그 자리에서 문화원장은 독어자막이 있는 6편의 새 프린트를 약속했다. 그러나 1주일 뒤 그는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 도울 수 없다고 아무런 제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손을 떼고 말았다. 세계 굴지의 영화박물관에서 회고전을 열어주겠다는 데도 거절해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내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점은 문화원의 역할이다. 유럽의 전 대륙에 한국문화원이 두개뿐이라는 사실도 문젯거리지만 있는 것들마저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서울에 있는 프랑스, 독일문화원을 생각해보면 문화원에 대한 기대가 무엇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해마다 새영화 5편을 골라 5개 국어로 자막을 넣어 각처의 문화원으로 보내고 있지만 이 영화들이 언제 무슨 목적으로 쓰이는지에 대해 한번쯤 조사를 해봤는지 모르겠다. 유럽에서 한국영화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한국문화원의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영화의

향기, 동유럽에도

▶ 회고전

가는 길의 몇 가지 문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