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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충무로 파워 50 - [7] 결과분석
2001-05-03

두번 실패하면 대박?-감독들

“영화 2편 실패한 감독의 3번째 영화에 투자하라!” 요즘 영화계에 떠도는 농담섞인 투자조언이다. 박찬욱과 곽경택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친구>나 제작 전에는 좋은 말을 듣지 못했다. 데뷔작의 흥행여부가 감독으로서 존립여부를 가늠하던 최근 상황에서 세 번째 승부에서 진검을 휘두른 박찬욱, 곽경택의 예는 투자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다. 전작이 실패했다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건 아니다. “쓸 만한 감독이 없다”는 제작자들의 푸념을 잠재울 만한 일인 셈이다. 올해 순위권에 첫 진입한 감독은 박찬욱, 곽경택 외에 김성수가 있다. 박찬욱, 곽경택이 이미 개봉한 흥행작으로 순위에 진입한 데 비해 김성수는 7월 개봉할 <무사>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특이하다. <비트> <태양은 없다>에서 확인된 연출력에다 “제대로 된 블록버스터를 보고 싶다”는 기대심리가 결합된 결과로 보인다. 장선우, 임권택 두 감독은 지난 6년간 꾸준히 순위에 꼽히고 있다. 두 사람이 중견감독의 작가주의를 대표한다면 이창동, 홍상수는 90년대 작가주의의 두 얼굴. 이 밖에 감독으로서 순위에 든 인물은 김지운, 장윤현, 이광모가 있다. 세 감독이 각기 다른 스타일인데 장윤현, 이광모에 대한 기대감에는 연출자로서 능력뿐 아니라 제작자로서 그리는 큰 그림에 대한 신뢰도 들어 있다.

물갈이, 조용하게 확실하게-배우들의 주가변동

바야흐로 송강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배우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인물은 <반칙왕>과 <공동경비구역 JSA>의 송강호. “한석규 이후 최고의 흥행배우”라는 평가가 과찬이 아니다. 대조적인 것은 지난해 6위에서 23위로 밀린 한석규다. 그러나 출연작이 없었을 뿐 그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진 않았다. 그가 어떤 영화에 출연할지에 영화계의 촉각이 쏠려 있다. 최민식은 올해 처음 50위권에 들어왔다. 최근 출연작 <파이란>에서 보여준 연기가 높은 점수를 받은 듯. 아직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설경구도 순위진입이 임박한 배우다. “한석규가 없는 동안 가장 많은 시나리오가 몰리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자배우로는 지난해 20위에 꼽힌 심은하가 순위권 바깥으로 밀려난 반면 전도연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은퇴설이 나도는 심은하가 영화계의 눈길에서 멀어진 사이 가장 많은 시나리오가 몰리는 배우로 꼽히고 있다. 한때 ‘심은하, 전도연, 고소영’을 ‘여배우 트로이카’로 꼽았지만 지금은 ‘전도연, 이영애, 이미연’이 그 자리를 차지한 듯하다. 이영애, 이미연이 아직 50위권 안에 들어오지 못했지만 최근 영화들을 보면 세 배우의 입지가 확고해졌음을 알 수 있다.

투자, 배급 군웅할거시대-충무로 세력판도변화

영화계의 세력판도는 해마다 놀랍게 바뀐다. 지난해 파워 50이 강우석, 강제규, 차승재 3강구도를 드러낸 반면 올해는 강우석, 이강복, 차승재, 심재명, 강제규, 김승범, 이은 등이 할거해 3강체제로 정리할 수 없는 시점임을 보여준다. “차승재와의 연대, 한국판 드림웍스 형성으로 역시 한걸음 앞서 가는 그의 안목과 사업수완이 놀랍다”, “제작, 투자, 배급의 능력, 여전히 막강하다”는 이유로 1위로 꼽힌 강우석 감독을 차치하면 상위권 순위가 지난해와 많이 다르다. 한눈에 드러나는 건 이강복, 심재명, 이은의 급부상이다. 시네마서비스에 맞먹는 배급력을 갖춘 회사로 CJ가 배급의 2강체제를 구축한 셈인데 특히 지난해에는 CJ의 성공이 눈부셨다. <글래디에이터> <공동경비구역 JSA> 등 대박이 터지기도 했지만 멀티플렉스가 뒷받침한다는 것도 큰 장점. 최근 CJ와 장기적 제휴관계에 들어선 명필름의 행보도 관심사다. 심재명, 이은 두 사람이 표를 나눠 가진 탓에 4위, 7위로 분산됐지만 제작부문에서 싸이더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양대 메이저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2위를 차지한 강제규 감독은 5위로 3계단 내려갔고 7위였던 튜브의 김승범 대표는 1계단 올라섰다. 올해 성과에 따라 1위에서 7위까지 순위는 엎치락뒤치락할 것이다. 급부상한 투자, 배급사로 코리아픽처스도 주목할 만하다. <친구>의 흥행성공 여파겠지만 스스로 준메이저급 영화사를 지향한다고 밝힌 코리아픽처스는 자칭타칭 메이저들 사이에서 영토확보에 성공한 걸로 보인다. 금융자본들의 순위변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강제규필름과 명필름의 영화에 부분투자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올해 <번지점프를 하다>를 흥행시킨 KTB가 13위에 올랐고 시네마서비스를 인수한 로커스홀딩스가 순위권에 진입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순수한 금융자본의 위력은 약해진 편. 영화계에 끼치는 영향력도 콘텐츠 위주로 자리매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메가박스의 성공을 앞세운 동양그룹도 잠재력이 높은 걸로 평가된 반면 직배사들의 영향력은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직배사 가운데 순위에 든 회사는 브에나비스타 한곳뿐. 그나마 종종 한국영화 배급에 나선다는 이유다. 지난 6년간 직배사 대표들이 순위권 밖으로 밀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