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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의 김영남
2001-06-08

홍상수표? 아니, 그 반대!

어느날 여자는 그동안 사귀던 남자에게 그만 만나자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한다. 여자가 진정 마음에 두고 있는 이는 자신의 친구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선배. 친구로만 남기를 원하는 선배의 마음을 잡기 위해 여자는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고, 결국 선배에게선 연락조차 없다. 그러던 중 여자의 친구는 실연당한 남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고, 이 모든 혼란을 돌이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아 있지 않다.

<나는 날아가고…>(16mm, 46분20초)는 ‘홍상수표’ 영화? 캐릭터는 물론이고 상황 설정이나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방식이 상당히 유사해보일 수 있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와 달리 일상은 파편적이지 않고, 인물들의 냉소적인 시선 또한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헤어진 두 남녀의 감정선을 또렷이 드러내기 위해 번갈아 병렬식으로 보여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으며, 드라마의 시간적·감정적 줄기 또한 서로 상충되지 않

고 결국 순차적인 하나의 흐름으로 묶여진다. “좀더 극단적으로 상황을 몰고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여담으로, 그랬으면 상도 받았을지 모르겠다.” 김영남(29) 감독은 신동일 감독의 <신성가족>과 함께 올해 칸영화제 시네 파운데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영화학교에 재학중인 감독들의 작품들 중 15분 이상 60분 이내 길이의 중단편영화를 대상으로 한 이 부문에서 비록 수상하지는 못했지만, 습작을 빼고 첫 번째 내놓은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내놓을 작품에 기대가 모아진다. “작품 찍으면서 내가 그동안 행복해지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적어도 희망의 기운이 남아 있음을 영화 속에 녹여넣고 싶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이번 영화의 출발점은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와는 정반대”라고 담담히 말한다. 이번 영화를 찍느라 들어간 제작비는 1200만원. 학교 지원금이나 기자재 사용비를 제외한 액수이니 그리 만만치 않다. 지난 여름에 찍기 시작했지만, “낯설면서도 생생한” 연기가 나오지 않아 도중에 엎었다. 이때 들어간 돈이 500만원. 물론 자신의 연출 미숙 때문이란다. 원하는 배우들과 다시 촬영에 들어간 것이 같이 졸업할 동기들이 후반작업하던 지난 겨울 무렵이었는데 단란주점 장면을 찍다 이번에는 필름 800자를 도난당하는 불운의 사고를 겪기도 했다. 촉박한 일정에 쫓겨 빨리 찍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섰고, 결국 디테일한 장면 연출이나 사운드 등 기술적인 부분에 신경쓰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주대학교 컴퓨터공학과 90학번으로 대학원 3학기를 다니던 때,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일이 생산적이긴 한데, 좋은지 나쁜지 도통 반응을 확인할 수 없는 게 그 계통의 일이라 따분하고 갑갑했다”는 그가 영상원에 합격한 것은 97년. “그냥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쭉 고민하다 사진과 영화를 골랐던 그는 6개월 작동법만 배운 채 홍대 사진과에 응시했으나 낙방했다. 영화라고 자신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 본 서부영화에 대한 기억이 전부”였으니 영상원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해 입학시험 문제 중 하나는 다리 위에서 만난 두 남녀의 사진을 제시하고 이야기를 꾸며보라는 것. “귀가 들리지만 눈이 먼 바이올리니스트와 눈은 보이지만 귀가 먼 한 여인의 만남”이라는 것을 뼈대로 이야기를 꾸몄다며, “뻔한 러브스토리였는데 합격시켜줬다”고 웃는다. 소외된 세 사람의 이야기를 나란히 풀어가되, 군데군데 자신의 가족사를 끼워넣고, 형식적으로는 세 인물의 스토리가 한데 모아지는 작품을 구상중이라는 그는 앞으로 1∼2편 정도 단편작업을 한 뒤 혹독한 충무로 수업에 뛰어들 계획을 갖고 있다. 글 이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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