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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 <`GOD`>의 이진우
2001-06-08

너희는 신의 완전함을 믿느뇨?

천지창조 마지막날. GOD는 남녀의 형상을 뜬 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영혼을 불어넣기 전 잠시 휴식을 갖기로 한 GOD는 천사다방에 연락을 한다. 배달온 섹시걸 미스 천에게 성적인 욕망을 느끼는 GOD. 급기야 미스 천을 유혹하고 사랑을 나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이 여자 인간의 입술에 떨어지고, 인간의 형상에 순수한 영혼을 불어넣으려 했던 GOD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간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을 때 과연 최선을 다했던가?” <`GOD`>는 발상부터 튀는 영화다. 인류탄생, 천지창조의 마침표를 찍는 대사(大事)를 앞두고, 멜빵바지를 입은 코믹한 차림새의 GOD가 벌이는 행각은 진지함이라곤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사과를 골프공 삼아 필드를 누비고, 사이버틱한 패션으로 섹시함을 과시하는 천사다방 종업원을 꼬시는 걸 보고 있노라면, 인간은 신의 나태가 빚어낸 ‘불량품’ 이상은 아니다. 이 황당하면서도 의미심장한 설정의 프로젝트는 지난해 인디포럼 사전제작지원을 받

아 만든 이진우(30) 감독의 작품. 독립영화집단 파적 회원이기도 한 그는 “이번 영화는 순전히 뒤풀이 술자리에서 흘러나온 ‘농담’을 요리조리 주물러 만든 결과”라고 말한다. “그 자리에서 서로 보면서 왜 인간들은 술먹고 깽판치고 망가지고 추한 걸까, 혹시 신이 있다면, 혹시 그 중요한 순간에 통제시스템이 문제된 건 아닐까라는 추론을 했다.” 신 역시 불완전한 존재이며, 결국 그가 만들고 싶어했던 건 자신보다 더 나은 인간형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통제불가능한 오류의 상황이 발생했고, 결국 인간은 더 열등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것은 아닐까 하는 질문 등이 터져나왔고, 얼마 뒤 한층 업그레이드된 ‘신성모독론’이 완성됐다. “인간복제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에 덧붙이려고 했다. 너무 방대해지는 것 같아, 결국엔 지금의 마지막 결말처럼 만든 이가 피조물에 종속된다는 여운만을 남겼다.” 올 누드로 촬영을 강행해야 했기 때문에 창조 직전의 남과 여를 맡아줄 배우를 섭외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처음으로 35mm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이라 화면 구성에도 애를 먹었다. 콘티야 사이즈대로 16:9로 그린 뒤 이를 바탕으로 찍었는데도, 정작 인물 클로즈업의 경우 양쪽 공간이 남아도는 느낌이 든다는 것.

대학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진우 감독은 오락영화광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007 시리즈, 중·고등학교 때는 홍콩영화와 성인영화를 ‘독파’한 그가 진지함을 겸비하게 된 것은 독문학을 전공하면서부터.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독일문화원에서 빌려다 본 테이프 개수가 늘어나면서 프리츠 랑과 파스빈더와 빔 벤더스라는 이름이 저절로 입력됐다. 그렇게 보내던 94년 무렵, 그는 부모님께 독일로 유학가서 공부를 더 하겠다는 전언을 남기고 떠났지만, 비자문제로 뮌헨대학 독문학부에 학적만 걸쳐놓은 채 몇 차례 영화과에 시험을 보았다. 결과는 두 차례 낙방. 빔 벤더스도 그러했다지만 어찌나 억울했던지, 담당교수를 쫓아다니며 “내가 왜 떨어졌는지” 이유를 말해달라고 했고, 결국 “어차피 공부한 뒤 결국 돌아갈 것 아니냐”는 답만 얻어들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그 돈으로 단편영화를 찍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 귀국했고, 워크숍에서 강의하던 파적의 윤영호 감독을 만나 99년 파적에 합류했다. 당시 파적은 전방위 예술 지향 단체에서 독립영화제작소로 탈바꿈할 무렵. 이곳에서 16mm 카메라로 <돼지꿈>을 만들었다. 당시 복권에 관한 시나리오를 몇편 써두었는데, 아무래도 너무 흔한 소재라는 이유만으로 접어두고 있던 차에 돼지꿈이 떠올랐고, 한 여인의 돼지꿈을 표현하되 돼지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상과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을 버무려 넣었다. 올 여름 독일에서 미술 공부하는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그곳에서 단편 1편을 찍을 계획이라는 그는 돌아오는 대로 외로움에 관한 영화를 “눈 내리기 직전, 그 배경, 그 느낌”으로 찍었으면 한다. 사람냄새 나는 작품이 하고 싶은 걸 보면 영화하면서 늦게나마 철이 드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러면서도 여전히 카메라를 들면 장난끼가 발동하는 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는 게 그의 하소연.

글 이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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