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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 LA 시사
2001-06-15

사라진 꿈, 매혹의 신기루를 찾아서

■ 디즈니의 전략적 신작, 액션어드벤처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을 찾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도시, 로스엔젤레스. 그곳에서 여행객이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택시기사나 호텔 레스토랑의 점원, 교민들이 ‘별다방’이라 부르는 ‘스타벅스’의 캐셔들 중 백인은 거의 없다. 한낮, 테마파크인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더욱 그랬다. 백인의 블론디 헤어부터 동양인의 인공적인 금발 머리, 인도인의 굽이치는 검은 머리, 어둠을 다 흡수하고 있는 듯한

흑인의 까만 머리까지, 뜨거운 햇빛 속에는 또 하나의 빛의 스펙트럼이 있다. 찬란하기보다는 어딘가 부유하는 빛깔들. 미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지,

아님 며칠 몇주 여행하는 외국인인지, 그건 아주 작은 표정의 차이일 뿐이다. 모두가 이방인이었거나 이방인인 나라. ‘아메리카’가 이 시대의

‘제국’이라는 소문 속에서, 여전히 사람들은 충족되지 않는 아메리칸 드림을 지닌 듯 보인다. 아틀란티스를 찾아 떠났다가 길을 잃어버린 탐험대원들처럼.

전설 속에 존재하는, 찾기만 하면 수천년 동안 제국을 지켜온 크리스털의 에너지를 자신도 조금 나눠 가질 수 있을 듯한, 그런 신기루 같은 곳

아틀란티스. 그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디즈니의 새 애니메이션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은 아시아며 남미에서 날아온

이방인에게 그렇게 유혹의 손짓을 보내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제국 디즈니가 여름마다 안겨주는 선물이자 거대한 환영을 목격하기 위해 극장을 들어서는

이방인에게, 월트 디즈니 픽처스사의 직원들은 두루마리로 포장된 ‘아틀라스’ 하나를 건네주었고, 곧 극장은 잃어버린 제국을 찾아 잠수를 시작했다.

“디즈니랜드에는 어드벤처랜드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그동안 수차례 가보았던 메인 스트리트나 판타지랜드에 가는 대신 우리는 어드벤처랜드에 들어가서

신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뮤지컬도 버리고, 로맨스도 버리고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은 디즈니가 전공장르인 ‘뮤지컬’을 버리고, ‘로맨스’와 ‘코미디’도 버리고 과감히 선택한 ‘액션어드벤처’다.

그것은 디즈니 애니메이터들에게 전략적인 변신이자 도전이었다. 노래부르지 말 것, 춤추지 말 것, 로맨스가 아니라 액션으로, 유머가 아니라 어드벤처로

가슴을 파고들 것. 이런 모토로 만들어진 <아틀란티스>는 새로운 듯하면서도 생경했다. 돈 한, 커크 와이즈, 게리 트라우스데일 트리오의

전작인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노틀담의 꼽추>를 떠올려볼 때 같은 이들이 만든 <아틀란티스>는

완전히 다른 감성의 작품으로 다가왔다.

<아틀란티스: 잃어버린 제국>의 시간적 배경은 1914년. 주인공은 박물관의 지도제작자이자 언어학자인 마일로 사치로,

아틀란티스가 실재한다고 말해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사는 엉뚱하고 진지한 청년이다. 괴짜 억만장자 노인이 나타나 아틀란티스의 비밀이 적힌 고대문서

‘목동의 일지’를 보여주면서 그의 모험은 시작된다. 지질학자, 폭파전문가, 기계전문가, 의학전문가 등 다양한 직업, 인종, 나이대의 탐험대가

루크 선장의 지휘로 바닷속으로 들어간 얼마 뒤, 잠수함은 괴물 ‘리바이어던’의 습격을 받는다. 리바이어던은 4년여 동안 <아틀란티스>

제작진들이 공들여 탄생시킨 3D 작품. 한 차례 위험을 겪고 난 뒤, 마일로 일행은 기대보다 훨씬 빨리 아틀란티스를 발견한다. 벌써 모험이

끝난 건가, 의아해하는 사이 여자주인공인 아틀란티스의 키다 공주가 나타나 신비의 ‘크리스털’ 조각으로 마일로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둘은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다. 진한 로맨스라기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관계. 그러고나자 ‘본격적인 역경’이 예상 밖의 인물에게서 야기된다.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이자

갈등인 탐험대 선장 루크의 배신이 고개를 들이미는 것이다. 흑심을 가진 루크는 순수한 마일로를 저버리고 다른 탐험대원들과 함께 키다 공주를

납치, 아틀란스인들의 보물인 크리스털을 가로챈다. ‘크리스털’은 수천년 전 물에 잠겨버린 아틀란티스를 지켜온 에너지의 원천. 결국 마일로가

루크와 맞서 싸워 키다 공주를 구해내고 크리스털도 되찾아 아틀란티스 제국을 살려내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주제가 <`Where the

Dream Takes You`>는 그제서야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흘러나온다. 아무도 노래하지 않고 아무도 춤추지 않는 가운데, <아틀란티스>는

진중한 호흡으로 한 차례의 모험을 담아낸다.

“이 영화는 우리로 하여금 마치 장난감 방에 쌓아둔 모든 장난감을 총동원하여 대단히 특별한 무엇인가를 창조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프로젝트이다.”

<아틀란티스>는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시각효과가 가장 대대적으로 쓰인 작품이다. 6000피트의 필름, 총 362개의 디지털

효과장면이 들어갔다. 리바이어던 뿐만 아니라 바위 거인, 장갑차와 비행기 등 교통수단들은 모두 3D 팀의 몫이었고 폭포, 파도 등 배경의 그림

상당수도 컴퓨터를 이용한 것이다. 이러한 3D그림들은 CG라는 것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2D와 매우 정교하게 결합돼 있다. 또한 용암이

분출하는 장면, 개똥벌레가 날아다니는 장면, 크리스털이 빛을 발하는 장면 등 배경 그림에는 <타잔>에서도 쓰였던 딥 캔버스 기법이

사용되어 깊이감을 살렸다. 3D를 동원한 전투장면들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바닷속에서 마일로와 루크가 싸우는 장면은 <진주만>의

폭격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에서 가장 스펙터클한 장면이다. 이처럼 <아틀란티스>가 이룬 성과는 액션어드벤처라는 장르에 걸맞는

내용에 있다기보다는 그 형식인 그림에서 더 손쉽게 발견된다. 눈에 금방 띄는 액션 장면 말고도 <아틀란티스>는 다채로우면서도 전반적으로

아름다운 톤을 유지하는 그림들로 이루어져 있다. 배경인 1914년에 맞추어 채택한, 만화가 마이크 미그놀라의 복고풍의 그림체는 그 대표적인

경우다. 세계1차대전 당시 포스터의 느낌을 띤 미그놀라의 그림은 전통적인 디즈니 그림체와 결합돼 검정색 그림자와 실루엣, 얇게 표현된 겹겹의

층과 캐릭터들의 각진 외모 등을 특징으로 하는 ‘디즈-놀라’ 그림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밖에도 <아틀란티스>에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섬세한 배려가 곳곳에 배어 있다. 상상의 부족인 아틀란스인들을 사실감 있게 묘사하기

위해 ‘아틀란티스어’를 만들어낸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언어학자로 하여금 아틀란티스어 사전이 생길 만큼 방대한 한 언어체계를 창조케 했고,

어미가 뒤에 오는 이 비서구적 언어는 영화에서 영어자막과 함께 나온다. 인류 문명의 기원이라고 아틀란티스를 상정한 제작진은 마야나 티벳 문명을

조사, 작품의 건축물이나 인물들의 생김새에 반영했다. 비뮤지컬 애니메이션에서, 가사 없는 음악만으로 모험길을 동행하는 제임스 뉴턴 하워드의

세련된 음악 또한 이야기진행을 매끄럽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뉴턴 하워드는 <귀여운 여인> <식스 센스>, TV시리즈

의 음악을 맡았던 영화음악가. 그는 동요풍 멜로디에서 벗어난, 성숙한 느낌의 주제가 역시 작곡했다.

새로운 도전, 과제는 아직 남았다

애니메이션의 <인디아나 존스>나 <해저 2만리>를 꿈꾸며 디즈니의 베테랑들이 변신을 꾀한 <아틀란티스>. 4년

여 기간에 걸쳐 완성된 이 작품은 매우 성실하고 정교한 작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익숙치 않아서일까. 그들 스스로의 전설인 <라이온 킹>이나

<미녀와 야수>가 일으켰던 거대한 감동의 파도에 맞서기에 이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정서적 여파는 약해 보였다. 아기사자의 성장기보다,

미녀와 야수의 사랑보다, 상상의 제국으로의 초행길은 디즈니에게 훨씬 더 어려운 과제였던 듯. <아틀란티스>는 희노애락이 뚜렷한 이야기의

고저를 갖고 있지 않고, 캐릭터 역시 디즈니의 전작들에서처럼 매력적이지 않다. 그러다보니 신비의 제국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판타지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했다. 그 틈을 몇 번의 액션 장면들이 메우고, 조금은 설명이 부족한 아틀란티스 전설에 대한 언급이 급하게 친 양념처럼 이야기에

버무려져 있을 뿐이다. 어린이들과 어른을 다함께 웃고 울리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저력이, 그래서 이 신작에서는 다 발휘되지 못한 인상을 준다.

미국 개봉 6월15일, 국내 개봉 7월14일 예정. 아틀란티스로의 여행이 흥미진진한 모험일지 아닐지는 그때가 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에

동참하고 나서야 비로소 판가름날 것이다. LA=최수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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