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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실험의 신세계, 피터 그리너웨이
2001-06-15

전통과 관습? 차례로 익사시켜라

■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제, 6월16일부터 7월13일까지 하이퍼텍 나다에서

우리나라에는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로 먼저 알려지기 시작하여 화려한 색감으로 치장한

컬트감독처럼 인식되어버린 피터 그리너웨이는 실상 50편 이상의 영화를 만든 다작감독이자 온갖 영화형식을 모의해보았던 실험정신이 투철한 감독이기도

했다.

<`H를 통과한 산책`>부터 시작하여 <몰락> <필로우 북>에 이르기까지, 그는 글자를 하나의 시각적 장치나

미장센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여, 거대한 상징과 기호학의 커튼 속에 끼워넣음으로써 필름을 하나의 책처럼 만든다. 또한 자신의 정신적 지주의 한축을

이루었던 구조주의와 기호학이 세계 지성계에서 쇠퇴하자 80년대 후반부터 아날로그와 결별하고 소니사의 지원을 받아 HD-TV 기술로 영화를 찍어내기도

했다. 실상 88년의 그의 모든 영화제목이 <센 강에서의 죽음> <익사에 대한 공포> <차례로 익사시키기>라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때부터 그리너웨이는 아날로그에 대한 수중 장례식을 치르고 디지털의 세계로 한 발짝씩 나아갔다. 이후 그는 <`TV단테`>와

<프로스페로스의 서재>를 통해 이중인화, 흑백과 컬러의 결합, 애니메이션 등을 이용하여 스크린을 화폭삼아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탐색하였다. 이때부터 디지털은 그의 작품세계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는데 실상 <필로우 북>에서처럼 인체에 새겨진 동양 서체의 탐미적

세계는 소니사의 디지털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동시에 그는 <요리사…>나 <메이콘의 아기> 같은 이야기의

유혹이 두드러지고 화려한 중세회화의 이미지로 가득 채운 영화들로 세계의 이목을 포획하는 이중의 전략을 구사하면서 작가주의 감독으로의 입지를

굳혀나아갔다.

흔히 그리너웨이의 작품에서는 성이 개인간의 계약이나 신분상승을 위한 도구로 이용된다. 혈맹은 깨지고 주인공들은 빈번하게 죽음의 형틀에 매달리게

되는데 포르노그라피의 외관이나 식인, 스릴러적인 기법, 복수와 욕망을 재현하는 화려한 색감 등은 주인공들의 죽음 자체도 하나의 이벤트로 만들어버린다.

현학적인 어법과 자폐적인 주제의식으로 인해 그리너웨이의 영화에 대한 평가는 늘 양극의 극단으로 엇갈렸지만 그의 영화가 ‘튄다’는 것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만든 셈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기존의 영화감독들이 관객의 느낌, 감정 또는 상상력에 호소하지만, 그리너웨이 영화들은 항시 관객의 지성의

반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이다. 그의 영화들은 <파우스트>나 단테의 <신곡>처럼 몇번의 정독이 필요한 작품이고 그리너웨이는

자신의 영화는 ‘보는 영화가 아니라 읽는 영화’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실 프로스페로스의 서재 세트가 다메시나의 작품 <성 제롬의 서재>를

모델로 한다는 것을 알면 더욱 흥미롭게 읽히는 텍스트가 될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전세계 그리너웨이 팬들은 그의 영화를 통해 서면화된 텍스트,

사운드, 음악, 이미지 등을 통합하는 극적인 효과를 만끽하게 된다. 즉 글과 그림과 건축을 섭렵한 몇 르네상스적인 인간 프로스페로스처럼 그는

영상과 회화와 텍스트를 결합시켜 말 그대로의 ‘멀티미디어’를 만들어낸다.

최근작 은 성적 강박관념에 빠진 한 백인남자의 자폐적 판타지로의 퇴행징후를 보여주지만, 그의 영화가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기호를 감추는 과정에서 미장센이 도출되는 영화판의 전위작가라는 점에서는 의심할 바가 없을 것 같다. 영화가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일부 식자들의 비난에 대해, 피터 그리너웨이보다 더 영화를 통해 사고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감독은 아직까지 없었던 셈이다.

심영섭|영화평론가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제 상영일정표

6/16(토)

6/17(일)

6/18(월)

6/19(화)

6/20(수)

6/21(목)

6/22(금)

11:00

<TV

단테>

단편모음

<TV

단테>

<TV

단테>

<TV

단테>

단편모음

단편모음

12:40

<영국식…>

<건축사…>

<건축사…>

<영국식…>

<하나의…>

<건축사…>

<하나의…>

2:40

<건축사…>

<영국식…>

<하나의…>

<건축사…>

<차례로…>

<하나의…>

<영국식…>

4:50

<하나의…>

<차례로…>

<영국식…>

<하나의…>

<건축사…>

<영국식…>

<차례로…>

7:00

<차례로…>

<영국식…>

<차례로…>

<차례로…>

<영국식…>

<차례로…>

<건축사…>

9:10

단편모음

<TV

단테>

단편모음

단편모음

단편모음

<TV

단테>

<TV

단테>

6/23(토)

6/24(일)

6/25(월)

6/26(화)

6/27(수)

6/28(목)

6/29(금)

11:20

<8

1/2 우먼>

<건축사…>

<하나의…>

<건축사…>

<필로우

북>

<하나의…>

<TV

단테>

1:30

<필로우

북>

<하나의…>

<필로우

북>

<8

1/2 우먼>

<차례로…>

<TV

단테>

<차례로…>

5:50

<몰락>

<몰락>

<몰락>

<몰락>

<몰락>

<몰락>

<몰락>

9:00

<차례로…>

<차례로…>

<8

1/2 우먼>

<필로우

북>

<하나의…>

<차례로…>

단편모음

6/30(토)

7/1(일)

7/2(월)

7/3(화)

7/4(수)

7/5(목)

7/6(금)

11:20

<영국식…>

단편모음

<건축사…>

<차례로…>

<하나의…>

<TV 단테>

<8 1/2 우먼>

1:30

<차례로…>

<건축사…>

<하나의…>

단편모음

<차례로…>

<하나의…>

단편모음

3:40

<하나의…>

<차례로…>

단편모음

<건축사…>

<TV 단테>

<차례로…>

<하나의…>

5:50

<건축사…>

<하나의…>

<차례로…>

<TV 단테>

<건축사…>

단편모음

<차례로…>

8:00

<몰락>

<몰락>

<몰락>

<몰락>

<몰락>

<몰락>

<몰락>

7/7(토)

7/8(일)

7/9(월)

7/10(화)

7/11(수)

7/12(목)

7/13(금)

11:30

<필로우 북>

<8 1/2 우먼>

<필로우 북>

<영국식…>

<건축사…>

<영국식…>

<하나의…>

2:00

<하나의…>

<영국식…>

<8

1/2 우먼>

<TV

단테>

<필로우

북>

단편모음

<건축사…>

4:10

<건축사…>

<하나의…>

<영국식…>

<건축사…>

<8

1/2 우먼>

<필로우

북>

단편모음

6:30

<차례로…>

<차례로…>

<차례로…>

<차례로…>

<차례로…>

<차례로…>

<차례로…>

8:50

<차례로…>

<차례로…>

<차례로…>

<차례로…>

<차례로…>

<차례로…>

<차례로…>

<영국식…>: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

<건축사…>: <건축사의 배>,

<하나의…>: <하나의 Z와 두 개의 O>,

<차례로…>: <차례로 익사시키기>,

단편모음: <House는 H의 첫글자> <H를

통과한 산책> <디어 폰>

장소: 하이퍼텍 나다, 관람료: 7천원(국내 기개봉작, 비디오

상영작은 5천원),

예매 및 문의: 02-766-3390(293), 02-3672-0181,

후원: 주한 영국문화원

▶ 피터

그리너웨이 영화제 미리보는 상영작 1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