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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우수 비디오숍 콘테스트 [1]
2001-02-02

애니메이션, 없는 것이 없다

우수 비디오숍 퇴계원점, 오승현씨

영화마을 퇴계원점으로 향하면서 지금 출발합니다, 전화를 했다. 오승현씨는 영화사에서 돌아오는 중이라고 ‘동업자’인 부인 백송이씨가 알려줬다. 말로만 듣던 영화인의 부업인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던 오승현씨는 짐작대로 현역 영화프로듀서였다. 경력을 훑다보니 지금 같은 단편영화 붐이 일기 전, <이상한 영화> 1, 2라는 제목으로 국내외 단편영화모음 비디오 제작사에서 홍보를 담당한 전력도 돌출했다. 10평 남짓, 좁은 숍의 분위기가 독특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비디오테이프들은 배우별로 정리돼 있었다. 니콜라스 케이지, 줄리아 로버츠, 맷 데이먼, 골디 혼, 수잔 서랜던, 닉 놀테, 이수현, 인달화, 양가휘, 장만옥, 원표, 양조위, 양자경, 공리, 주성치…. 같은 이름이 맞은편 진열장에도 반복되는 게 이상하고 재미있었다. 빨/노/초 관람등급별로 진열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한 배우를 한칸에 모으지 못한 것이다. ‘감독’ 대신 배우를 분류기준으로 잡은 오승현씨의 계책은 성공했다. 좋아하는 배우의 옛날 영화까지 빠짐없이 볼 수 있어서 고객들이 좋아한다는 것. 배우별 분류라는 독자적 기준과 관람등급별 진열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맞대면시킨 진열방식 역시 성공적이었다.

애니메이션 마니아이기도 한 오씨는 또 국내의 모든 장·단편 애니메이션 출시작들을 구비해놓았다. 퇴계원점은 소형점이지만, 테이프 구입규모는 소형이 아니다. 비디오시장이 전년대비 10% 위축되었다던 지난해에도 퇴계원점의 테이프 구입은 오히려 더 늘었다. 대박을 사려고 꼭 갖춰어야 할 비디오를 희생시키지는 않는다는 것도 그의 경영 방침이다. 소량 출시된 비디오라도 찾는 손님이 있을 땐 없다 소리를 못하는 성격에 죄다 구비하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의정부에서도 고객이 찾아올 정도로 넓은 지역을 포괄하고 있고, 고객 중엔 영화인들과 애니메이션 종사자가 적지 않다고, 더러는 방송사 사람도 있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다만, 공간이 좁다보니 늘어나는 테이프를 다 소화하지 못하는 게 아타깝다. 창고에 쌓아둔 것만 1만5천장이 넘는다. 진열된 것과 합치면 2만편이 넘는다. 중대형 숍을 충분히 꾸릴 수 있는 보유량이다. 어쨌든, “아무리 좁아도 어렵사리 모은 특선 테이프들은 절대로 진열장에서 빼지 않는다”는 게 그의 고집이다. 이곳은 ‘이상한 영화’의 제3편, ‘이상한 비디오가게’다.

퇴계원점 BEST 10

1. 이상한 영화1(단편 모음집)/ 감독 봉준호 외 5명

2.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3. 트윈 픽스 15편 전편/ 감독 데이비드 린치

4. 잠입자/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국내에 출시된 그의 모든 작품)

5. 국내에 출시된 장·단편 애니메이션 전부(덤불 속의 재, 꿈꾸는 종이인형의 살인 등)

6. 베로니카포스의 갈망/ 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7. 8 2/1/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8. 잔다르크/ 감독 자크 리베트

9. 파리의 아메리카인/ 감독 빈센트 미넬리

10. 웨더비/ 감독 데이비드 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