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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봉 앞둔 타이영화
2001-08-03

특집/태국 기대작

한국의 영화팬들은 그동안 타이영화를 국제영화제 등을 통해서만 간간이 만날 수 있었다. 이제 르네상스를 선언한 타이영화들이 속속 국내에 대중적으로 소개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올 하반기 개봉 대기작 명단에 오른 타이영화는 현재 4편. 이들 작품은 전세계 각종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을 뿐 아니라 대중성도 확보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되기도 했던 용유스 통큰턴 감독의 <철의 여인들>은 타이에서 1억 바트 이상의 수익을 올렸으며 올해 베를린영화제, 토론토영화제 등에 출품돼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 오직 한명을 제외하고 게이 또는 성전환자 등으로 구성된 한 지역의 배구팀이 전국대회에 출전한다는 설정의 이야기는 실제 일어났던 일을 바탕으로 했다. 허술한 구석도 다분히 엿보이지만 마이너리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이 엿보이는 넉넉한 작품.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내부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자칫 심각해질 수도 있는 이야기를 유머감각 넘치는 유쾌한 코미디로 풀어냈다는 칭찬도 만만치 않았다.

부천영화제에 선보였던 <티어스 오브 더 블랙 타이거>는 논지 니미부트르의 <낭낙>에서 각본을 맡았던 위시트 사사나티엥 감독의 재기발랄한 데뷔작. ‘타이식 마카로니 웨스턴’을 표방한 이 영화는 지난해 밴쿠버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올해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출품되기도 했다. 특히 화면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드는 등 독특한 색깔의 영상이 돋보인다. 또 하나의 부천영화제 출품작 <방콕 데인저러스>는 1997년 <달리는 사나이>로 충격적 데뷔를 한 옥사이드 팡과 편집에 일가견이 있는 그의 동생 대니가 함께 감독한 작품이다. 말 못하는 한 킬러의 이야기를 비장감 넘치고 유려한 화면에 담아낸 이 영화 역시 지난해 토론토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했다. <방콕 데인저러스>는 <티어스…>와 함께 타이영화의 젊고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기 시작한 작품으로 꼽힌다.

타이영화가 오늘의 영광을 안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품 중 하나인 <낭낙>은 타이 전통의 귀신이야기다. 전쟁이 일어나자 막은 군인으로 참전한다. 막이 부상을 입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 낙은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를 따라 목숨을 끊는다. 마침내 막은 전장에서 집으로 돌아와 자신을 반갑게 맞는 아내 낙과 오랜 세월 묵혀뒀던 사랑을 나눈다. 낙의 귀신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웃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게 된다. 논지 니미부트르 감독은 귀신을 두려움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이승에서 못다 이룬 사랑을 아쉬워하는 존재로 해석했고, 이 이야기를 타이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녹여내 대중의 엄청난 지지를 끌어냈다. 국내에 수입될 계획은 없지만 타이영화의 예술적 성취도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으로는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소개됐던 <정오의 낯선…>을 꼽을 수 있다. 한 여성 교사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치마 속에서 알 수 없는 물체가 굴러나오고, 이 물체는 소년으로 변했다가 다시 교사로 변신하기도 하는데, 또 다른 여자는 자신의 몸에 지워지지 않는 이상한 선이 그어지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비논리적으로 연결해놓은 이 작품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실험영화. 거친 흑백 화면에 다큐멘터리적 기법을 통해 보여지는 이 기이한 이야기는 지난해 밴쿠버영화제 특별부문에서 용호상을 수상했다. 쉽사리 이해되지 않지만 타이의 현실이 묘하게 스며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

문석 기자 ssoony@hani.co.kr

▶ “타이영화가 온다

▶ 돔 숙봉의 외길 인생

▶ <낭낙> <잔다라> 감독 논지 니미부트르

▶ 실험영화 위해 ‘킥 더 머신’ 설립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 2001 하반기 타이영화 기대작

▶ 국내 개봉 앞둔 타이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