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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저메키스]“인생의 신비, 그냥 받아들여라”
2001-02-17

로버트 저멕키스 인터뷰

◆<포레스트 검프>의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예상한 적 있나.

결코 없다. 통계치는 극히 적대적이었다. 우리 영화감독들은 모두 그저 투자한 제작비를 건지려고 한다.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은 1달러의 이익을 올려 영화로 인해 아무도 다치지 않고 영화를 존속시키는 것이다. 이것 외의 다른 어떤 것도 오만하고 비현실적인 생각이다. (후략)

◆<왓 라이즈 비니스>에 보이는 히치콕적 요소는 의도된 것인가.

심리스릴러라는 컨셉은 그 자체가 자동으로 히치콕에 대한 오마주가 된다. 우리는 그것을 따르느냐 아니면 아예 히치콕 영화와 털끝만큼도 닮지 않은 다른 방식을 만들어내느냐를 결정해야 했다. 후자는 제대로 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해리슨 포드 캐릭터의 이름이 노만인 것은 <싸이코>와 무관하다. 샤워 신은 확실히 오마주다.

◆<왓 라이즈 비니스>는 최근 스릴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로-테크’ 영화인데.

디지털 효과와 관련된 이 모든 법석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릴 것이다. 나는 항상 특수효과를 최적의 부위에 집어넣으려고 노력해왔다. 특수효과는 스토리를 따라가야 한다. <콘택트>나 <제시카와 로저 래빗>이 효과로 무장한 영화라면 <왓 라이즈 비니스>는 다른 종류의 영화다.

◆<캐스트 어웨이>는 어떤 의미를 가진 영화인가.

외적으로 볼 때, 그러니까 영화의 ‘육체적인 부분’은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진짜 의미는 영화의 영적인 부분에 있다. 우리는 혼자 살도록 창조된 존재가 아니다.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이다. <캐스트 어웨이>에서 여행이라는 소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어떤 장애물이 놓이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살아내는 방법이 있다는 것, 또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신비들을 신비로 받아들이며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은유다.

◆<캐스트 어웨이>는 문명에서 동떨어진 원시의 섬에서 영화의 대부분을 촬영했다. 주요 촬영지였던 무인도에 대해 말한다면.

정말 신성한 섬이었다. 정말 거기에는 아무것도, 사람이 만든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즉, 우리 목적에 꼭 맞는 섬이었다. 그래서 섬 주변 지역 족장과 주민들이 촬영을 허락해 주었을 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깎아내린 듯한 높은 암벽은 더구나 완벽한 조건이었다. 높은 곳이 있어야만 섬 주위를 조망할 수 있고 그래야만 탈출방법이 한 가지뿐이라는 점을 주인공이 깨닫는 스토리의 아주 중요한 부분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장애물들을 뚫고 나가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척이 실제적으로 수많은 장애물들에 둘러싸여 갇혀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라곤 물고기와 바다뱀, 이구아나밖에 없고 조류가 자꾸 바뀌는 섬에서 촬영을 진행하기란 어려웠다. 섬에서는 모든 일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함께 일한 톰 행크스와 다시 재회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22.7kg을 감량했다고 들었다. 행크스에 대해 말한다면.

톰은 정말 재능있고 프로페셔널하며 지적이며 게다가 매우 양질의 인간이다. 이 말은 정말 많이 하고 다녔지만 다른 사람말고 오로지 톰하고만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해도 행복할 것이다.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의 눈빛 연기는 대단했다. 감량하느라 1년 동안 굶주린 고통 때문인지 캐릭터 때문인지 몰라도 영화의 나머지 반을 찍기 위해 그가 돌아왔을 때 눈에서 어떤 생명의 빛이랄까 그런 것들이 보였다. 보기에는 좀 으스스했지만 캐릭터를 위해서는 완벽한 변화였다. 왜냐하면 그게 바로 척에게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톰은 그런 연기를 해낼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 중 하나다.

◆<캐스트 어웨이>의 대사 분량은 보통 영화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된다.

매우 힘든 작업이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캐릭터들이 나누는 대사나 농담 등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데 이건 일종의 무성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았다. 물론 실제로는 유성영화이지만. 영화의 주요 부분이 대화가 없는 무인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보니 톰의 연기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했다.

◆<캐스트 어웨이> 촬영 중 1년의 휴식기간을 가졌는데 이러한 특이한 제작방식에 대해 말한다면.

처음에는 1년 동안이나 한 영화의 지배를 받으며, 그 영화를 생각하면서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지만 결국 더욱 자유로운 작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특이한 경험이었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각자 전혀 다른 영화를 한편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전에 찍어놓은 내용을 새로운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신선한 감각으로 볼 수 있었다.

자료제공: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