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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조희팔 사건을 담당한 황운하 경무관과 <마스터> 조의석 감독이 만나다
이다혜 사진 오계옥 2017-01-16

황운하 경무관과 <마스터>를 연출한 조의석 감독(왼쪽부터).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사건이라는 조희팔의 다단계 사기·해외 도피사건은 도피행각 중이던 조희팔이 중국에서 사망했고 화장됐다는 소식과 함께 갑작스레 마무리되었다. 피해자들도, 그 사건을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도 납득하기 어려운 미진함만이 남았다. 그 조희팔 사건을 소재로 한 <마스터>가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사건을 기획총괄했던 황운하 경무관과 연락이 닿았고, 조의석 감독에게 만남의 자리를 제안했다. 조의석 감독은 전작 <감시자들>(2013)로 경찰쪽 협조를 구하는 일은 제법 자신 있었는데도, <마스터>로는 경찰의 협조가 전무했다는 데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긴 고민 끝에 만남에 응했다. 어딘가 어색하리라는 기대와 달리 두 사람은 마주 앉아 훌쩍 세 시간을 보냈다. 조희팔은 정말 죽었을지, 극중 김재명의 실제 모델이랄 만한 경찰 내부 인물이 있는지, 또 영화화될 만한 실제 사건은 무엇이 있을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 황운하 경무관과 <마스터>를 연출한 조의석 감독의 대화가 이어졌다.

-<마스터>를 어떻게 봤나.

=황운하_ 처음엔 시나리오가 얼마나 탄탄한지 보려고 했다. 팩트 부분에서 너무 황당하면 안 되지 않나. 실제 있었던 내용하고 거의 맞더라. 난 누가 자료를 다 준 줄 알았다.

=조의석_ 아무도 안 줬다. (웃음) 그래서 같이 시나리오 쓴 김현덕 작가와 고생했다. 경찰대 출신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미국에 연수를 가 있던 타이밍이었다. 그 친구가 지능범죄수사대에 있는 분을 만나보라며 연결해줘서 통화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다들 조심스러워하거나 연락을 피했다. 조희팔 얘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황운하_ 경찰 여러 명이 다친 사건이었다.

조의석_ 경찰한테 아픈 얘기라면서 내 친구도 그거 안 하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이후 다들 내 연락을 안 받길래 난 찍혔구나 싶어서 자료 조사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황운하_ 경찰 협조가 없었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시나리오를 잘 만들었더라. 최고 실력자들이 비호세력으로 거론됐었다. 그런 내용이 경찰청 범죄정보과에서 범죄첩보로 생산됐다. 보고서를 받아보고 경찰청에서 이런 첩보를 내도 되나 싶더라. 살아 있는 권력들이었다. “어떻게 입증할 건데”라는 말이 있었는데, 조희팔이 비(밀)장부를 갖고 다니기 때문에 조희팔만 잡으면 된다고 했었다.

-지금 그 시기는 조희팔이 중국으로 도피한 다음인가.

황운하_ 그렇다. 2012년이니까. 절차대로라면 한국 정부에서 중국 공안에 요청하고, 그쪽에서 범인을 체포한 뒤, 범인 인도 절차를 거쳐 조희팔을 인도받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 공안도 못 믿겠고 어쨌든 우리 손으로 잡아야겠다 싶었다. 정유라를 JTBC에서 덴마크 현지 경찰에 신고해서 잡은 것처럼 우리가 가서 조희팔을 확인하고 공안에 신고하는 식으로. 절차상 중국 공안에서 잡아야 하니까. 민간인 차원에서 신고 같은 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자칫하면 중국이 사법주권 침해로 문제삼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었다. 당시 경찰청장에 보고를 했다. 거악이고, 피해자가 많고, 피해액도 크니까, 조희팔이 모두 쓰진 않았을 거다, 이걸 회수해서 피해자들에 돌려주면 피해자들의 한이 풀릴 것이다 등등. 경찰의 총력을 기울일 만한 일이라는 말이 나왔다. 중국 전문가가 파견오고 중국 공안에 문서를 보내고 그랬는데… 영화를 보니까 비장부도 등장하더라. 살아 있는 최고 권력도 등장했던가?

조의석_ 목소리로 등장한다.

황운하_ 그래서 시나리오가 탄탄하다, 실제 사건과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비장부가 자꾸 등장하더라고. 실제 투 트랙으로 수사가 진행됐었는데 하나는 중국에서 조희팔 소재를 파악하는 작업이고, 또 하나는 국내에 있는 조희팔의 인맥을 수사하는 거다. 우리는 조희팔의 추적 가능한 계좌를 조사해서 조희팔의 은닉자금을 회수하여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길 바랐다. 영화에서는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는 걸 전산처리해 키 하나 눌러 한꺼번에 처리하던데 실제로는 어렵다. 법절차로는 오래 걸린다.

조의석_ 그래서 대사도 그렇게 썼다.(극중 김재명의 대사, “국고로 환수되고 다시 피해자들한테 돌아갈 때까지 1년 넘게 걸려. 희망고문이야”. -편집자)

황운하_ 당시 사건 담당이던 팀장이 우리 지능범죄수사대의 자금 추적 전문가다. 그 친구가 조희팔 은닉사건을 추적하다가 이른바 김광준 검사 사건이 나왔다. 김광준 검사가 조희팔의 최측근이라는 친구 강아무개에게 돈을 받은 게 경찰 수사에 의해 확인됐다. 검사장 직전의 현직 부장 검사가 구속된 사건이다.

조의석_ 더 있는데 그 한분으로 마무리한 거 아닌가. 관련 기사들을 보니까 경무관님은 그게 속상하셨던 거 같은데. 내가 원하는 건 이게 아닌데 싶은.

황운하_ 첫째는 비장부 확보에 실패했다는 거고 둘째는 은닉자금 추적이 지속되지 못했다는 거다. 우리 수사팀에 조희팔의 사망 관련 정보들이 수집되기 시작했다. 도저히 믿고 싶지 않았고 또 제발 살아 있길 바랐다. 당시에는 여러 가지를 종합한 결과 판단을 내렸지만….

조의석_ ‘생존반응’을 말하는 건가. 몇년 이상 활동했다는 내역이 없으면 죽었다고 판단하는 경찰 용어라더라.

황운하_ 조희팔의 사망을 추정하는 여러 근거가 있다. 2012년 여름쯤으로 조희팔의 사망을 추정하니까 4년 반 정도 지났는데 만약에 조희팔이 사망 사실을 조작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있고 4년 반이란 세월이 지났는데 안 드러나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사망 사실을 접했을 때 과학적인 증거가 없지 않냐고 반문하는데 사안을 확정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를 확보하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그보다 아무리 말을 맞추려 해도 도저히 이렇게까진 할 수 없는 정황증거가 있었다. 조희팔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 당시 사망 전후, 사망 사실을 확인할 즈음. 우리도 몹시 아쉽다. 그중에서도 비장부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쉽고. 은닉자금 추적에도 한계가 있으니까 아쉽고. 그래서 엄청나게 허탈했다. 사망 사실을 발표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피해자들이 믿지 않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의 도리로는 발표하는 게 맞다고 봤다. 당연히 검찰과 경찰들이 조희팔을 잡기는커녕 그 사람에게 뇌물받고 비호했는데 그걸 받은 너희들도 같은 패거리 아니냐며 못 믿는 거다. 정서적으로 이해도 되고 그분들 입장에선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거다. 그렇게 해서 조희팔에 대한 비호세력과 은닉자금 추적이 미완에 그쳤다.

조희팔은 정말 죽었나

-<마스터>의 엔딩은 실제 사건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지금의 결말과 다른 결말도 생각해봤나.

조의석_ 생각해본 적 없다. 권선징악, 15세 관람가. 그렇게 생각하고 시작했다. (웃음) 아쉬운 건, 수사자료를 정말 보고 싶었다. 경찰에서는 조희팔이 죽었다고 판단했지만 나는 안 죽었다고 보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죽은 게 맞다면 그냥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돼버리지 않나. 난 거기서 출발한 거다. 실제 사건과 비슷했다고 말씀해주신 부분은 현실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을 집어넣은 거고 뒷부분은 내가 바라는 결말로 간 거다.

황운하_ 조희팔이 살았다면… 결국 김재명(강동원)이 현지까지 가서 화려한 액션과 함께 조희팔을 국내로 잡아오고 그다음에 비호세력, 거악들을 검거하기 위해 거악의 본산 국회, 정치권을 잡으려고 출동하는 그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조의석_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조희팔 사건을 다뤘을 때 나는 이미 시나리오를 쓰고 있던 중이었다. 조희팔이 관에 누워 있었다는 것만으로 죽었다고 결론짓는 게 말이 되나, 하는 생각에 파다보니까 지금의 영화까지 온 거였으니 나중에 그 방송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조사 과정에서 <시사IN> 정희상 기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의 판단은 설령 죽었다고 해도 그때 죽지는 않았다는 쪽인 것 같았다. 나도 같은 생각이었고. 경무관님이 관련자들의 대질심문을 했겠지만, 시나리오를 짜서 매일 연습했다면.

황운하_ 정희상 기자와도 그 얘길 많이 했다. 정희상 기자가 이 사건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알고 있다. 나는 이러이러해서 사망했다고 하니 공감을 하면서도 그런 부분조차 기획될 수 있지 않냐고 하더라. 하지만 그런 기획이 현실에서 이뤄지기는 어렵다.

조의석_ 나는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연출자가 있으면 된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서 더 그런 생각을 해봤던 것이기도 하고. 영화를 봤다시피 배역들이 있다.

황운하_ 경찰이 이만큼 알았을 땐 어떻게 대응하고 이만큼은 어떻게 대응한다는 식으로 수백 가지 시나리오를 상상해놓고 그것들이 오차 없이 맞아들어가야 한다. 기획되고 조직됐다고 하면. 나중에 결과를 놓고 그렇게 준비할 수 있었겠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사전에 시나리오로 놓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조의석_ 사망 원인에 대해서는 어떤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라는 게 정말일까.

황운하_ 확인이 안 되는 부분이다.

조의석_ 병사가 아니라 죽임을 당한 거라는 가설은 어떤가.

황운하_ 그런 건 다 확인이 안 된다.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타살됐는지, 심근경색이 온 건지.

-현지에서 타살 가능성을 두고 조사가 이뤄지지는 않았나. 이를테면 노래하다가 심장마비가 왔을 가능성, 혹은 다른 누군가가 돈을 가져가려고 타살했을 가능성을 두고.

황운하_ 우리는 중국 땅에서 조사하는 게 안 된다. 중국 공안에 의뢰하는 수밖에 없다. 공안의 조사 결과는 당연히 사망이었다. 그 사람들을 데리고 우리가 현지에서 조사할 수도 없고, 현지에서 그 사람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조사를 강제할 방법도 없다. 만약에 사망에 대해서 계속 의구심을 갖는다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 거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상에서 첩보원들이 활약하는 것처럼 해야 추가 수사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시 그에 대해 단군 이래 최대의 사기꾼이라고들 했다. 내가 수사기획관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대구쪽에서 수사가 이루어졌고. 그 뒤에 조희팔이 밀항해서 도주했다. 우리는 당시 조희팔 사기 사건을 수사한 게 아니고 조희팔의 비호세력과 은닉자금부터 수사한 거다. 조희팔 사건은 내가 보기엔 규모가 커지긴 했는데 <마스터>에서처럼 치밀한 것 같지는 않다. 조희팔이 치밀해서 피해 규모가 컸다기보다는 당시 수사가 미진해서…. 의도는 서로 다르지만. 수사는 일찌감치 시작됐지만 그걸 제때 잘라주지 못한 거다.

조의석_ 조희팔 본산이 대구다. 돈을 뿌리고 다녔다고 한다.

황운하_ 당시 실세가 TK였고 연고도 있다. 우선 조희팔은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치밀한 건 아닌 걸로 본다. 조희팔의 수족들도 그렇게 치밀한 건 아니다.

조의석_ <마스터> 같은 설정과 진행은 영화니까 가능한 거다.

황운하_ 사기라는 게, 똑똑한 사람들도 잘 넘어간다. 적시에 경찰들이 피해 규모를 막고 범인을 검거했어야 했다. 영화의 핵심인물이 조희팔과 수사팀장 김재명이지 않나. 영화와 달리 수사에는 머리 좋은 사람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형사에게 필요한 건 정의감과 범인을 기어코 잡고 말겠다는 집념이다. 경찰대를 우수하게 졸업한다고 해서 그런 걸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조희팔 사건 할 때도 그렇고 조희팔 비호세력이 있다 했을 때 누구나 조희팔 비호세력을 내 손으로 잡겠다는 생각은 다 있었다. 그 사람이 계급이 높든 낮든 똑똑하든 아니든. 기본적으로 정의감과 집념이 있다면 다 할 수 있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경찰이 실력이 부족해서 거악 척결을 못하는 건 아니다.

조의석_ 사실, 오늘 대담 전에 경무관님이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경찰대 출신 친구에게 물으니 ‘그분이 좀 찍혔어, 하지만 수사 하난 끝내주게 하신다’고 하더라. (웃음)

황운하_ 영화 보고 딸한테 자랑했다. “지능범죄수사대 등장하지? 아빠가 예전에 거기 있었어” 하니까 다 필요 없고 김재명 같은 사람이 내 오빠였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사촌 오빠라도 됐음 좋겠다고.

조의석_ 따님한테 그러시라. 영화 속 경찰청장이 내 역할이라고. 그러고보니 그를 연기한 정원중 배우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웃음)

황운하_ 그런 얘기는 안 듣겠지. 김재명같이 잘생긴 사람. 우리 기준으로 볼 때 안성기, 신성일 같은 사람이 잘생겼다고 하는 거지. 김재명 같은 사람은 개성 있게 생긴 거다. (웃음) 아무튼 <베테랑>(2014)과 더불어 멋진 경찰 영화를 본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가 당시 시대상뿐 아니라 경찰, 검찰이 어떤 이미지로 인식되는가를 많이 반영하는데 주로 경찰은 악역이지 않았나. 90년대로 가면 <투캅스>(1993)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가 좋았다. 이명세 감독 같은 경우는 직접 일선에서 경찰과 일하며 취재를 하고 싶어 해서 1개월 정도 함께 생활한 적도 있다. 우 형사(박중훈)의 독특한 걸음걸이가 실제로 당시 같이 다녔던 형사를 그대로 따라한 거다. (웃음)

조의석_ 우리 세대는 <공공의 적> 시리즈의 강철중(설경구)이 있다. 대한민국 영화사상 가장 매력적인 강력계 형사 캐릭터다. 거기다가 <베테랑>의 서도철(황정민) 캐릭터. 그 둘을 뛰어넘을 수 있는 캐릭터가 있을까 싶다. 김재명은 그런 고민으로부터 좀 다른 형사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심에서 태어난 거다. 그래서 사실 <마스터>에서 김재명이 제일 사기 캐릭터다. (웃음) 사법시험도 패스했고. 안 가진 게 없고, 혼자 사건 다 캐고.

황운하_ 경찰 중에도 사법시험을 패스한 경우가 많이 있다. 김재명 같은 유사한 캐릭터가 현실에도 있을 수 있다. <마스터>의 김재명을 보면서 우리끼리는 지능범죄수사대의 팀장을 떠올린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도 그렇고 오늘 대화를 나눠봐도 그렇고 조의석 감독님도 경찰 내외부, 실제 사건에 대한 지식이 엄청난 것 같다.

조의석_ <감시자들> 때도 경찰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다. 경찰들이 읽는 행정학이나 법 관련 책도 읽으면서 ‘경찰빠’가 됐다. 어느 날 문득 돌이켜보니 내가 연출한 모든 영화에 경찰이 등장했더라. 데뷔작 <일단 뛰어>(2002)에도 신참 강력계 형사(이범수)가 등장했고, 두 번째 장편 <조용한 세상>(2006)에도 열정적인 강력계 형사(박용우)가 주인공이었다.

-일본의 경찰물을 보면 캐리어와 논캐리어라고 해서 관료파와 현장파의 대립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그런 식의 갈등은 없나. 한국에선 조직 내 갈등보다는 특정 사건 해결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조의석_ 일본과는 다른 게, 경찰대학 출신과 비경찰대학 출신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최근 경찰대학 출신 청장이 처음 나왔다. 경찰대학 출신이 조직 윗선을 장악했다고 볼 수 없다.

황운하_ 일본엔 경찰대학이 없다. 우리는 있고. 일본 캐리어라는 사람들이 고시 출신이다. 주로 도쿄대 법학부 출신으로 엘리트주의가 굉장히 강하다. 우리 경찰 조직은 경찰대학 출신, 행정고시 출신, 사법시험 출신, 순경부터 시작한 사람들, 금메달리스트 경찰관도 있고,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자기를 희생해가며 시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면서 경찰이 된 사람도 있다. 범인 잡으려고 경찰에 온 사람도 있고.

시대상을 반영하는 경찰 영화

조의석_ 영화를 보고 경찰이 되고 싶다는 사람도 생길 거다.

황운하_ 내가 경찰대학 교수부장을 했었는데 당시 경찰대 지원자들 면접을 다 봤다. 서울대 안 가고 왜 경찰대 들어왔냐고 물으니까 정말 형사를 하고 싶다는 거다. 범인을 잡고 싶다고. 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온 거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을 경찰로 만드는 영화.

조의석_ 나는 만든 지 얼마 안 됐다. 다들 <공공의 적>의 강철중 보고 그러는 거다. (웃음)

황운하_ 얼마 전 방영된 <유령>이란 드라마를 보고 사이버 수사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좋은 경찰 영화를 만들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전부 경찰이 되려는 폐단이 있을 것 같다. (웃음)

조의석_ 다음엔 소방관 영화를 찍어야겠다. (웃음) 김재명 캐릭터가 나온 게, 영화가 희대의 사기꾼을 잡는 거지 않나. 그래서 사기 캐릭터로 만든 거다. 잘생기고, 사법시험 패스하고, 정의롭고. 영화에서 제일 사기꾼은 김재명이다. 결국 자기 뜻을 이뤄내지 않나.

황운하_ 국회를 향해 돌진하고,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조의석_ (강)동원씨가 물어보더라. 경찰이 영화 마지막 장면처럼 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경찰이 처벌받는 것 아니냐고. 공론화되어 국민들의 관심이 큰 사건이면 국민들이 보호해줄 수 있지 않을까.

황운하_ 아마 큰 낭패를 볼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국민들이 보호해줄 수 있다. 수사, 재판에서도 국민들의 감정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는가. 그 모든 중대사는 결국 민심을 거스르지 못한다는 것을 특히 요즘 깊이 깨닫고 있다.

황운하 경무관이 말하는 영화로 만들어볼 만한 실제 사건들

용산 오다리 사건

2003년, 용산역 인근 윤락가 포주들을 상대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면서 법조계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돈을 받아 챙긴 법조 브로커 사건. ‘박 오다리’라고 불리던 브로커 박모씨는 현직 검사, 판검사 출신 변호사, 현직 판사 등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수사 결과 밝혀졌으나 박씨의 예금계좌 추적을 위한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검찰이 수사 내용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기각,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기도 하다. 2016년 12월, 경찰대학 교수를 지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게 하자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1호 법안이 된다.

용산 세무서장 비리사건

2013년 전 용산 세무서장 윤모씨가 세무조사 무마·세금 감면 등을 대가로 한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홍콩으로 도피, 결국 타이에서 체포되어 국내로 송환되었으나 송환 직후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에 의해 기각되면서 논란이 되었던 사건. 이전에 이 사건 관련된 영장이 수차례 기각되었으며, 윤 전 세무서장의 동생이 검찰 간부여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2015년 3월 검찰은 윤모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파주 용주골 사건

2002년, 용주골이라고 불리던 파주시 연풍리 윤락가를 무대로 활동하던 조직폭력단 조직원이 서울지검 조사실에서 수사관들에게 구타당해 숨진 사건. 조직 내 세력 다툼으로 인한 2건의 살인사건의 주범으로 수사를 받던 행동대장 조씨가 구타와 물고문 끝에 숨졌음이 밝혀져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사직하고 주임검사가 구속되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을 둘러싼 화제를 낳은 사건들이 주로 언급됐는데, 황운하 경무관이 수사구조개혁단장이기 때문인 듯. 이 사건들이 언급되는 것을 듣던(언급되는 사건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조의석 감독은 “다 청소년 관람불가 사건이다, 나는 15세 관람가로 가겠다”고 덧붙이기도. 황운하 경무관은 “정치검찰을 다룬 얘기도 있다는데 다 시대상을 반영하지 않나 싶다. 한때 <투캅스>의 영향으로 경찰이라면 다 부패한 것 아닌가 했던 것처럼. 경찰도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경찰 내부를 고발하는 영화도 좋겠다. 잘 고발하면 조직을 정화시키는, 예방주사 같은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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