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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
정지혜 사진 최성열 2017-04-26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함께 펴낸 소설가 김연수와 사진가 홍진훤

기억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르게 기입된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그 시각 이후, 개별의 기억에는 세월호라는 공동의 기억이 자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최소한의 윤리라 말하겠다. 세월호 그 후, ‘기억한다’는 말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 삶의 태도에 관한 질문이다. 3년이 흐른 2017년 4월 16일, 사진가 홍진훤과 소설가 김연수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라는 다소 길고 낯선 이름의 책 한권을 함께 묶어냈다. 2016년 봄, 홍진훤은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를 타고 도착했어야 마땅한 수학여행지인 제주도로 향한다. 학생들이 없는 그곳에서 그는 풍경을 찍으며 ‘어째서 있어야 할 것들이 없어졌느냐’고 물었다. 사진 연작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의 시작이었다. 소설가 김연수는 2014년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에 단편소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를 썼다. 소설은 일본에 있는 희진이 보내온 이메일을 따라 읽어가는 구조를 취하는데 그녀의 메일에는 세월호라고 정확히 언급돼 있지는 않으나 그것이 세월호임을 충분히 짐작하게 하는 문장들이 있다. 이어서 희진은 누군지도 모르는 타인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하며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자문한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는 그렇게 만난 기억의 두 세계다. 홍진훤과 김연수 두 작가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식이며 삶에 임하는 태도의 한면이다.

-어제가 세월호 3주기였다.

=김연수_ 작업 때문에 나가사키에 있다가 어제 한국으로 오느라 광장에는 가지 못했다. 그 일(인터뷰 내내 김연수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단어를 쓰는 쪽보다는 이렇게 표현하곤 했다. -편집자)이 있고 나서 광장에 나갈 때마다 분노랄까,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그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세월호가 인양되는 걸 보면서는 내가 회의적으로 생각했던 것보단 일이 진척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굉장히 많다. 더 나아가야 함은 물론이다.

=홍진훤_ 사진전 기획을 위해 공부차 일본 교토에서 열리는 사진축제인 교토 그라피에 다녀왔다. 방금 전에 한국에 와서 3주기는 페이스북으로만 접했다. 딩고(디지털 콘텐츠 제작소.-편집자)에서 가수 선미씨가 세월호 생존 학생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더라. ‘이런 것도 할 수 있게 되었구나’ 싶더라. 또 목포신항에서 추모 행사를 하려고 했으나 미수습자 가족분들이 목포에서만큼은 추모라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각자가 세월호를 대하는 태도나 기억의 방식은 이렇게 다르다. 그러니 일상에서 보다 더 섬세하게 세월호를 말해야 하지 않겠나.

홍진훤 작가가 꼽은 사진.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저녁에 텅 빈 제주항 여객터미널에서 단원고 학생들의 수학여행 길을 따라 제주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날 처음 방문한 곳이 한림공원이었다. 언젠가 한번 와본 듯한 어렴풋한 기억만 안고 터덜터덜 정해진 코스를 걸었다. 여러 무리의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재잘거리며 셀카봉을 들고 자신이 그곳에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선인장들 사이로 붉은 꽃 한 무더기가 눈에 들어왔다. 습기로 가득 찬 온실 안의 이상하게 화사한 꽃들을 보며 무엇인가가 이곳에 부재함을 알아챘다. 과잉된 존재 증명들 사이에서 나 홀로 시커먼 카메라를 들고 부재 증명을 시작했다.

제주라는 상징

-이번 책이 나오기까지 홍진훤 작가의 사진 연작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가 출발점이 돼준 걸로 안다. 어떻게 진행된 기획이고 협업인가.

홍진훤_ 사월의눈(대구에 기반을 두고 ‘사진-텍스트-디자인’간의 관계를 고민하는 출판사다.-편집자)쪽에서 세월호를 스펙터클한 이미지로 묘사하거나 소비하는걸 경계하고 지양하는, 실천적 의미로서의 작업물을 찾고 있었나 보다. 나는 세월호 현장을 쫓아다니며 기록해왔다. 그때마다 의문이 든 건, ‘세월호와 관련된 이미지가 넘쳐나는데 과연 시간이 지난 뒤 이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과연 옳은 방식일까’였다. 내 사진을 본 출판사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하겠다 싶었던지 책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해왔다. 그러면서 내 작업이 픽션의 성격이 있어 소설과 엮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사월의눈이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을 찾아서 함께 묶어보자고 한 건데 나야 완전 좋다고 했다. (웃음)

김연수_ 협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웃음) 2014년 가을에 쓴 산문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해보시오, 테이레시아스여>가 <눈먼 자들의 국가>에 실렸다.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는 이후에 썼다. 생각해보니 박근혜 정부가 시작되고 나서 내가 쓴 유일한 소설이더라. 탄핵 이후에 한편 더 쓰긴 했지만 그건 그 정부가 끝난 뒤고. 근데 사실 왜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세월호에 관한)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쓰면 분명히 잘 써지지 않을 거라고도 생각했다. 그 일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지도 않았고 내 감정도 채 정리가 안 돼 있었다. 그러니 소설을 써도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동시에 이 일에 대해 빨리 써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썼고, 결국 제대로 못 썼다. 쓰고 나서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다. 사월의눈의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고쳐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처음으로 다시 읽었는데 글 쓸 당시와 지금의 내 생각, 느끼는 지점이 달라져 있더라. 하지만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냈다. 그땐 내가 그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싶어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는 세월호에 탑승한 단원고 학생들이 가려 했던 수학여행지인 제주도, 그곳에서의 학생들의 행선지를 찾아가 찍은 사진들이다. 세월호라고 하면 진도 팽목항, 안산, 광화문을 떠올리게 되지 제주는 미처 생각지 못한 공간이었다.

홍진훤_ 나 또한 제주라는 상징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을 못했다.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안산 기억저장소와 연을 맺었는데 기억저장소쪽에서 안산, 진도, 광화문에서의 세월호의 기록에 비해 세월호가 도착했어야 할 제주도에는 그것이 없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내게 제주에서 그 흔적을 찾아봐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2016년 봄 제주도로 갔다. 하지만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서울로 돌아가기 직전, 세월호가 도착하려 했던 제주항 여객선터미널이나 갔다 가자 싶어 찾았는데 막상 가보니 내가 생각한 터미널이 아니었다. 운영은 하는 것 같은데 사람이라고는 없는 텅 빈 공간이 이질적이고 생경했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지?’ 질문하기 시작했고 뭔가 있어야 할 게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학생들의 수학여행 일정표를 받아서 그대로 따라갔다. 학생들이 가려고 한 곳에 갔고, 학생들이 묵기로 한 곳에 가서 잤고, 학생들이 먹으러 갈 곳에 가서 먹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었다.

김연수_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스무살이 됐을 때 친구들의 영정을 들고 제주도로 가 수학여행지를 둘러보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때 학생들이 ‘이것이 우리의 스무살 첫 여행이다’라고 말하는데 되게 건강한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처음 제주도가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의 끝이 아닌 이어지는 공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홍진훤 작가의 사진들도 그런 면에서 기억을 환기시킨다.

김연수 작가가 꼽은 사진.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을 처음 봤을 때, 불편함을 느꼈다. 풍경에서 인물이 의도적으로 배제됐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소인국테마파크를 찍은 사진들에서.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시선은 의식하지 못했다. 사진집에는 이 수평선 사진이 제일 마지막에 실리는데, 나의 소설에도 등장인물이 이런 수평선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그녀와 함께 나도 이 수평선을 바라봤다. 그러고서야 인물이 없는 이 풍경들에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소설과 사진

-‘홍진훤 작가의 사진은 픽션 같은 면이 있다’고 했을 때 그건 어떤 의미일까. 소설가인 김연수 작가에게 그 설명을 부탁하고 싶다.

김연수_ 사진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영화보다 훨씬 더. (웃음) 영화는 스토리가 있어서 내가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는데 사진은 앞뒤로 형성될 이야기가 많아 적극적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처음 홍진훤 작가의 사진을 보는데 느낌이 되게 묘했다. 오싹하고 음산하달까. 사진이 뭔가 이상했다. 나중에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알았다. 사진에 사람이 없더라. 사람을 인위적으로 빼버린 건데 그렇다면 사람의 어떤 요소들을 빼버린 걸까. 사람이 있어야 할 부분을 오려낸 건데, 그렇다면 그건 뭔가로 그 부분을 채워넣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있는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는 확장될 수 있는 거다.

-반대로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에 대한 홍진훤 작가의 해석도 궁금해진다.

홍진훤_ 세월호에 관해 말하는 소설은 아닌데 사실 세월호를 얘기하는 소설이다. 이야기하는 방식이 꼭 레이너를 둔 사진처럼 보였다. 소설의 표면에선 인물들이 배우처럼 연기를 하는 듯 보이나 소설의 뒷면에선 세월호의 이미지들이 슬라이드 쇼처럼 지나가는 듯했다. 나는 사람 사진으로 사람 이야기를 하는 방식을 터부시해왔는데, 만약 이 소설과 같은 접근이라면 나도 뭔가 다르게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홍진훤 작가의 사진은 인물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풍경을 통해 세상의 작동 방식을 상상하게 한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은 구체적인 인물에서 출발해 내러티브로 번져가는데 알고 보면 그 인물이 역사적 사건의 영향 아래 있음을 은근히 드러낸다. 사진과 소설이라는 장르적 속성이 다르겠으나 인물과 풍경에 접근해가는 두 사람의 방식 역시 다른 것 같다.

김연수_ 소설은 사진에 비해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다. 작업 속도도 느리다보니 직접적으로 뭔가를 말하는 방식으로의 글쓰기는 굉장히 어렵다. 나는 세월호를 지켜 본 모두가 세월호에 연루됐다고 본다. 그 일의 당사자가 아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실은 그 주변 사람들의 인생조차 세월호와 연결돼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멋쩍게 웃으며) 근데 이게 참, 여러 문제가 있다. 나 스스로에게 ‘왜 그 일에 대해 직접적으로 쓰지 않고 자꾸 돌려서 쓰려 하느냐’고 묻는다. 근데 또 직접적으로 쓰려고 하면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하지만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당신들에게 그 일은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은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아직도 그 일에 대해 말하는 데는 자신이 없다. 그런데 쓰다 보니 또 세월호와 관련된 걸 쓰게 됐다(이 작품은 발표될 예정이다.-편집자).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요구가 있는 거다. 사건을 해석하고 기억하는 게 곧 그 개인의 인생을 해석하고 기억하는 중요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

홍진훤_ 지금처럼 혼자 작업하기 이전에 사진기자로 일했다. 그 때 워낙 사람을 많이 찍기도 했고, 사람 사진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데 싫증도 났다. 이런 식이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방식인가 싶어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용산 참사 현장을 찍게 되면서 진짜 모르겠더라. 그때부터 풍경을 찍기 시작했는데 그를 통해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찍는 풍경은 사람이 의도치 않게 만들어낸 풍경인데 나는 그런 데서 사회적 문제나 인간사가 보이는 것 같다. 사진은 소설처럼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낼 수 없어 되게 직설적이고 단편적으로 보일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사회적 문제를 다룰 때 가해자와 피해자, 선악 구분이 분명해진다. 사실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말이다. 어느 순간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사진들이 자꾸만 만들어져서 무서웠다. 또 사진은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대면해 찍어야 하는데 많이 힘들더라. 특히 우울한 일들이 벌어진 곳에 가서 찍다보면 현장 사람들과 우울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럼 스스로가 도덕적 당위에 눌리고 현장 사람들의 이야기에 끌려들어간다. 그럼 내가 해야 할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다.

-슬라이드 화면처럼 사진이 펼쳐지는 와중에 반투명한 붉은 종이 위에 세로쓰기된 소설이 중간중간 배치됐다. 책의 만듦새에서도 사진과 소설이 유기적이고 독립적으로 결합되길 바랐을 것이다.

김연수_ 텍스트가 사진을 견인하거나 그 반대가 되는 게 두려웠다. 독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책이 감정을 만들어낼 것 같았다. 사진과 텍스트가 약간은 떨어져 있되 단순한 물리적 결합 수준은 아니길 바랐다. 지금의 책의 형식이 나왔을 때 보자마자 정말 좋았다. 지금 형식에서는 사진과 소설을 동시에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사진부터 쭉 다 보고 소설을 읽게 될 텐데, 그때 사진을 또다시 보게 되는 것이 좋다. 또 세로쓰기라 소설 읽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는데 오히려 그게 소설처럼 읽히고 소설 쓰는 방식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어렵게 읽힌다’는 말은 눈에 익숙지 않아 천천히 읽어가야 하는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소설은 어렵게 쓰이는 것이고 쉽게 여겨져선 안 된다는 의미인가.

김연수_ 그런 면도 있다. 내가 출판사에 제안한 건, ‘소설이 어렵게 읽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사진과 소설이 결합된다고 하면 사진을, 소설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요소로만 생각하기 쉽다. 텍스트 그 자체로 읽어줬으면 했다.

홍진훤_ 작가님께 그 말을 들었을 때 ‘참 세월호 같다’고 생각했다. 이야기 자체가 뭐가 됐든 나도 세월호에 관한 것이라면 쉽게 읽히지 않길 바랐다.

-전체 책에는 페이지가 매겨져 있지 않은데 소설에만 페이지가 있다. 시작 페이지는 416이다.

김연수_ 의도가 분명했다. ‘작가의 말’이나 사진에 대한 설명의 말을 덧붙여 강하게 무언가를 말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단 하나 그 부분의 넘버링을 통해 강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사진과 소설은 각각 구체성을 만들어가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전통적인 사진 찍기는 사건이 발생한 현장으로 가야만 하지만 소설에서의 현장은 소설 속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자료 조사의 차원이거나 작가의 선택의 영역인 경우가 많다.

홍진훤_ 사진은 대상과 직면해야만 찍을 수 있다. 그게 사진의 성질이지만 내겐 그것이야말로 명백한 사진의 한계다. 그 한계 안에서 작동시켜볼 수 있거나, 한계를 이용해서 찍을 수 있는 게 있다고 보기에 아직까지는 현장으로 가는 것 같다. 나도 위험하고 우울한 현장에 가지 않고 사진을 찍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현장에 섰을 때의 내 느낌, 감정, 이해를 중요시 여긴다. 또 하나는 현장에서 내가 본 것을 말할지, 현장에서 내 이야기를 할 것인지를 생각했을 때 나는 어떻게 하면 후자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현장으로부터 더 멀어질 수 있을까.

김연수_ 산문이나 인터뷰의 형식이라면 직접적으로 현장으로 가서 본 것을 쓸 수 있겠으나 소설은 내러티브라는 과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이야기만 있고 내러티브가 없는 건 소설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현장을 직접 대면하기 보다는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데서 항상 고민이 생긴다. 홍진훤 작가님의 고민도 그 지점이 아닐까 싶다.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에서 ‘기억한다’는 말의 무게감이 달라진 것 같다. 각자에게 이 말은 어떻게 해석되고 지속될 것인가.

홍진훤_ 기억은 신체, 특히 뇌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이다. 결국 ‘기억한다’는 건 체화되는, 신체의 일부가 되는 일이다. 뭔가가 기억되기 전후의 사람은 다른 사람이고 그건 삶이 달라졌다는 말이다. ‘기억이 없다’는 건, 몸에서 떨어져 나가버렸다는 것이고. 특히나 내가 두려운 건, 세월호가 없었던 일처럼 돼버리는 것이다. 이 사회의 모두가 연루돼 있는 사건인 만큼 각자의 삶이 어떻게든 달라져 있어야 하지 않겠나.

김연수_ 어떻게 그 배가 침몰했고 사람들을 구하지 못했는가. 그 진상을 규명하는 일이란 세월호 당사자들을 돕기 위함이 아니다. (세월호에 탑승하지 않은) 모두가 각자 직면하는 사회적 문제와 연결돼 있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세월호 문제를 반복해서 계속 말해야 한다.

홍진훤

시를 쓰고 싶었던 문과생 홍진훤은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그때부터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자, 숫자, 이미지로 이어지는 언어에 대한 관심”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그는 적극적인 기획자다. “기획은 습(習)이다. 필요로 하는 걸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그럼 내가 직접 만들어야지 별수 있나.” 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들의 빈방을 찍는 ‘빈방’ 프로젝트의 실무, 사진가들 각자가 찍은 사진을 들고 국회의사당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단식농성을 하던 광화문광장까지 걸으며 진행한 사진전 <4시간16분 동안의 전시> 기획도 그중 하나다.(jinhwon.com)

김연수

소설가 김연수는 고교 시절 천문학에 관심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철학적 관심이었다. ‘사람은 왜 태어나는가, 어떻게 살아가는가, 도대체 세상에는 왜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는가.’ 그런 질문이 지금의 소설로 이어지는 것 같다.

사진 홍진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