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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안길호 PD - 넘치지 않게, 그러나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임수연 2017-08-09

안길호 PD, 조승우(왼쪽부터).

<비밀의 숲>은 기본에 충실한 연출의 미덕을 보여준다. 이른바 ‘영화 같은 드라마’를 지향하지만 연출자의 존재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고, 해당 장면에서 전달해야 할 정보는 간명하게 담아낸다. <비밀의 숲>을 제작한 소재현 프로듀서는 안길호 PD에게 연출을 의뢰한 이유를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2012), <미세스 캅>(2015) 등에서 B팀 연출을 맡으며 쌓은 탄탄한 기본기”라 설명했다. <비밀의 숲>은 주로 일일드라마를 연출했던 안길호 PD의 첫 장르물이다. 좋은 드라마 연출의 조건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 안길호 PD를 서면으로 만났다.

-<비밀의 숲>은 감독의 자의식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 작품인 것 같다.

=대본이 워낙 섬세하고 디테일해서 이 작품은 ‘쇼잉’(Showing)보다는 ‘텔링’(Telling)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들의 열연이 드라마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도한 연출이 극을 방해하지 않고 흐름을 따라가는 데 집중했다. 대본에서 느껴지는 서사와 연기자들의 연기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잘 담아내자는 것이 연출팀의 가장 큰 숙제였다. 그래서 초기 기획단계에서 촬영, 조명, 미술, 섭외팀과 함께 차갑고 서늘한 느낌, 최대한 덤덤한 화면 톤을 기본 컨셉으로 잡았다. 추격 신을 찍을 때도 많은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반면 카메라의 존재가 눈에 띄는 몇몇 장면은 원래 연출 톤과 상이했기 때문에 더 각인이 되더라. 가령 영은수(신혜선)가 죽은 후 이에 대한 후유증에 시달리던 황시목(조승우)이 깨어나는 장면. 누워 있던 황시목이 마치 서 있는 것처럼 잡아주던 카메라가 그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함께 따라 움직인다.

=황시목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다. 때문에 초반에는 관찰자 시점에서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렌즈를 통한 덤덤한 앵글을 많이 사용했다. 황시목의 감정이 보이기 시작하는 후반부에는 그의 눈으로 보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카메라워크나 앵글이 드라마 후반 들어서 약간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긴장감을 전달하는 다소 긴 장면에서 오히려 컷을 많이 나누지 않았다.

=촬영 방식에 대해 현장에서 스탭들과 수많은 회의를 거쳤다. 장종경 촬영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핸드헬드 원 테이크로 촬영하며 마치 연극무대의 한 장면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더라. 또한 트랙을 바닥에 깔고 카메라가 배우를 따라다니면서 캐릭터의 감정을 담았다. 카메라가 배우를 화면 프레임에 가두지 않기 위해서였다.

-현장에서 배우들은 어땠나.

=조승우는 준비를 철저하게 해오는 배우였다. 연기에 대한 분석과 몰입도가 뛰어나다. 한여진 역의 배두나는 연기력도 탁월하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에 다들 감복했다. 열혈형사 역할이라 액션 신이 많았는데, 몸에 멍이 들고 다리가 삐어도 포기하지 않더라. 현장의 막내 스탭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배려도 돋보였다. 이창준 역의 유재명은 현장에서 즉석 아이디어도 많이 내고 굉장히 열심히 하는 배우였다. 서동재 역의 이준혁은 대본의 지문 하나하나도 꼼꼼히 준비하고, 센스도 뛰어났다. 신혜선은 안정적인 연기력과 열정을 갖추고, 막내다운 밝은 에너지를 발산해 현장에 활력을 주었다.

-이번 작품에서 유재명은 <응답하라 1988>(2015)의 쌍문고 학생주임 캐릭터와 비교하면 겉모습까지 확 달라졌다.

=배우 자체가 품어내는 멋스러움이 있었다. 초반에 멋진 재벌가의 사위이자 검찰의 수장 느낌을 더 보여주고자 약간의 다이어트를 부탁했다. 검사장으로서 권력과 힘을 보여주고자 하는 신에서는 조금 더 거대한 느낌이 들 수 있게 로앵글을 많이 활용했다.

-시즌2 계획은 있는지.

=시청자들에게 과분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아직 시즌2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시즌2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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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